통합 강조한 文 "安·李,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아달라"

  • 오수현,정석환 기자
  • 입력 : 2017.04.03 17:56:09   수정 : 2017.04.03 23:52:12

◆ 文 민주 대선후보 확정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맨 왼쪽)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통령후보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둘째) 등과 악수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 진영이 입은 상처 보듬기에 나섰다. 안희정 충남지사 및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자들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과정 없이는 본선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3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권역 순회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뒤 후보 수락연설에서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라며 "우리가 함께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에 우리 당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선을 했다"며 "세 분 동지들 덕분에 우리 당이 더 커졌고,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 "安·李 공약은 이제 저의 공약"

문 후보는 경쟁 후보 한 명 한 명을 치켜세웠다. 그는 안 지사에 대해선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다"고 했고, 이 시장을 두고선 "뜨거운 열정을 배웠다. 그의 패기와 치열함은 남달랐다"고 치켜세웠다. 또 "안희정의 통합 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 의지는 이제 저의 공약"이라며 "이분들의 정책 가운데 제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또 캠프에 함께했던 사람들도 이제 선대위에서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협조하겠다고 악속했다. 그는 "(민주당 집권이) 5년 가지고는 안 된다. 10년, 15년 민주당 정부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세 동지가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게 제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계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엔 본인이 정권교체를 달성해 민주당 정권 3기를 맡고,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정권 4기·5기를 맡아 달라는 얘기다.

문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 보듬기에 나선 것은 경선을 거치면서 불거진 당내 분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지사는 경선 과정 중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적을 정도로 앙금이 상당했다.

문재인캠프(더문캠) 측도 지지자들 단속에 나섰다. 더문캠의 임종석 비서실장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 등은 함께해야 할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정권교체에 이견이 없는 많은 동지의 마음이 다치고 또 닫혔다"며 "이제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따뜻한 연대의 정을 나누자"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추스르지 않으면 상대 진영에 있던 의원과 조직이 본선 과정에서 팔짱만 끼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0년·15년 민주당 정부 이어가야"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의 압승은 바람을 탄 '문재인 대세론'에다 탄탄한 조직력과 치밀한 경선전략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승부처였던 호남 경선에서 60.2%를 득표하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는데, 문 후보 측은 호남 내 민주당 조직의 90%를 장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문 후보가 승기를 굳힌 충청 경선도 안 지사의 지역 기반이라는 점에서 박빙 승부가 예상됐지만 충북·대전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문 후보는 47.8%를 득표하며 득표율 36.7%에 그친 안 지사를 눌렀다.

더문캠의 경선 캐치프레이즈였던 '압도적 승리론'과 '준비된 대통령론'도 효과를 냈다. 적폐 청산과 정권교체를 달성하려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 달라는 문 후보의 호소에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또 타 후보를 압도하는 정책공약을 연이어 제시하면서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확실히 문재인이 준비는 많이 됐다. 안희정·이재명은 더 준비해서 다음번에 하면 좋지 않겠나"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 "안철수, 양자 대결땐 적폐연장"

이제 관심은 문 후보가 본선 상대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지다. 문 후보 측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정공법으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설령 안철수 전 대표와 양자 대결 구도가 성사되더라도 "적폐 세력의 정권 연장을 돕는다"는 논리로 허점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문 후보는 후보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와의 양자 대결 전략에 대해 "안 전 대표와 양자 구도가 된다는 것은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뿐 아니라 구여권과 함께 연대하는 단일 후보가 된다는 뜻인데, 그것은 (안 전 대표가) 적폐 세력들의 정권 연장을 꾀하는 후보라는 뜻"이라며 "많은 국민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만큼 적폐 세력들과 함께한다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속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지리멸렬했다는 점도 문 후보에겐 최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범보수 진영은 모두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에도 불구하고 보수 결집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만큼 보수 진영 후보 경쟁력이 약할수록 문 후보가 청와대 입성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꾸준히 지적돼온 확장성 부족 문제는 문 후보가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지목된다. 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지만 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와중에도 지지율이 좀처럼 40%를 넘지 못했다.

통합 리더십에 대한 지적 역시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새정치민주연합 때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문 후보가 당권을 잡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시절 야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당을 떠난 것은 문 후보에게도 쓰라린 기억일 수밖에 없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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