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결의안 거짓말` 공세에 文 "구태의연한 색깔론 말라"

  • 신헌철,김효성 기자
  • 입력 : 2017.04.23 23:00:57   수정 : 2017.04.24 10:06:07

◆ 대선 D-15 / 대선후보 3차 TV토론회 ◆

어색하게 맞잡은 손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 참석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23일 5개 정당 대선 후보를 초청해 주최한 1차 TV토론(정치 분야)은 시작부터 숨 고를 틈도 없이 '홍준표 후보 사퇴론'으로 난타전을 시작했다. 이어 참여정부 말기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제 등을 놓고 양보 없는 공방이 벌어졌지만 이날 토론 역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선명한 해법을 듣는 기회가 되진 못했다는 평가다. 후보들이 주제를 벗어난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사회자가 여러 번 제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도자 정직성 문제" vs "안보팔이"

이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비록 10년 전 일이지만 북한 인권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짓말로 들통날까봐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당시(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그 회의에 배석하고 기록한 연설기획비서관이 오늘 경위를 밝혔다"며 "또 11월 18일 회의에서 내용을 기록했던 국가안보전략비서관이 녹취록과 함께 사실관계를 밝혔다"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이날 북한인권결의안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강한 어조로 "종북몰이, 안보팔이"라며 "유 후보가 합리적인 개혁적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대선 길목에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꺼내 실망스럽다"고 받아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사드 배치 당론을 변경했느냐"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오늘 사실상 변경했다"며 "의원 39명 중 5명 빼고 모두 찬성했다. 이제 당론이 변경됐다고 보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날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겐 개성공단 확대와 관련해 "북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라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개성공단 폐쇄로 국내에서 12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받아쳤다.

이날 유 후보와 홍 후보 등 범보수 진영은 문 후보의 '안보관'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고, 반대로 문 후보는 "보수정권의 무능한 안보를 끝내야 한다"고 역공하는 등 불꽃 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초등학생 토론" "괴롭히지 말라"

이날 토론은 주제를 벗어나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협공하는 모습 등이 연출돼 결과적으로 토론의 질은 더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후보는 이날 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갑질'을 뜻하는 '갑철수'라는 별명을 퍼뜨렸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 세금을 가지고 네거티브 비방을 했다"며 "제 아내의 서울대 임용과 문 후보 아들의 채용 의혹을 함께 해결하려면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검증받는 것이 옳다. 상임위를 열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문 후보는 "방금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 과거를 이야기한다"며 "국회 상임위를 열어서 저를 사퇴시킬 건가. 저는 이미 해명했으니 안 후보도 열심히 해명하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문 후보는 경쟁 후보들의 공세를 강하게 받아치는 전략을 썼다. 안 후보가 "제가 MB(이명박)의 아바타냐"고 묻자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말하며 말씨름을 벌였다. 그러자 두 사람의 공방을 두고 홍 후보는 "이게 무슨 초등학생 토론이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또 유 후보를 향해선 "방해하지 말라" "(말을) 끊지 말라"고 말하면서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안 후보 역시 박지원 대표가 '평양대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는 유 후보를 향해 "그만 좀 괴롭혀라. 실망이다"고 응수했다. 이번 토론에서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문 후보에게 총 11번의 질문이 몰린 반면, 안 후보와 홍 후보에게는 각각 6번, 유 후보 3번, 심 후보 1번 순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안 후보에게 "보수표를 의식해 색깔론에 편승한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에 안 후보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역(逆)색깔론"이라고 응수했다. 심 후보는 이날 문 후보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이 수차례 연출됐다. 지난 토론에서 문 후보를 공격했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비난을 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막판에는 문 후보와 홍 후보 간 네거티브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홍 후보가 2006년 일심회 사건 관련성을 캐묻자 문 후보는 "성완종 회장 메모에 나와 있는 홍 후보는 유죄냐"고 받아쳤다. 이에 홍 후보는 "그렇다면 왜 두 번씩이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사면을 해줬냐. 맨입에 해줬냐"고 맞받는 등 말싸움이 이어졌다.

安-劉-沈, 洪 후보 사퇴 협공

홍 후보는 이날 3자 협공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심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성폭력을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후보도 "형사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후보는 돼지흥분제 강간 미수의 공범"이라며 "인권의 문제이고 국가지도자와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며 "그것을 가져다 문제 삼는 것은 그렇지만 45년 전 사건에 대해 정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까지 "성폭력 모의를 용서할 수 없다. 국격이 이미 심각히 훼손됐다"고 가세하자 홍 후보는 "제가 사퇴하는 것이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고 받아쳤다. 안 후보는 토론 내내 홍 후보 얼굴을 쳐다보지 않은 채 질문을 했다.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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