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기업인상]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 | 팬데믹 이후 경영화두는 ‘디지털’, 창업 30주년 목표는 매출 3조원 돌파 “세계가 반한 한국의 美, 수출에 앞장… 진정한 선진국 도약하는 가교 될 것”

    2020년 12월 제 123호

  • 남들 부러워하는 기업에 그것도 임원으로 근무하던 중년남성이 홀연히 사표를 쓰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흔히 생각하는 재벌가나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선택한 분야는 화장품 ODM 사업. 유럽과 일본 등 화장품 선진국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한 뒤 품질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설계, 개발 능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유통망을 확보한 판매업체에 상품이나 재화를 공급하는 생산방식) 사업에 자신과 가족, 직원들의 명운을 걸었다.

    그야말로 맨주먹 불끈 쥐고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기반을 닦았다. 무엇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기술 제휴처였던 일본의 화장품 ODM 업체와 결별을 선언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혹독했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고객사와 신뢰를 중요시하고 기술(R&D) 강화에 더욱 힘썼다. 그렇게 4년이 지난 후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이 300억대로 이르다 싶었지만 중국에 일찍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품질을 인정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본격적으로 거래도 시작하고, 이후 2015년 매출 5333억원을 넘어서자 이탈리아 회사를 제치고 전 세계 1등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올해로 창업한 지 28년, 40대 중반에 창업에 나선 이는 이제 70대 중반이 됐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영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매경LUXMEN 올해의 기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이다. 1992년 46세의 나이에 창업에 나선 그는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을 만큼 경영에 전념하며 코스맥스를 세계 1위 화장품 ODM 기업으로 키웠다. 창업 28년 째, 이제 코스맥스의 고객사는 600여 곳으로 늘었다. 미샤, 닥터자르트, 클리오, LG생활건강,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유니레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들이 코스맥스의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입혀 판매에 나서고 있다.

    “창업하고 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데 꼬박 6년이 걸렸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네요. 일본 제휴선과의 결별, 공장 인허가 문제, 정말 문도 못 열고 그만두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매출이 500억원을 넘기니 화장품 회사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간 20% 이상의 안정적 성장으로 지난 2015년부터 글로벌 No.1의 지위를 갖게 됐습니다.”

    과연 그가 일군 코스맥스 성공가도의 주춧돌은 무엇일까.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만난 이경수 회장은 “존중, 성실, 창의혁신, 프로정신, 환경경영, 나눔경영, 이 여섯 가지가 코스맥스의 가치인데, 이 중에 존중과 성실, 창의혁신, 프로정신이 신뢰를 쌓게 했다면 환경경영과 나눔경영은 사랑이란 명제를 만드는 축”이라며 “코스맥스의 핵심가치는 신뢰와 사랑”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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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1946년 황해도 송화군에서 태어났다. 경북 포항고,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제약, 대웅제약(전무)을 거쳐 46세의 나이에 코스맥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5년 세계 1위 화장품 ODM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그룹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약 9%의 성장이 예상된다.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생산 규모

    이경수 회장은 국내 화장품 ODM 업체 중 가장 먼저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 2004년 중국에 진출한 코스맥스는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그룹을 비롯해 중국 1위 화장품 기업 바이췌링(百雀羚), 현지 최대 온라인 브랜드인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记)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에 잇따라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그를 가리켜 ‘K뷰티 전도사’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맥스그룹의 사업은 핵심 계열사인 ‘코스맥스’를 필두로 한 화장품 제조업과 ‘코스맥스바이오’ ‘코스맥스엔비티(NBT)’를 주축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 등 두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코스맥스그룹 매출액의 절반은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 현재 코스맥스 글로벌 생산 기지에서 생산 가능한 화장품 연간 수량은 연간 20억 개로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수출지역 역시 100여 개국으로 화장품 산업의 핵심 시장인 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 K뷰티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의 화장품 수출 실적을 보니 프랑스, 미국, 독일이 1, 2, 3위고 한국이 4위더군요. 그 다음이 일본, 이탈리아였어요. 수출실적에서 일본을 이길 만큼 전 세계에 한국 제품이 가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이제는 결실을 제대로 주워 담아야죠.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인정하는 계기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가 쓰는 생활용품이 고급 제품이란 걸 인정받아야 합니다. 특히 문화상품은 이제 ‘메이드 인 프랑스’와 경쟁해야죠. 프랑스는 이미 서구의 톱이고, 여기에 맞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톱이 되면 품격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겁니다. 2023년이 되면 전 세계 10대 도시 중 9곳이 아시아 도시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2030년엔 세계 5대 국가 중 네 나라가 아시아에 있을 거랍니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프랑스보다 유리하지 않을까요.” ▶기술 혁신만이 살길, 코로나19 영향에도 그룹 성장세 꺾이지 않아

    이 회장은 틈만 나면 “트렌드가 빠른 화장품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 없는 ODM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젤아이라이너’ ‘CC크림’ ‘쿠션파운데이션’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등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혁신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도 코스맥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체 기술개발(R&D) 능력을 꼽는다.

    코스맥스 연구소인 R&I센터는 연구개발을 통해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이 담긴 ‘Research&Innovation’의 약자다. 여타 업체들이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분야를 구분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코스맥스의 R&I센터는 두 부서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기초와 색조를 통합해서 기술의 성격이 유사한 제형을 접목해 제품 개발에 시너지가 발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브랜드가 소비자를 이끌었습니다. 모바일이 일상이 된 지금은 소비자가 트렌드를 선도하며 브랜드를 이끌고 있어요. 당연히 소비자 개개인의 개성에 맞춘 맞춤식이 돼야죠. 그러려면 소비자의 욕구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글로벌 시장이 대상인 건 자명한 일입니다.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 세계 각국에 배달되는 세상 아닙니까. 앞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맞춤식으로 재빠르게 충족시켜주는 기업이 떠오를 겁니다.”

    이러한 기술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코스맥스그룹은 올해 약 9%의 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조업 분야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 일궈낸 결실이다.

    “연초에는 20% 성장을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10% 조금 못되게 성장할 것 같습니다. 중국 시장이 빠르게 회복됐고, 건강기능식품이 약 40% 성장한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회복이 더뎌 마이너스인 게 아직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아직 결산이 진행된 건 아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약 9% 성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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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M을 넘어 OBM으로 승부

    올 초 이경수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어디에서도, 누구와 함께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중심이 되자’는 경영키워드를 공유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인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사랑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주인의식을 갖고 원료·부자재 업체, 고객사, 이종산업 등 모든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는 각오다.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사업에 대한 구상도 구체화했다.

    기존 ODM이 고객사가 제조사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자체 기획한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이라면 OBM은 제품을 연구해 개발·생산하는 기존 ODM방식에 그치지 않고 코스맥스가 한발 더 나아가 제품의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는 방식이다. 좀 더 쉽게 말해 기존에는 연구∙개발∙생산(ODM) 방식의 상품 개발이 이제는 제품의 브랜드부터 용기∙디자인∙개발∙생산∙마케팅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원 스톱 솔루션(One Stop Solution)을 제공하는 OBM 서비스가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에서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2015년 한국에서 OBM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다. 지금까지 100여개 브랜드에 대한 상표등록을 마쳤고, 약 200여 개의 제품을 개발했다.

    “처음 창업할 땐 연구소와 공장이 있어야만 화장품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바일이 중심이 된 지금은 전혀 다르죠. 연구소와 공장이 없어도 자사의 유통체인에 자사 브랜드를 입힌 화장품을 팔려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요즘은 중국의 왕홍처럼 1인 회사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마케팅 부서가 따로 없는 그들에게 저희가 마케팅까지 지원해주는 OB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OBM 진출 국가도 확대돼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신규 OBM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이경수 회장은 최근 글로벌 뷰티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 전 단계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 ‘신제품 개발 속도 개선’ ‘클라우드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코스맥스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도 예고되고 있다.

    “2022년이면 저희 회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그룹이 전체적으로 디지털화돼 있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개성을 고려한 맞춤식 제품을 생산하려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대상으로 처방이 완성돼야 합니다. 물론 속도도 빨라야죠. AI가 바둑을 둘 때면 한 수를 놓고 승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잖아요. 우리 연구원들도 그런 방식으로 스피디하게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래처가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늘면 마케팅도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야죠. 그때가 되면 각 부서 전체가 디지털화되면서 한 번 더 변신할 겁니다. 아마도 OEM, ODM, OBM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또 다른 방식으로 달라지겠죠. 물론 그러한 변화를 미리 가져오고 선도해야 합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창업자의 길을 가겠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후배 창업자들에게 “일단 뛰어들었다면 어려움이 닥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맡고 있는 업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죠. 그런 행동이 습관이 되면 주변에 나를 도와주려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직장생활을 대충대충 한 사람이 밖에 나가 사업한다고 하면 누가 도와주겠어요. 그런 습관은 자기 사업을 한다고 하루아침에 몸에 배는 게 아닙니다. 바로 그 습관이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죠. 습관과 신뢰가 창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내, 서성석 회장

    이경수 회장은 창업 후 지금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주저하지 않고 아내이자 2대 주주인 서성석 코스맥스그룹 회장을 꼽았다. 두 사람은 성균관대 뒤편에 자리한 하숙집에서 직장인이자 대학생으로 만났다. 당시 이 회장은 동아제약에 근무했고 서 회장은 숙명여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공장 땅 보러 다닐 때도 같이 다니고 초창기 직원이 얼마 안 될 때 생산도 같이했다”며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개인생활도 포기하고 저와 회사에 올인했다”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대담 홍기영 국장·김주영 부국장 정리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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