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투자 전략] Part Ⅰ포스트 코로나 경제흐름 | 미국 등 주요국 더딘 회복세 가능성 높아, 위기의 한국… 탈세계화에 수출 충격 지속

    2020년 06월 제 117호

  • 팬데믹 충격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 V자 회복 기대난

    산업계 디지털 전환 가속… 재테크는 안전자산 선호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경제 활동 재개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여전히 팬데믹 공포가 지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요국들은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정면충돌 양상이다. 자국 중심주의의 강력한 대두는 그동안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세계 질서에 새로운 도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제로금리와 큰 정부는 일상이 됐다.

    말 그대로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본격화한 것.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위기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산업 측면에서 사회 전반에 비대면(언택트) 활동의 확산이 본격화됐다. 관련 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따라 원격의료·온라인 교육·온라인 쇼핑·화상회의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래경제를 향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융투자 산업도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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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에서 코로나19가 잦아지는 기미가 보이면서 상황이 최악을 벗어났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봉쇄조치도 풀리는 추세다.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쇼크 상태에 놓였다는 현실인식에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해선 전망이 제각각이다.

    최상의 경우는 글로벌 경제의 가파른 경기반등이다. 이른바 ‘V자형’ 회복 전망이다.

    ▶세계경제 ‘V字형 회복 어렵다’ 전망 많아

    일부 전문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1~2분기 급락세를 보인 뒤 하반기부터는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최근 제롬 파월 미 FRB 의장은 ‘V자형 반등’ 가능성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의 ‘2차 감염 확산’이 없다면 경제는 올해 하반기에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 각국이 경제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전한 경제활동이 쉽지 않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경제 회복 형태가 스포츠의류 브랜드 나이키(NIKE) 로고를 뜻하는 ‘스우시(Swoosh)’형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급격하게 감소한 미국과 유럽의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말이나 그 이후까지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등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회복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 실업이 급증하면서 경제활동이 완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봉쇄가 완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재확산 위험을 우려한 소비자들도 예전처럼 소비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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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사들은 승객 수가 빨라도 2022년이 돼야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재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고 사치재 구매를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도 이 같은 경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이 같은 예상은 2차 대유행이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가을이나 겨울에 바이러스가 재유행할 경우 스우시형 회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한다. 이마저도 향후 낮출 공산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도 각국의 봉쇄조치가 소비·투자·수출 등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산업 생산도 움츠러들어 올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신흥국은 출렁이는 원자재 가격 등에 타격을 입어 ‘플러스(+)’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0.1%로 전망됐다. 미국(-6.4%)이나 유로존(-8.1%)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셈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중국(2%), 인도네시아(0.8%)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간한 주요 20개국(G20)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예상했다. 이는 G20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것이며, 1월에 제시했던 전망치 대비 하락 폭은 3.4%포인트로 가장 적었다. 이 같은 전망치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세계 경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돼 있는 데다, 미중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공산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실물경제 침체나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국내외에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낙관론을 편 셈이다. 하지만 KDI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경우 성장률이 –1.6%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KDI의 제언은 ‘신중한 재정정책+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요약된다. 추가적 재정 지출의 규모와 구성은 향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자칫 재정적자가 국가 경제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각 우리나라 내지는 아시아권, 그리고 금융시장에 국한된 문제였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문제는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실물로부터 금융을 포함한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는 위기이고 전염병의 치명도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회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간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 피해 규모가 큰 데다 2차 전염 대유행을 막기 위한 경제활동 제약 병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의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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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세계화가 ‘뉴노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세계 경제의 ‘뉴 노멀’은 탈(脫)세계화다.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전 세계 공장 연쇄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사상 초유의 제조업 마비 현상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물밑에 있던 교역과 글로벌 밸류체인의 구조적 한계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제무역과 해외 직접투자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결과로 세계화 시대가 멈추고 후퇴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중국 내 임금 상승으로 이미 시작된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역시 이러한 추세 속에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통상 환경의 변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발발로 세계화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탈세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효율성이 아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핵심 물자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필요 시 수출입선을 전환할 수 있는 다변화 태세를 구축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호황기에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달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미·중 통상 분쟁 심화,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약화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겹치면서 국제 공조가 어려운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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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하다. 기아차 광주2공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오는 5월 25일부터 1주일간 또다시 셧다운에 들어간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은 정치·경제학적 근거를 들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핵심 산업과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 인도,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은 코로나19로 자금난에 부닥친 자국 기업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저가로 매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중국 등의 대미 투자를 억제해왔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종에 대한 국유화 조치까지 고려 중이다.

    한국 산업계 역시 이런 움직임에 대한 대응에 나설 태세다. 삼성·LG그룹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제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인도 등 신흥국으로 점차 옮겨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흥국 중에서 대체 생산 기지와 소비시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탈중국 논의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산업 구조 및 가치사슬이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여전히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내수시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거대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국이 갖고 있는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또 다른 핵심적인 변화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꼽힌다. 유통,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비대면 경제 확산은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산업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언택트) 관련 산업이 향후 금융 및 자본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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