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투자 전략] Part Ⅲ ➌ 달러화 자산 | 달러화 향후에도 상대적 강세 이어갈 듯

    2020년 06월 제 117호

  • 중국 우한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륙을 횡단해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 수를 급격히 늘려가기 시작한 지난 3월 중순,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 부근까지 급락(환율 급등)했다. 원화값이 바닥으로 치닫고 달러값이 천장을 향해 치솟았다는 의미다. 모든 자산이 이상 증세를 보이며 폭락하는데 달러만 나 홀로 강세였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렇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 종가는 3월 19일에 올해 들어 최저치인 1285.7원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103.605까지 치솟았다. 연초의 96.25보다 7.6% 급등한 수치다. 달러인덱스가 103선까지 오른 건 2016년 말 이후 3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면 달러를 제외한 투자 자산은 위험자산, 안전자산 구분할 것 없이 일제히 폭락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패닉’에 빠졌던 것이다.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는 6% 급락해 2만 선이 붕괴됐고, 뉴욕 증시에서는 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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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시장 불안 상황에선 몸값을 올리기 마련인 안전자산 금도 오히려 급락했다. 국제 금값은 같은 날 온스당 1470.9달러 수준까지 주저앉아 올 들어 최저치를 새로 썼다. 불과 열흘 전인 3월 9일 기준 온스당 1679.8달러였던 점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수직낙하였다.

    이 같은 극단적인 현상은 다행히 오래 지속되지 않고 하루 이틀 만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달러는 여전히 강세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감이 ‘현금 확보 전쟁’으로 불거져 나온다고 분석한다.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확실히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을, 그 중에서도 힘 센 나라의 안전한 통화인 미국 달러를 찾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성희 신한PWM프리빌리지 강남센터 팀장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를 보유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 시기에는 원화 자산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전체 금융 자산의 20% 수준을 달러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오를 대로 올랐을지도 모를 달러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도 어딘가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초보 환테크’족이 적지 않다. 환율은 변동성이 크고 대외적 요인에도 크게 휘둘리기 때문에 덜컥 큰돈을 투자했다가는 달러당 원화값이 급등(환율이 급락)할 경우 환손실만 떠안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냥 불안한 투자자를 위해 주요 시중은행과 외환 애널리스트들에게 올해 달러 전망 분석과 투자 상품 추천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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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불안감이 달러 강세 이끌어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미국 달러가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강세를 이어가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회복 기대감이 내재돼있단 해석이 나온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주요국의 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10.4%의 비중을 기록한 미국이었다. 싱가포르(7.9%)와 일본(7.1%)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특히 저소득층 현금 지급, 실업 보험과 자영업자 지원 등 생계와 고용을 위한 지원책에 총 지출 중 24.7%에 달하는 5515억달러를 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변수인 ‘국제 유가 폭락’도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코로나19로 기름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기름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감산합의에 실패하면서 지난 4월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름을 사가는 데 오히려 웃돈까지 얹어준다는 꼴이었다. 가까스로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OPEC+)의 감산이 5월 1일부터 시작됐지만 골드만삭스는 이 감산 합의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시장에선 여전히 유가 불안 재료가 남아있다고 본다.

    이밖에 달러 강세뿐 아니라 국내 주식 시장에서 비롯된 원화 약세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대표적인 게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수출 산업 위주인 한국 기업의 성장성 전망이 악화된 영향이다. 거기다 외국인 투자자가 해당 종목을 매도한 후 자산을 본국이나 다른 해외 투자처로 빼가는 과정에서 원화 자산을 달러로 환전을 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달러 수요가 커지며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는 흐름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매일 순매도와 순매수를 오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도가 우세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매도한 규모만 약 20조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2분기 이후 매수세로 돌아설지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을 주장하는 측에선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다른 나라 대비 경제적 타격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 평균을 -3.0%, 미국 -5.9%, 일본 -5.2% 등으로 제시했는데, 한국은 이보다는 비교적 높은 -1.2%로 예상했다.

    그러나 비관론도 팽팽하게 맞선다. 2분기 기업 실적에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다시 커지는 등 완전히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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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당 원화값 향방, 코로나19 치료제·미중 갈등에 좌지우지

    비슷한 이유에서 환율의 하반기 향방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 주요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시장의 투자심리도 점차 회복돼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이끌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켰던 3월에는 평균 변동폭이 13.8원(변동률 1.12%)에 달했지만, 4월의 변동폭은 5.6원(0.46%)에 그쳤다. 그러나 달러당 원화값이 연초 수준인 1160원대로 회복하기엔 ‘암초’가 많이 있다는 쪽의 주장도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올해 가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전망하고 있는 만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공포 심리가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재확산 우려와 진정세가 계속 반복돼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산 관련 이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화와 국내 증시, 신흥 통화가 안정적인 강세로 가기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국의 압도적인 규모의 대응책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회복이 가장 빠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둘러싼 미국의 대중국 강경 모드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코로나19 진압이 다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책임론’을 들먹이며 으르렁대는 모습이 벌써 연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물리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보수 세력 표를 결집하기 위해서라도 갈등을 조장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대국 간 갈등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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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맞는 달러 투자법은?

    안정성 원한다면 예금·채권, 위험 선호한다면 ELS·미국주식

    달러값이 더 오를지, 어느 순간 떨어질지는 그 시점이 올 때까진 그 누구도 맞출 수 없다. 다만 달러값이 오를 때를 노려 환차익을 보겠다는 의도보다는 장기적으로 자산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이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PB센터 PB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자산 대부분을 국내 원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 때 원화 자산 폭락을 경험했던 만큼 달러 자산으로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화값이 폭락하면서 환율이 900원 선에서 두 달 만에 2000원으로 튀었는데, 이때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두 배 넘는 수익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해외여행이나 자녀 유학으로 달러 수요가 꾸준히 있는 경우에도 달러 투자가 유용할 수 있다. 만약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져있는 상태(환율이 올라있는 상태)에서 한꺼번에 대규모로 달러 환전을 해야 한다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미리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임 PB는 “달러 자산은 리스크가 커질 때 보유 가치가 더 높아지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자산 포트폴리오에 꼭 편입시키기를 추천한다”며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중 상황에 맞는 효율적 운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달러 보유 방법은 은행의 달러예금(외화예금) 계좌에 예치해두는 것이다. 달러가 쌀 때 사뒀다가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환전해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예금에 넣어두면 환차익뿐 아니라 적립 기간에 따라 기본 예금 금리도 적용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달러 강세 국면서 급격히 늘어 3월 19일 기준 430억9800만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모든 시중은행이 자체적인 달러 예금 상품을 판매 중인데, 그 중에서도 특별금리를 얹어주는 이벤트를 잘 노리면 금리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5월 말까지 ‘초이스외화보통예금’에 가입하면 가입일로부터 2달 동안 연 1.0%의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보통예금 기본금리가 통상 연 0.1%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높은 편이다.

    위험자산보다 안정적면서도 짧은 기간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발행됐던 국내 우량 은행의 달러 표시 자본증권 중에는 2년간 연 4%대 수익률로 6개월마다 달러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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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외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 주식형 펀드 등의 상품을 살펴보자. 다만 이들 상품은 예금이나 채권보다 원금 손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충분히 고려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달러 ELS는 연 6.0%에 달하는 수익률을 맛볼 수도 있는 파생상품으로, 변동성 큰 시기에 특히 줄줄이 완판되곤 하는 환테크 상품이다. ELS는 주요국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정해진 평가일에 가치 변동폭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이자를 지급해주는 게 기본 개념이다. 예를 들어 미국 S&P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80%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이자를 지급받는 식이다. 달러 ELS는 이 상품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발행해 환차익까지 볼 수 있게 했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익성 높은 글로벌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 주식을 공부해보자. 곽병열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차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화상강의 등 ‘언택트’ 트렌드와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은 관련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 적응력이 높은 미국 혁신기업에 투자한다면 자산 성장성과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과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 중인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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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8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 1232.4원으로 마감했다.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보다 좀 더 안정성을 도모하고 싶다면 혁신기업 비중이 높은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곽 차장은 “해외주식형 펀드에 조금씩 자금을 넣는 적립식으로 접근한다면 시장 변동성을 제어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 ▲NH아문티글로벌혁신기업 등의 펀드를 제안했다.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 보험도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AIA생명의 ‘무배당 골든타임(Golden Time) 연금보험’, 푸르덴셜생명의 ‘무배당 간편한 달러평생보장보험’, 메트라이프생명의 ‘유니버셜달러종신보험’, 오렌지라이프생명의 ‘VIP 달러저축보험’ 등이다. 달러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어 보험료 납입 시점보다 달러 가치가 올랐다면 환차익을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도 있다. 다만 상품별로 중도 해지 수수료가 있고,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엔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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