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3.0 전쟁] Part Ⅱ 전기차 뜨니 배터리도 | ‘포스트 반도체’ 놓고 한·중·일 삼국지

    2020년 08월 제 119호

  • #테슬라가 9월 ‘배터리데이’에서 기가팩토리의 30배 규모인 테라팩토리 건설 계획, 반영구 배터리인 ‘100만 마일 배터리’ 기술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내연기관차 가격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배터리 셀 가격(㎾h당 100달러 이하)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 21일 현대차그룹의 ‘안방’격인 남양기술연구소에서 2차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에는 지난 5월 1차 회동과는 달리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핵심 경영진이 함께해 단순히 배터리 협력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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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장 핵심요소다. 더욱이 최근 테슬라의 판매량이 늘고 주가가 폭등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전기차 업체들에게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적이다. 배터리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생산라인이 멈춰 서기 때문이다. 실제 올 초 영국 재규어는 LG화학의 배터리를 원하는 만큼 공급받지 못해 가동을 일시중단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은 지난해 326GWh로 수요 예측치인 190GWh와 비교해 ‘공급 과잉’ 상태이지만 오는 2023년에는 수요량이 916GWh로 공급량 776GWh을 넘어서는 ‘수요 과잉’ 상태가 될 전망이다. 2025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670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 시장(150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의 ‘포스트 반도체’ 역할을 할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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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위치한 기가팩토리. 18만 제곱미터 면적을 갖춘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선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된다.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은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 등 소수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이 선두를 다퉜지만, 올 들어서는 양상이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1~5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은 LG화학이 24.2%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SDI는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7위에 올랐다. 중국의 CATL은 22.3%로 2위, 파나소닉은 21.4%로 3위를 차지했다. LG화학이 선두지만 한국, 중국, 일본 업체들이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한국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4.8%로 지난해 같은 기간(16.4%)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경쟁국 업체들은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이 일제히 감소했으나, 한국 3사 배터리 사용량은 모두 증가했다. SNE리서치는 한국 3사가 유독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각사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주로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EV(95kWh)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71kWh), BMW 330e, 폭스바겐 e-골프 등,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1T EV, 소울 부스터 등 판매 증가로 성장했다고 SNE리서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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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의 전기 자동차 팩용 배터리 셀 모듈


    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1kWh(킬로와트시)당 100달러’가 되면 ‘프라이스 패리티(Price Parity)’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1kWh당 배터리팩 생산 단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전기차와 기존 엔진을 가진 내연차의 가격 경쟁력이 비슷해진다는 의미로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숫자다.

    가격 등가 시대가 열리면 전기차와 내연차의 구입비+유지비가 비슷해지면서 전기차와 내연차가 정부 보조금 없이도 같은 링에서 ‘진검 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1kWh당 생산 단가는 156달러였다. 2013년(1kWh당 663달러)과 비교하면 76.5%(507달러)가 내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배터리 1kWh당 생산 단가는 150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NEF는 “2024년 무렵에는 생산 단가가 94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경우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제대로 된 결합 없이는 치열해진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 이에 따라 3개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동차 업체들과 합종연행을 통해 점유율 확대와 미래형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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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배터리 회사 간 합종연횡 활발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9월 스웨덴 배터리 생산업체인 노스볼트와 배터리 대량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배터리 제조업체 궈쉬안 하이테크의 지분 26.5%를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토요타는 자국의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이미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토요타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도 합작 연구·개발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광폭행보다. CATL은 테슬라, 혼다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와 손을 잡아야 하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

    국내 업체들의 합종연횡도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GM과 미국 오하이오 주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양 사는 합작 공장에서 연간 30GWh 이상 규모의 배터리 셀을 양산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중국 지리자동차와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합작사 ‘베스트’를 설립하며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을 통해 공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당장 테슬라는 공공연하게 독자 배터리 생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구입하고 있는 테슬라는 지난해 배터리 회사 맥스웰을 2억3500만달러에 사들였다. 최근엔 CATL과 공동으로 100만 마일(약 160만 ㎞) 거리 수명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BMW와 토요타 등도 자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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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배터리 동맹 나오나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판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연합전선을 펼칠 기세다.

    삼성·LG·SK 등 배터리 3사 총수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연이어 회동을 가졌다.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체로서도 완성차 업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 올라탈 수 있고, 현대차로서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하고, 전기차 업계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미국 테슬라에 맞서기 위해 배터리를 포함해 삼성전자와 같은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다.

    각 그룹이 다른 장점을 가졌다는 점도 협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지점이다. 지난 회동에서 현대차는 삼성SDI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LG화학에서는 리튬-황·장수명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에서는 리튬·메탈, 전력반도체를 주로 논의했다. 배터리 기술 외에도 삼성그룹의 반도체 기술, SK그룹의 통신 기술, LG그룹의 전자 관련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접목될 수 있다.

    삼성SDI의 한 간부는 “완성차 업체로서는 전기·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로의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한 상황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를 불문한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홀로 기술 개발을 하기에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들고 방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협력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동기가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허침해 소송전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협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ITC 최종판결이 나오는 오는 10월 이전까지 양측이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다시 고발했다. 아직 합의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양 사 간 이견이 큰 게 이유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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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은 누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을 선택한 이유는 신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어떤 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두에 도전하는 CATL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장수명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을 개발 중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파나소닉에서만 배터리를 공급받던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 CATL과 함께 미래 배터리인 ‘100만 마일 배터리(반영구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에 100만 마일(약 160만 ㎞)을 달릴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갖춰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을 휘발유차 수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토요타-파나소닉 동맹도 이르면 2022년부터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2020년 중반까지 적극적인 제휴와 동맹 전략을 통해 테슬라를 추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완성차(현대기아차)와 세계적 수준의 배터리 생산업체 3곳이 한 국가에 있다는 점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CATL 등 중국 업체 들의 ‘배터리 굴기’를 꺾고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판매를 늘려나간다면 금상첨화”라고 전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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