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부동산 시장] 부동산 감독기구 등 집값 대책 실효성 논란 “대세 상승” vs “‘패닉바잉’ 후 3년간 침체”

    2020년 09월 제 120호

  • 정부가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가 청약, 대출, 세금 등 온갖 규제 방안을 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지만 단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장기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매경럭스멘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전문가들은 단기적(1~3년 내)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집값 상승이 멈추는 ‘타이밍’을 두고는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우선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일어나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을 2006년 말과 비교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1만5595건, 9524건으로 두 달 평균 거래량(1만2560건)이 지난해 최고치였던 10월(1만1570건)을 넘어섰다. 월간 기준으로는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06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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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표된 6·17, 7·10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데다 전셋값마저 뛰면서 다급해진 젊은 층이 묻지마식 매수, 즉 ‘패닉바잉’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06년 거래량이 최고치를 찍은 이후 3~4년 동안 서울 주택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정부가 2017년 8·2 대책을 펼친 지 3년째가 넘어가는 올해 말, 2021년 말부터 서울·수도권 주택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빠르면 2022년, 늦어도 2023년부터는 집값 하락세가 시작되고 이 하락세는 최소 3~4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원 대표는 이 기간 동안 서울·수도권 집값이 25~40%가량 빠질 것으로 본다.

    반면 전방위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은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와 임대차법 개정을 통해 전셋값 상승률을 못 박아 놨지만 오히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에 전셋값이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주택 수요자가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서울 강남권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잠실 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이어지고 있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 정부 규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강남 일대의 집값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집값 상승률 둔화는 잇따른 부동산 대책의 발표에 따른 시장의 관망세”라며 “집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노후 인프라 개선, 광역교통망 계획, 3기 신도시 건설, 서울 주택 공급 등 정부가 벌여 놓은 개발사업이 많은데 개발사업은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사업들은 단기든, 장기든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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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핵심지역에 주택공급 감소가 예정돼 있고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 이미 0.5%로 낮은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공급 감소에 제로 금리가 계속되는데 집값 상승세를 막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가량은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내놓은 공급 대책들이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공급 대책 실효성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우선 혼선 끝에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백지화되면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택지를 어디서 끌어오느냐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가 도심 주변 유휴부지 등을 최대한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 8월 발표된 8·4 공급 대책에 따라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과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강남권 유수지 등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들 부지 용도를 상업용지로 바꾸고 용적률을 최대치인 1000%까지 확 끌어올리는 식이다. 효창공원 앞 등 서울 시내 40여 곳에 이르는 유휴 철도 부지도 빠르게 택지 개발이 가능한 국공립 부지다. 이런 식으로 개발할 경우 약 2만 가구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서울 곳곳에 흩어진 자투리땅을 긁어모으는 식의 공급이 집값을 획기적으로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의 자투리땅을 모아도 공급량이 2만 가구로 3기 신도시 예정 규모(30만 가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단기간에 유의미한 주택 물량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속도와 규모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는 도심 고밀 개발과 결합한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 상향 카드가 손꼽힌다. 용적률 완화가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으로 유력한 이유는 기존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 충분한 공급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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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용적률 완화 카드는 정부의 공공재개발·재건축과 맥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높아진 용적률이 가져온 기대수익의 절반가량은 공공임대주택 등의 형식으로 기부채납하는 식이다. 특히 용적률이 낮아 재개발·재건축이 무산된 서울 도심 지구에 대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준다면 주택 공급 속도 자체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반시설이 뒷받침되는 선에서의 용적률 완화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공재건축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기부채납, 이익 환수 등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재개발·재건축은 조합과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어서다. 이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공공 재건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 규모 공공택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지구별 용적률이 160~200% 선인 3기 신도시에 법정 상한 용적률을 220%까지 상향 적용하면 수도권에 5만여 가구를 추가로 지을 수 있다. 새 택지를 발굴해 개발하는 것보다는 이미 개발 중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상향하는 것이라 아파트가 실제 공급되기까지 시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함 랩장은 “풍부한 자족 기능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확보가 병행되면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의 서울 수요 흡수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급 확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도시를 공급해도 서울 집중 현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홍춘욱 대표는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은 서울 거주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자금 있는 수요자를 서울로 집중시켜 서울 집값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서울까지 교통이 얼마나 원활한지가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 도심, 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방안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수도권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정부와 여당이 당장 손댈 가능성이 없는 카드인데도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는 이유는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심교언 교수는 “역세권 용적률 상향 등은 무한정 쓸 수 없는 정책”이라며 “서울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 공급 불안심리가 커져 결국 집값 폭등의 시작점이 된 만큼 규제 완화는 꼭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자칫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 교수는 “정비 사업 규제 완화가 효과적인 공급 방안이기는 하나 유휴용지 활용,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이 두루 병행돼야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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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Q. 하반기 주택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A.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강남구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달리고 있다. 요즘 강북에서 거래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거의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역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초 올해 아파트값이 최소 8%는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미 10%가량 올라서 수치가 무의미해졌다. 집값은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Q.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 이유가 있을 텐데.

    A. 결국 주택 공급에 따라 집값이 좌우된다. 단, 단순 주택이기만 해서 해결될 게 아니라 ‘신축 아파트’가 얼마나 공급되느냐가 관건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새 아파트 공급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로 집값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Q.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소용이 없을까.

    A. 정부의 공급 대책 중에는 역세권이나 재개발·재건축 구역에 대해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규제를 완화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상향된 용적률로 늘어난 면적에 10평대의 임대주택만 잔뜩 지어서는 내 집 마련 수요를 진정시킬 수 없다. 오히려 이들 수요자는 정부의 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공급물량 감소’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용적률을 상향해주는 대신 늘어난 주택을 공공분양·공공임대로 채우고 개발 이익을 환수해가겠다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역시 실익이 거의 없으니 관심을 보이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많지 않다.

    Q. 공급 대책이야 그렇다 쳐도 대출을 옥죄고 실거주 요건과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로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는데,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을지?

    A.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들은, 집값은커녕 모두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임대사업자 혜택이 폐지됐는데, 세제 혜택이 없으면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 임대 공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해지니 전셋값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집값도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임대료 인상이 계속되면 매매가격은 절대 잡을 수 없는데, 주택임대사업자제도는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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