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택트 시대 유통·배송 플랫폼 빅뱅 | Part Ⅰ유통·배송 빅뱅… 코로나 팬데믹에 쿠팡·배민 신유통기업 폭풍성장, 플랫폼이 소비자에 모든 것 제공, 영역 파괴 본격화

    2021년 02월 제 125호

  • 2020년은 코로나19로 유통업계의 명암이 명확히 엇갈렸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고전했지만, 온라인·배송 업체들은 급성장하며, 소비시장의 ‘언택트화’가 가속화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만큼 빠르게 성장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달개를 달아준 격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신선가공 및 각종 식품· 비식품 상품을 당일이나 새벽에 배송 받을 수 있다.

    영화관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하여 영화,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사무실에서 하던 회의는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던 운동은 ‘홈트(홈트레이닝)’ 앱을 통해 집에서 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역대 최대인 160조6000억원을 거쳐 내년에는 18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4년 45조원보다 3.6배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이마케터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이커머스 연매출은 1035억달러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았고 올해도 같은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세계 최대 유통시장인 중국(1위) 미국(2위) 영국(3위) 일본(4위)에 이은 것일 뿐 아니라 독일(6위) 프랑스(7위) 같은 유럽 선진국, 13억 인구의 인도(9위)와 러시아(10위)보다 높은 것이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파트너는 “코로나19가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이커머스 소비의 전체 소매시장 침투율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2021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온라인몰 식품 매출은 2020년에 50%, 음식배달까지 합하면 2019년보다 60% 이상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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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유통시장은 5년치 한꺼번에 성장”

    이 같은 폭풍 성장의 주역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한 신유통기업들이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출범 당시 348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쿠팡 관계자는 “출범 초기부터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고 빅데이터, AI로 소비자 구매량을 예측한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로켓배송으로 배송혁신을 이룬 점이 성장의 배경”이라 설명했다. 채소,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배달하는 새벽배송 개념을 국내에 빠르게 정착시킨 주인공인 마켓컬리의 성장은 더욱 극적이다. 출범 당시인 2015년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9년 4289억원을 거쳐 지난해에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Big Tech)’ 기업도 유통산업을 흔들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2019년 기준 거래액 20조9200억원으로 쿠팡을 제치고 이커머스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톡딜 등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 배달 플랫폼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 거래금액은 2015년 1조5000억원에서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을 넘어, 2020년 11조6000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거래금액 증가율은 50%에 달한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약 80%(2019년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대략 7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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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의 월 사용자 수는 지난해 24.5% 증가했다. 1월 1377만 명 규모에서 12월 1715만 명까지 늘었다. 338만 명이 새로 유입된 셈이다. 후발 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쿠팡이츠의 지난 12월 일 평균 사용자 수는 46만 명으로 1월의 약 3만 명 대비 15배 이상 급증했다. 1월 26만 명 수준에 머물던 월 사용자 수도 12월 들어 284만 명으로 늘며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시장 2위 요기요의 월 사용자도 774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유통·배송혁신의 배경에는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주요 기업들은 고객들의 상품 검색, 제품을 배송하는 물류시스템, 허위상품이나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감시시스템에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쇼핑의 질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기술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면서 이제는 유통기업인지 정보기술(IT)기업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가격보다는 배송의 즉시성, 쇼핑의 편의성, 플랫폼의 전문성 등이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결국 유통의 무게중심은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희 대표는 “2020년 온라인 유통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5년치를 한꺼번에 성장했다”며 “이제는 생필품 중심의 온라인 유통 2.0 시대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신선식품, 패션, 뷰티 제품 중심의 온라인 유통 3.0 시대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에는 소싱·프로모션 같은 전통적 유통 경쟁력이 아닌 플랫폼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목받는 이커머스의 면면만 봐도 네이버는 가격검색, 쿠팡은 물류,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선물시장 등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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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VX가 이용자의 관절 추출을 기반으로 한 동작 인식 홈트레이닝 앱 ‘스마트홈트’를 15일 출시했다.
    ▶플랫폼 간 경계 무너지는 ‘빅블러’ 가속화

    코로나19 이전 유통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이 경쟁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가 일반화되고 있다.

    단숨에 수십 년 업력의 편의점 배달 매출을 반토막낸 배달의민족 ‘비(B)마트’의 급성장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8월 기준 편의점 배달 매출은 2019년 11월과 견줘 반토막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비마트의 매출은 963%나 증가했다. 독점적인 배달 플랫폼인 배민이 마트 품목 배달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낸 것이다.

    동종 업계 간 ‘동맹’ 사례로는 국내 이커머스 11번가와 미국 이커머스인 ‘아마존’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11번가는 쇼핑몰 내 아마존 상품 구매 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직구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로선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관부가세나 배송료 부담을 낮춰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배달 앱인 ‘요기요’까지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어떤 ICT 기업이 요기요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배달 플랫폼 영역까지 전선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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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쇼핑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커머스’ 기능


    유통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확보도 치열하다. 쿠팡의 경우 자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CJ ENM과 JTBC의 연합 플랫폼에 동참했다. ‘오리지널’ 시리즈 등 콘텐츠 제작력과 주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상품을 직접 제시해 쇼핑욕구를 자극하고 판매를 유도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로 고객을 유인한 후 쇼핑욕구를 자극해 판매를 유도하는 방식이 점차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그 배경에 있다.

    주목할 점은 웹 콘텐츠를 통해 자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프트셀(Soft Sell)’ 마케팅이다. 영상을 활용해 사용 상황이나 소비자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 채널에서 제품의 기능·특징 등을 사진과 텍스트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하드셀(Hard Sell)’과 차별화된 방식이다.

    이런 움직임의 또 다른 배경은 지난해 시장이 연 3조원 규모로 크게 늘어난 ‘라이브 방송(라방)’이다. 모바일 실시간 방송으로 제품 설명과 시청자와의 소통, 판매가 한번에 이뤄지는 라방은 네이버 쿠팡 신세계 등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2023년에는 10조원대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거나 쇼핑과 결합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을 묶어 두겠다는 것”이라며 “구매 경험만 제공하는 쇼핑채널에서 벗어나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능력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방위적인 각축전이 벌어지는 이유로 ‘네트워크 효과’와 ‘구독 경제’를 꼽는다. 네트워크 효과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공급비용은 줄어드는 데 비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을 뜻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뒤 소비자 입맛에 맞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제공해 이용자들을 가둬 두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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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빅데이터로 상품 제공·배송

    새해도 유통 배송 시장은 혼돈의 시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비대면 소비라는 지금의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식품 전문 몰, 중고거래 등 전문화된 플랫폼이 올해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온라인 쇼핑의 다양성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 기술 활용에 미래를 걸고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을 검색하거나 이에 앞서 모바일 앱 첫 페이지를 봤을 때 계절, 날씨, 시간대와 같은 외부 환경부터 고객의 과거 검색이력과 취향까지 파악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고객 취향을 저격하는 맞춤형 상품을 큐레이션(추천) 형태로 선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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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


    마켓컬리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농장’팀이 있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다음날 들어올 주문량을 미리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네이버는 이용자 개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심사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AI 시스템 ‘에이아이템스(AiTEMS)’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의 검색 이력과 구매 패턴, 상품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AI가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고객이 주문한 전자상거래 상품을 최대한 빠르게 배송하는 물류시스템 혁신 경쟁도 치열하다. 로켓배송 제품을 싣고 달리는 쿠팡카의 이동 동선은 모두 AI가 알려준다. 배송하는 상품 전체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어떤 순서대로 방문하면 최단 시간에 배달할 수 있는지 지정해주는 것이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는 “온라인 쇼핑은 2001년 이래 거래액이 연평균 19%씩 증가하면서 소매시장 성장을 주도해 왔다”면서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 포털·메신저 기반 IT기업의 시장진입 등 업태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고객정보, 물류, 상품구색 등 기업이 보유한 경쟁역량에 따라 업태 내 차별화하는 과정이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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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컬리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점포 구조조정, 인수·합병, 온라인 협업 및 전환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에 이어 수십 곳 점포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모두 주요 매장 일부를 개조해 온라인 주문에 따른 포장과 배송 공간을 넓혀 이커머스보다 좀 더 빠른 배송을 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등장은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며, 제조 물류 등 타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보다 고차원적인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시장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기술들을 어떻게 잘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에 유통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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