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3.0 전쟁] Part Ⅰ 전기차 개발 전략과 전망 | 테슬라 신드롬, 요동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2020년 08월 제 119호

  •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단연 테슬라(Tesla)다. 지난 12개월간 주가가 무려 500%나 폭등하며 일본 토요타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자동차 회사가 됐다.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은 이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21년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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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3’


    이른바 테슬라 신드롬은 국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 1위는 테슬라 ‘모델3’였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신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델3는 상반기에만 6839대가 판매되며 2위를 차지한 현대차 ‘코나’(4078대)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3위에 오른 기아차 ‘니로’(1942대)의 판매대수를 합쳐도 모델3를 넘지 못한다.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차량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32%에 달한다. 국토부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2만2080대 중 7079대가 테슬라 차량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테슬라 신드롬을 이끌고 있을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첫째, 성능을 논한다. 단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46㎞를 달리는 주행거리가 경쟁차량을 압도했다. 둘째는 테슬라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다. 테슬라는 마케팅 예산과 차량 판매딜러가 없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홍보 효과와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테슬라의 팬덤은)마치 애플이 아이폰에 아무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모델3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결과 90% 이상의 응답자들이 ‘모델3를 재구매하거나 지인과 가족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셋째는 전기차 보조금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한 대당 1000만원 이상 지원되는 보조금 덕을 톡톡히 봤다. 모델3 롱레인지의 원래 가격은 6239만원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4000만원대로 훅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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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성과와 테슬라 주식의 고공행진 덕에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 20일 세계 부호 순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포브스 부호 순위를 보면 단 하루 동안 주가가 10% 가까이 오르면서 머스크의 순자산은 50억달러나 불어났다. 하지만 테슬라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한 수입차 업체 임원은 “테슬라 차량의 글로벌 판매량이 늘면서 그동안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해온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게임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동안 테슬라의 장점이었던 판매방식과 A/S 네트워크, 완성도 등에 대한 불만,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내년엔 현대차그룹의 신형 전기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모델 출시가 이어질 계획”이라며 “올해와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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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3 V10


    ▶파리기후협정,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그렇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가 친환경차 개발과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EU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27% 감축하기로 했다. 규제를 맞추지 못하면 CO₂ 배출량이 1g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처럼 CO₂를 배출하지 않거나 CO₂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국산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 신드롬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그 자체가 혁명인 건 아니다”라며 “이미 각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이 진행 중이며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첫 순수전기차 ‘ID.3’를 출시한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28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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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도 친환경차 정책인 ‘앰비션(Ambition) 2039’를 공개하고 “향후 20년 내에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벤츠는 2039년까지 생산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생산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볼보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신차는 전기차 모델만 생산한다. 일본의 토요타도 내년 초 전기차 전용 ‘e-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6종의 순수전기차를 선보이고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2023년까지 신형 전기차 20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 GMC ‘허머EV’와 캐딜락SUV ‘리릭’을 출시한다. GM의 첫 전기 트럭인 허머EV는 1000마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는 2022년까지 전기차에 115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머스탱’의 EV 모델인 ‘마하-E’를 출시한다.

    지프도 올해 안에 브랜드의 대표 모델인 ‘랭글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전기차 비중을 높이는 완성차 브랜드도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탑재 모델을 출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9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PSA그룹은 올해 전 차종의 약 50%를 전기차로 구성하기로 했다. 인도 타타그룹의 계열사인 재규어랜드로버도 올해부터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갖추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가동하기 시작한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올해부터 연간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이 2021년에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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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기차 시장도 각축전

    테슬라 독주 속에 국내 전기차 시장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우선 프랑스 푸조의 발 빠른 움직임이 눈에 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전기차 버전인 ‘e-208’과 ‘e-2008 SUV’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50㎾h 배터리를 탑재한 e-208과 e-2008SUV는 각각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340㎞, 310㎞를 달릴 수 있다. 100㎾ 출력의 급속 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30분 만에 80%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 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아우디가 출시한 첫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는 가격이 1억1700만원에 달하는 럭셔리카다. 95㎾h의 배터리를 채용한 e-트론은 전용 충전기를 사용해 30분 안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주행거리는 307㎞에 이른다. 제로백이 5.7초에 불과하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아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로 후방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버추얼 사이드 미러’ 기능이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더 뉴 EQC 400 4MATIC 프리미엄’을 출시하며 판매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포르쉐도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터보 S’, ‘타이칸 터보’, ‘타이칸 4S’를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타이칸 터보 S’는 제로백이 고작 2.8초인 슈퍼카다. 르노삼성은 유럽의 베스트셀링 전기차로 이름이 높은 ‘르노 조에’를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완충 시 주행거리가 300㎞인 소형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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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브랜드 최초 순수전기차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미래차 혁신 나선 현대차그룹

    “미래 친환경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존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지난 7월 14일 한국판 그린뉴딜 국민보고대회 현장에서 온라인 방송으로 연결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일성이다.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발표를 진행한 정 수석부회장의 뒤편에는 현대차 ‘프로페시’, 기아차 ‘퓨처론’, 제네시스 ‘에센시아’ 등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가 등장했다. 그는 이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 비전을 말씀드리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친환경차 시장을 순수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나눠 접근하는 현대차그룹의 투트랙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프로페시·퓨처론·에센시아를 차례로 돌아보며 “지금 보인 이 차들은 현대차의 미래 EV 콘셉트카다. 내년은 현대차의 EV 도약 원년으로 첫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차세대 순수전기차들이 차례로 출시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차세대 현대·기아차 EV는 완전 충전하는 데 전 세계에서 가장 짧은 20분이 걸리고, 한 번 충전하면 450㎞를 주행할 수 있다”며 “2025년까지 23개 차종 이상의 EV 모델을 내놓고 2025년에는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를 합쳐) 총 100만 대 이상 EV를 전 세계에서 판매,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는 글로벌 리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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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 첫 EV ‘더 뉴 EQC’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연이은 회동을 가진 정 수석부회장은 이들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세계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LG, SK는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이다.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이들 기업 총수를 연이어 만난 건 배터리 수급과 차세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연합전선 구축의 의미”라고 분석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술면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수소차에 대한 비전 제시도 잊지 않았다. “넥쏘는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중 가장 많은 5000대가 팔렸고 수소트럭은 지난주 스위스로 처음 선적해 앞으로 총 1600대를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의 심장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혁신과 이를 통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분야의 주도권도 약속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차량뿐 아니라 도심 항공기, 선박, 열차, 군사용·빌딩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특히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하늘 위 이동 혁명을 현대차그룹이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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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3세대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도 후끈

    여기선 잠깐, 그런데 현재 진일보한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00㎞ 남짓이 전부인 걸까. 올 1월 출시된 현대차의 최신모델인 2020년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06㎞, 한국GM의 쉐보레 ‘볼트 EV’ 2020년형 모델도 414㎞가 최장거리다.

    최근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속속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는 개발 단계와 기능에 따라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세 구간으로 나뉜다. 초기 전기차가 1세대다. 국내 완성차 모델을 예로 들면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0㎞), 기아차의 ‘쏘울EV’(180㎞), 르노삼성의 ‘SM3 Z.E.’(213㎞) 등이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200㎞ 이하여서 수도권 등 도심 운행에 적합했다. 2세대 전기차로는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406㎞), 기아차의 ‘쏘울 부스터 EV’(386㎞), 쉐보레 ‘볼트 EV’(414㎞) 등이 출시됐다. 1세대에 비해 배터리 용량은 2배가량 늘었고 주행거리도 400㎞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3세대 전기차가 개발되면 1회 충전으로 500㎞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서울~부산 간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테슬라 ‘모델Y’의 주행거리가 약 506㎞다. 물론 배터리 성능 향상이 관건이다. 완성차 브랜드가 직접 배터리 제조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직접 배터리 제조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은 이 분야에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 투자를 결정했고,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사 PEVE는 대규모 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테슬라도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에서 자사가 개발한 배터리를 시범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그동안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 받아왔지만 최근 LG화학, 중국의 CATL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체 생산을 준비하며 배터리 수급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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