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부동산 시장] 23차례 대책에 누더기 된 부동산 시장 | 들끓는 여론에 ‘화들짝’ 정부, 설익은 정책 쏟아내… ‘자고나면 신고가’에 징벌적 세금, 전·월세 대혼란

    2020년 09월 제 120호

  • 역대 최장 기간(53일)의 장마가 마무리됐지만 수해가 남긴 상처는 전국 곳곳에 여전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부동산 시장에서마저 ‘규제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국민들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최근 여권 단독으로 속전속결 통과된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과 ‘부동산 세금 3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의 후폭풍에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정책에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피해자이고 세수를 늘린 정부만 승자라는 씁쓸한 해석까지 나오고 주말마다 광화문에선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전월세신고제)에 따르면 내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거래를 하면 30일 내에 임대 계약 당사자,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앞서 통과돼 시행 중인 계약갱신청구권제에 따르면 임차인은 2년의 기본 임대기간에 이어 1회에 한하여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전·월세 계약을 2년마다 갱신할 때 임대료 상한은 5% 범위 내로 제한된다.

    임대인(집주인)은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하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는 계약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나중에 다른 임차인과 계약할 경우, 기존 임차인이 이를 알게 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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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시장에선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집주인이 실거주하려는 매수인에게 집을 매도하려 해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유지하기 위해 집을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황당한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8월 11일 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등 이른바 ‘부동산 세금 3법’을 비롯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정 법률 공포안이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된 부동산 3법은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 세율을 현행 3.2%에서 6.0%로 높이고,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양도세 중과세율을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정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 증여 시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 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공포안도 처리됐다.

    당황스러운 것은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려 다주택자의 퇴로를 사실상 차단했다는 점이다. 시장에 많은 매물이 나오게 하려면 보유세는 높이더라도 거래세(양도세)는 낮췄어야 하는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의 의도가 진정성 있는 ‘집값 잡기’라기 보단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세수 늘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도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을 또 들쑤시고 있다. 정부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까지 단속하겠다며 고삐를 죄고 나섰다. 그러나 감독 기구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같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투기꾼을 넘어 범죄자 취급을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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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량 급감했지만 전세는 수직 상승

    한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맞물리면서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한 상황이다. 거래절벽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은 현재(8월 15일 기준) 464건이 등록됐다. 물론 계약과 실거래 신고 건수와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달 신고된 거래량(9529건)과 비교하면 급격히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6월 거래량은 1만5000여 건까지 치솟다가 7월에도 1만 건 가까이 거래되며 잔열이 남아있었는데 6·17 대책에 이어 3주 만에 고강도 세금 규제인 7·10 대책이 나오고, 여기에 8·4 공급대책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관망세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 통계에서 7·10 대책 직전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54.4까지 올랐지만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8월 중순 기준 116.3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집값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부 정책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게 변수다. 오른 전세금이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의 전세 물량은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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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3법을 비롯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정 법률 공포안이 8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진은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그동안 전셋값도 많이 올랐지만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입지와 생활여건이 좋은 곳일수록 매물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바뀐 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잦아진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전달보다 774만원 올랐다. 전세가가 59주 연속 상승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5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상승 추세를 고려할 때 8월 기준 5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8월 13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3만2505건으로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묶는 새 임대차법이 7월 31일 시행에 들어간 여파다.

    새 아파트 단지는 향후 4년간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세를 비싸게 내놓아 전세 호가가 분양가보다 비싼 수준까지 오른 단지도 많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임대 관련 규제를 하면 할수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세입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된다”며 “부동산 시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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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자극 여지 여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자극받을 여지마저 남아있다. 부동산114는 얼마 전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2013년 5억1753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매년 오르면서 7년 만에 2배 수준이 됐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20억1776만원)가 유일하게 20억원을 넘기며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19억5434만원)와 송파구(14억7738만원)가 서울에서 2번째, 3번째로 가격이 높았다. 비강남권에서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급등세였다.

    용산구(14억5273만원), 광진구(10억9661만원), 성동구(10억7548만원), 마포구(10억5618만원), 강동구(10억3282만원), 양천구(10억1742만원) 등 6개 구가 평균 시세 10억원을 웃돈 것이다. 정부 공급대책에 차질이 생겨 ‘청약 대기족’의 눈길이 다시 매수 시장으로 몰리면 더 많은 ‘10억 클럽’ 서울 자치구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과거에도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며 “이번에도 누적된 규제와 투기 단속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잠깐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대책이 확실히 뒤따르지 않는다면 집값이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가격 살펴보니

    문재인정부 3년간 4억5000만원 상승… 노무현 5년간 94% 상승


    김영삼정부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문재인정부에서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액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노무현정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 결과다.

    분석결과 김영삼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6% 올랐다. 김대중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73%나 급등했다. 서울 평균 2억3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1억7000만원(73%) 올랐고, 강남은 2억4000만원(98%), 비강남은 6000만원(30%) 상승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시절 4억원 수준의 서울 아파트는 3억7000만원(94%) 뛰면서 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3.3㎡당 서울 평균 3000만원을 넘긴 것이다. 강남은 4억9000만원에서 10억2000만원으로 5억3000만원(108%) 오른 가격에 거래됐고, 비강남은 2억6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88% 상승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13% 떨어졌다. 권역별로 강남은 16%, 비강남은 7%씩 하락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 다시 반등했다.

    현재 문재인정부 3년 차인 2020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3% 올라 3.3㎡당 5000만원이 넘어간 상태다. 서울은 3367만원(53%) 오른 3.3㎡당 5167만원, 비강남권은 3.3㎡당 2104만에서 3211만으로 53% 올라 강남과 비강남권의 격차가 3.3㎡당 2000만원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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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의 아파트값 상승액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높다. 25평 서울 아파트는 8억4000만원에서 12억9000만원으로 4억5000만원 올랐다. 강남 아파트는 11억원에서 17억으로 6억원 상승했고, 비강남은 5억원에서 8억원으로 3억원이 올랐다.

    강남·비강남 간 격차는 1993년 김영삼정부 초기 921만원에서 올해 9억2353만원으로 100배 증가했다. 정권별 임기 말 강남·비강남 간 전용 59㎡ 가격 차이를 비교하면 김영삼정부 5052만원, 김대중정부 2억3289만원, 노무현정부 5억3742만원, 이명박정부 4억577만원, 박근혜정부 6억1293만원을 기록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일시적으로 격차가 줄어든 것을 빼면 김대중정부 이후 꾸준히 벌어졌다.

    경실련의 조사는 강남 4구 소재 18개 단지와 비강남 16개 단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격은 부동산뱅크 및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 등을 활용해 평(3.3㎡)당 시세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김병수 기자 / 홍장원·정지성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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