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리브라 2.0 vs 중국 인민화폐, 21세기 디지털 화폐 전쟁 불붙었다

    2020년 09월 제 120호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놓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천문학적인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 우려에 몇몇 미 투자은행들은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음을 내놓고 있다. 이와 맞물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IT 기업들은 디지털 화폐 실험에 나서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맞이해 달러 패권을 넘어서는 글로벌 범용성을 지닌 화폐를 설계하겠다는 시도다. 각국 중앙은행이 시도하는 디지털 화폐(CBDC,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중국, 유럽, 필리핀에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 화폐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까지 가세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다가오는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디지털 화폐 시험대로 보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중에서는 페이스북 리브라가 선두에 있다. 지난 4월 새롭게 리브라 2.0 백서를 공개한 페이스북은 각국의 규제와 타협하며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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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각국 규제에 데인 페이스북

    리브라 2.0 백서 공개하며 변신


    “리브라를 통해 전 세계 금융 소외계층 17억 명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는 단번에 업계의 큰 화제로 떠올랐다. 유력 SNS 플랫폼이자 엄청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IT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달러를 포함한 기존 화폐에 대항하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웅장한 프로젝트에 기존 금융사들의 지원사격도 화려했다. 비자, 마스터카드, 이베이, 페이팔, 우버 등 쟁쟁한 금융사들과 플랫폼 기업들이 리브라 협회에 가입했다. 그러나 1년여간 미 정부의 견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규제에 부딪힌 페이스북 리브라의 위세는 다소 꺾인 모습이다.

    현재 리브라 협회에는 페이팔·마스터카드·비자·이베이·보다폰 등은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모두 탈퇴한 상태다. 이들 기업의 빈자리는 현재 쇼피파이(28일 기준 캐나다 시가총액 1위 기업)를 제외하면 대부분 암호화폐 업체들이 채웠다. 리브라 자체의 성격도 이전과 다르게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20년 4월 들어 백서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글로벌 단일 디지털 통화와 거래 플랫폼을 통해 금융포용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과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축통화와 기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 는 우려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수정된 리브라 2.0 백서에는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얻은 피드백을 반영해 내용을 추가·수정하고 출시 일정 또한 기존 6월 말에서 올해 하반기로 연기했다.

    리브라 백서 2.0에는 ▲단일통화(Single-currency)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제공 ▲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안전성 향상 ▲비허가형(Permissionless) 시스템으로의 전환 포기 ▲리브라 준비금(Libra Reserve) 설계에 강력한 보호 기능 제공 등의 변경사항이 포함됐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던 ‘은행 없는 은행’을 자처했던 리브라가 지역 단일 화폐를 추구하는 단순 결제 프로젝트로 다소 격하됐다. 기존 백서에는 스테이블코인 LBR(리브라)를 법정화폐 바스켓 기반(여러 국가의 법정화폐를 묶어서 연동)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수정된 백서에서는 지역 기반의 단일화폐를 이용한 LBR 발행방식을 추가했다. 규제 불확실성을 불식시키려면 단일화폐 기반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지만 그렇게 될 경우 리브라가 강조했던 또 다른 테마 ‘국경 없는 거래’의 의미는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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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이러한 리브라의 입장 선회에 “페이스북 리브라가 단순 결제 프로젝트로 전락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지난 4월 29일 이에 대해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어떻게 세상을 뒤엎는 혁신자(World Changer)에서 페이팔의 아류로 전락했나”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외에 새로운 백서에는 규제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무허가형(퍼블릭)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존 백서에서는 허가형(프라이빗) 거버넌스를 운영하다가 시스템이 안정되면 무허가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바뀐 백서 내용에 따르면 ‘기존 중앙화 프로젝트와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페이스북 플랫폼 경쟁력 여전한 강점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은 다른 위기


    주지한 바와 같이 페이스북 리브라는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전과 다르게 약화됐다. 파트너사의 면면과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변모한 백서 내용 역시 여러 부문에서 축소됐다. 그럼에도 리브라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폄하하기에는 이르다는 평이 많다.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규제 당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기존 규제와의 타협을 통해 여러 리스크들이 오히려 해소됐다는 게 이유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플랫폼의 위력은 여전하다. 현재 페이스북과 그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의 월간 이용자 수만 합쳐도 35억 명이 넘는다. 세계 인구가 약 78억 명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가장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역시 결제 시스템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금융 서비스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결제 시스템 통합에 나섰다.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결제 기능을 한데 모아 서비스 연결성을 강화하고, 자체 디지털 금융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내 발행 예정인 페이스북 자체 가상자산 리브라를 통한 간편결제 가능성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리브라’를 총괄했던 전 페이팔 CEO 출신 데이비드 마커스는 디지털 결제 전담팀 ‘페이스북 파이낸셜(Facebook Financial, F2)’의 수장으로 부임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페이스북이 출시한 결제 시스템 ‘페이스북 페이’를 포함해 최근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페이스북 숍스’ 등 전체 핀테크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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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민은행


    현재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스타그램, 메신저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송금과 결제 기능을 지원하는 ‘왓츠앱 페이’를 처음 선보였으며, 향후 멕시코,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리브라를 페이스북 숍스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산하 앱에서 리브라 결제가 구현되면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각종 디지털 금융 및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노비(Novi) 지갑이 페이스북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 세계 더 많은 중소기업이 페이스북의 소셜 네트워크 광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편 페이스북 플랫폼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경쟁자들의 득세는 리브라 2.0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리브라 협회에서 탈퇴한 마스터카드·비자·페이팔 등의 행보가 매섭다. 먼저 마스터카드는 암호화폐 카드 발행 촉진을 위해 관련 프로젝트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마스터카드 기반의 암호화폐 직불카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비자의 경우에는 크립토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얼마 전에는 블록체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 나섰다. 페이팔은 암호화폐 구매 및 판매 서비스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했다. 이르면 이번 분기 내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강력한 추진 의지까지 보여줬다. 이미 서방 국가의 글로벌 결제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리브라의 자리를 충분히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대표가 미 의회 청문회 당시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경계했던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재 중국은 정부 주도로 중국 인민은행·알리페이·위챗페이 등과 연합해 CBDC의 중국 버전 DCEP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실험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챗페이만 하더라도 2019년 4분기 기준 월간 이용자 수가 8억 명을 넘어서 만약 중국 정부 주도로 14억 인구가 디지털 화폐를 의무적으로 실생활에 이용한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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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디지털 화폐

    온라인 기축통화 시험대


    중국은 일찍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민은행은 중앙은행 산하의 디지털 화폐 출시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지난 2016년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는 65개 관련 특허를 신청하는 등 디지털 화폐 기반 기술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현재 디지털 화폐 발행 및 유통을 위한 관련 법안 제정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에 대해선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테스트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선전(深圳), 쑤저우(蘇州), 슝안신구(雄安新區), 청두(成都)에서 시범 유통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향후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도 제한적으로 유통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디디추싱(滴滴), 메이퇀(美團), 비리비리(B站), 알리페이(支付寶) 바이트댄스(字節跳動)가 전략적 협력 기관으로 선정됐다. 4억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메이퇀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은 디지털 화폐 보급 확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 위안화는 국가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현금과 똑같은 법정화폐 역할을 하면서 본원 통화(MO)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M1(현금+보통예금 통장), M2(M1+정기예금 통장 등 통화)로까지 기능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털 화폐는 2단계 운영 시스템(雙層運營體系)을 통해 보급될 전망이다.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은행에 지급하면, 은행은 100% 준비금을 인민은행에 예치하게 된다. 이후 은행은 일반 고객에게 전자 지갑을 통해 다시 유통하는 이원화된 공급 구조다. 익명성 측면에서도 기존 개방형 암호 화폐와는 다르다. 디지털 화폐는 완전한 익명성을 지닌 비트코인(Bitcoin)과 달리 ‘제한적인 익명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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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화폐는 온라인을 통해 지불되면서 모든 거래 내역이 보관된다. 다만 해당 거래 정보는 당국의 식별이 가능하지만, 철저한 보안 장치를 두게 된다. 알리페이와 같은 모바일 지급 수단과 달리 디지털 화폐는 통신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근거리무선통신(NFC)기능을 활용해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중국에서 디지털 화폐가 선보이게 되면 수백조위안의 경제적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폐 제조 및 유지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디지털 화폐와 연관된 장비 및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로도 불리는 법정 디지털 화폐는 우선 자국 내의 소액 현금소비를 대체할 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에 도전하는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굴기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가상의 디지털 화폐를 구축·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디지털 화폐 사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가 6개월 만에 시험운영이라고 밝혀 디지털 화폐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화상회의 행사에서 강연을 맡은 브레이너드 이사는 “전 세계 디지털 화폐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고려할 때 연준은 디지털 화폐 연구와 정책개발에서 선두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글로벌화를 위해 디지털 화폐 구축에 잰걸음을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연준이 디지털 화폐 실험에 적극 나선 것은 달러화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기존에 연준은 디지털 화폐에 미온적으로 반응했지만 페이스북이 민간 암호화폐 발행에 나선 뒤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약 20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이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발행할 경우 달러화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미국과 중국만큼이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속화를 서두르고 있다. 영국이 모델 수립을 마쳐 미국과 중국을 가장 빠르게 추격하는 가운데 일본·프랑스·스웨덴 등도 CBDC 발행을 염두에 두며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이러한 디지털 화폐 전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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