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으로 삶의 중심이 된 ‘집’ 이제 家電이 나를 드러낸다, 인테리어가 된다

    2021년 02월 제 125호

  • 코로나19 이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말이 유행했다. 디지털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다.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만 연결할 수 있다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디지털 노마드란 단어에는 낭만적 이미지도 스며들었다. 석양으로 물드는 해변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프리랜서가 디지털 노마드의 전형이었다. 국내에서는 홍대나 이태원의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켜거나 캐주얼한 복장으로 업무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의 일원으로 통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노마드는 사라졌다. 집을 떠났던 인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집은 자유와 안전이 공존하는 보금자리가 됐다. 집은 사무실처럼 자신의 삶을 시간 단위로 구속하지 않는다. 지적하고 호통 칠 상사도 없다. 동시에 집은 온갖 전염병으로부터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디지털 혁신은 밖에서 즐겨야 했던 모든 여가와 취미 생활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노동과 여가가 집중하는 인생의 중심 무대로, 집은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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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제공=삼성전자


    집(홈)에 대한 관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우선 표출된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3월 국내 주요 SNS의 ‘홈라이프’ 언급량을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양과 비교해봤다. 그랬더니 지난해 3월 ‘새벽배송’ 언급량은 68% 증가했고 ‘홈카페’는 53% 늘었다. ‘홈베이킹’은 20%, ‘홈트레이닝’은 99%, ‘홈술, 홈바’도 26%씩 각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자사 가전 소비자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세탁기·건조기 사용횟수는 전년 대비 339% 늘었다. 가정 내 오븐 사용도 95% 증가했고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도 100% 늘었다. 이철배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전무)은 지난 1월 1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1 매경 CES 비즈니스 포럼’에서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세탁기와 오븐, 냉장고가 특히 많이 팔렸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 것이 왔다. 회사 사무실의 절반은 비어있고 모두들 재택하며 업무와 여가를 집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이 집에 관심을 쏟으며 가전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가전은 이제 무미건조한 백색가전이 아니다. 나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취향가전’, 가구처럼 공간을 디자인하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 주목받는다. 박찬우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그룹장(상무)은 역시 매경 CES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집은 잠만 자고 아침식사만 하던 공간에서 모든 걸 하는 공간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박 그룹장은 “이제 위생과 건강 못지않게 집에서 나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일도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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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미건조는 싫다… 내 맘대로 바꾸고 가꾸는 취향가전

    2019년 삼성전자는 ‘가전을 나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프리즘을 기반으로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취향가전의 시작이다.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 도어패널 색상은 화이트처럼 기본 색상은 물론 내추럴한 색감의 베이지·올리브, 화사한 분위기의 라벤더·스카이블루, 딥그린·버건디 등 15종 가운데 인테리어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최근에는 가구기업 한샘과 협업해 긁힘을 방지하는 페닉스 소재를 비스포크 냉장고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비스포크 냉장고 구매자는 이사를 갈 경우 새집 인테리어에 맞춰 냉장고 패널을 바꿀 수도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에 대한 소비자 호응은 삼성전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2019년 6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해 10월 말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냉장고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또 한국·미국·유럽·중국·인도 등지에서 지난해 말까지 68건의 디자인권을 확보하며 디자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0’ 금상,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0’ 혁신상, 미국 디자인 공모전 ‘IDEA 2020’ 금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산업디자인 상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비스포크 냉장고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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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비스포크 키친.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냉장고의 ‘취향가전’ 스타일을 기존 패밀리허브 냉장고까지 확대 적용했다. 1도어에서 4도어, 김치냉장고 등 총 10종의 삼성 패밀리허브 냉장고 제품타입 중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주택구조, 취향에 따라 최적화된 제품 조합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삼성전자는 “1인가구든 신혼부부든 4인가족이든 생애주기에 맞춰 추가로 제품을 구매해도 하나의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서 시작한 취향가전 ‘비스포크’ 콘셉트를 식기세척기에도 적용했다. 인덕션과 직화 오븐, 전자레인지에는 비스포크 컬러를 도입해 주방 전체에 일체감 있는 인테리어가 가능하도록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냉장고처럼 전면 도어의 패널을 교체할 수 있다. 삼성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12인용 제품(3~5인 가구에 적합)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주방 인테리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7가지 색상의 비스포크 패널을 마련해뒀다. 가능한 색상은 글램 화이트, 글램 핑크, 글램 베이지, 글램 네이비, 글램 딥 차콜, 코타 화이트, 코타 차콜이다. 비스포크 냉장고처럼,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도 이사를 가거나 주방을 리모델링할 때 패널만 따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 비스포크 인덕션은 상판과 조작부에 서로 다른 색상·재질이 적용된 듀얼 글라스 디자인과 비스포크 색상을 적용했다. 인덕션 4면 테두리에는 메탈 프레임을 적용해 충격으로 인한 측면 깨짐을 방지하도록 했다. 비스포크 인덕션은 또 각 화구를 직관적으로 조작 가능한 개별 슬라이드 방식 패널과, 한층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화이트 색상의 심플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스포크 브랜드 가전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삼성전자 식기세척기와 인덕션 매출액은 지난해 1~10월 기준 2019년 동기 대비 각각 280%, 130%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식기세척기는 국내 가전 소비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제품이지만 점차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어 앞으로 성장세가 더욱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국내 최초의 4단 세척 날개로 ‘입체 물살’을 구현해 사각지대 없이 강력한 세척을 해준다. 눌어붙은 밥풀이나 양념도 깔끔하게 씻어내는 한국 맞춤 기능인 ‘스팀 불림’도 있다”고 했다. 또 위생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세척할 때마다 신선한 물을 공급하는 직수 방식 ▲75도의 고온수를 사용하는 ‘살균세척’ 옵션을 탑재해 대장균·살모넬라균·리스테리아균 등 유해 세균과 로타·노로·A형간염 바이러스를 99.999% 살균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비스포크 직화오븐은 클린 민트, 클린 차콜, 클린 그레이, 핑크, 화이트 등 색상으로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전자레인지도 5종의 비스포크 색상을 도입해 고객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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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오브제컬렉션 가전. 사진제공=LG전자


    삼성전자의 취향가전을 대표하는 비스포크 시리즈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집안 어디에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5가지 색상이 있어 방방마다 인테리어에 맞춰 선택할 수 있고, 취향과 용도에 따라 와인·맥주, 뷰티·헬스, 기타 보관을 위한 내부 액세서리를 고를 수도 있다. 또 2대의 제품을 위아래로 결합하면 공간 절약이 가능하다. 비스포크 콘셉트를 살리되, 주방이라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공간(스페이스 프리) 냉장고’가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의 지향점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주방가전에 이어 공조기기에도 취향가전을 실현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기청정기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해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BESPOKE 큐브™ Air)’를 국내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삼성 공기청정기 ‘무풍큐브’의 청정 성능을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소비자 취향에 따라 교체 가능한 전면 패널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패널은 헤링본과 스트라이프 등 2가지 패턴과 그레이·베이지·테라코타·딥그린 4가지 색상으로 구성됐다. 패턴과 색상을 조합하면 총 8가지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 실내 면적에 따라 비스포크 큐브 에어 1개 제품만 단독으로 두거나 2개를 결합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살균 기능도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비스포크 큐브 에어의 살균 기능은 ▲전기장으로 청정기 집진필터에 포집된 세균을 99% 살균하는 ‘전기 살균 시스템’ ▲산화아연 항균 섬유로 만들어 청정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필터 속 세균 증식을 99.9% 억제하는 ‘항균 집진필터’ ▲팬 가장자리까지 살균하는 ‘자외선(UV) LED 살균’이다. 각 기능은 모델별로 차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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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오브제컬렉션 주방가전.
    ▶흑색가전·백색가전은 안녕… 가구 같은 인테리어 가전

    삼성전자가 취향가전을 앞세웠다면, 라이벌인 LG전자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을 내건다. 쉽게 풀면 가구 같은 가전이다. 삼성전자는 ‘나’를 중심으로 나의 취향, 나의 필요에 맞는 가전이 목표다. LG전자는 어떤 공간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공간과 조화하는 가전을 추구한다. 말은 다르지만 맥은 닿는다. 이제 평범한 냉장고·전자레인지, 검은색 TV는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얘기다.

    LG전자는 2016년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초프리미엄 빌트인”을 기치로 내걸고 ‘시그니처 키친(주방가전) 스위트’와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를 론칭했다. 2018년에는 가전(家電)과 가구(家具)를 결합한 공간 맞춤 주방가전 ‘LG 오브제’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LG 오브제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이며 공간 인테리어 가전의 개념을 진화시켜왔다.

    LG전자는 오브제 컬렉션 가전을 통해 집안 전체의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개념으로 가전을 재해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방, 거실, 세탁실 등 집안 곳곳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전들을 조화롭고 일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구현한 LG 오브제컬렉션은 하나씩 더할수록 집안의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빌트인 타입 냉장고, 김치 냉장고, 1도어 냉장·냉동·김치 컨버터블 냉장고, 식기세척기, 광파오븐, 정수기, 워시타워, 스타일러 등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LG 오브제컬렉션 신제품 11종을 출시했다. 제품군은 더 늘릴 계획이다. 고객들은 제품에 도어가 없는 정수기를 제외한 모든 LG 오브제컬렉션 제품의 전면 재질과 색상을 바꿀 수 있다.

    LG전자는 LG 오브제컬렉션의 색상을 선정하기 위해 세계적인 색채연구소인 미국 ‘팬톤컬러연구소(Pantone Color Institute)’와 오랜 기간 협업했다. 인테리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가구에 주로 쓰이는 소재인 페닉스 재질도 오브제컬렉션에 포함시켰다. 페닉스는 고급스러운 색감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미세한 생활 스크래치에 강해 관리가 쉽다.

    LG 오브제컬렉션은 밀레니얼, X세대, 베이비부머 등 여러 세대가 선택할 수 있게 색상과 재질이 다양하다. 고객들은 페닉스, 스테인리스, 글라스, 메탈 등 다양한 재질과 조합된 13가지 색상 가운데 하나를 냉장고 도어에 적용할 수 있다.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의 경우 도어 3개 각각에 색상을 조합하면 모두 145개 선택지가 나온다.

    LG전자는 고객조사를 통해 세대별로 선호하는 색상을 찾아내 신제품에 반영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X세대와 베이비부머는 그린, 실버, 매트블랙, 샌드, 스톤, 보타닉을, 밀레니얼 세대는 감성적인 베이지, 핑크, 민트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그레이는 세대와 상관없이 호감도가 높았다.

    LG전자는 또 고객들이 오브제컬렉션의 색상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세련된 예술가의 공간을 콘셉트로 한 홈 아틀리에 패키지 ▲화사한 감성의 공간을 지향하는 홈 가든 패키지 ▲현대적 공간에 적합한 홈 카페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종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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