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H는 왜 ‘요기요’ 팔라는 공정위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무한 확장성 지닌 ‘배민’으로 아시아 공략 노린다

    2021년 02월 제 125호

  • 왜 독일계 사업자 딜리버리히어로(DH)는 자신들이 운영하던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를 팔면서까지 ‘배달의민족(배민)’과 합병하려고 하는 걸까. 시장가치 2조원 배달 앱 ‘요기요’를 손에 쥘 기업은 누구인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민은 DH와의 합병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올해 주목해야 할 단 하나의 업종이 있다면 단연 배달업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음식 앱의 예견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주요 대륙에서 배달 앱들은 서로 인수합병(M&A)을 펼치며 배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보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1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 중인 독일의 DH와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을 밝혔다. DH와 50: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본격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포부도 함께 드러냈다.

    꼬박 1년이 지난 2020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DH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DH가 운영 중인 배달 앱 시장 2위 업체인 요기요 지분 100%를 매각하는 게 조건이었다. DH는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였고, 올해 6월까지 요기요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6개월 범위 내 매각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DH는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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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형제들이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배달 앱 ‘BAEMIN’의 라이더 가방.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공정위는 왜 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나

    먼저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이라는 강력한 조건을 내건 이유는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이 압도적인 독과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 합계는 99.2%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배민이 78.0%, 요기요가 19.6%에 달한다. 요기요처럼 DH 소속인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는 각각 1.3%, 0.3%다. 쿠팡이츠와 같은 신생 배달 앱 사용자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DH 측은 시장 획정의 기준을 배달 앱 시장이 아닌 전체 음식배달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음식배달 시장에서는 여전히 배달 앱보다 전화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의 배달 앱 이용 소비자들의 76%는 음식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달 앱을 이용하므로 음식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직접 전화주문은 당사회사(배민, 요기요)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률은 2017년 17%에서 2018년 31%, 2019년 53%로 점차 커진 반면 전화 등 기타 수단을 통한 주문은 2017년 83%에서 2018년 69%, 2019년 47%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앞으로의 배달 시장에서도 배달 앱의 파이가 전화주문 등 기타 방법을 압도할 것이라 공정위는 본 것이다.

    둘째로, 공정위는 신규 업체의 배달 앱 시장 진입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DH와 배민(우아한형제들)은 두 회사의 기업결합 이후에도 시장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를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최근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배달통을 밀어내고 확실한 3위 회사로 발돋움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서울 지역에서 쿠팡이츠가 요기요의 점유율을 따라 잡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배달 시장도 2017년 이전에 5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1위 업체 그럽허브가 단 2년 만에 4위 업체인 도어대시에 1위를 넘겨주기도 했다. 시장 경쟁이 사라질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정위는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 앱이 없었고, 쿠팡이츠가 최근 일부지역에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당사회사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쿠팡이츠가 당사회사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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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로,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합병으로 소비자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수료가 인상돼 이들 앱에 입점해 있는 점주들의 어려움이 커지거나,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할인 쿠폰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를 통한 음식점들의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점주들의 앱 이탈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수료 인상 시에도 음식점 이탈률은 1% 미만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덧붙였다. 유력경쟁자가 제거될 시,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하는 지점을 파악했다고도 했다. 점유율이 보다 압도적인 지역의 경우 주문 건당 쿠폰 할인이 덜 제공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제거되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 배민 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상인들은 대목 시간을 날려 수백만원 이상 피해를 봤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피해 보상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공정위는 추후 사실상 독점 기업이 되면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B마트부터 신선배송 오픈마켓까지 넘본다

    DH가 요기요를 팔면서까지 배민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요기요를 지키면서 기업결합에 실패하는 것보다 훨씬 비즈니스적으로 우위에 있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요기요 없이 배민만으로도 배달 앱 시장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느냐는 물음에서 ‘그렇다’는 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배민의 시장 지배력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을 거치며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배달 앱에서의 영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2000곳 중 92.8%는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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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민족 초소형 배달 서비스 B마트. 사진=우아한형제들


    실제로 2018년 기준 국내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이 55.7%로 1위, 요기요가 33.5%로 2위였다. 하지만 2020년을 거치며 배민의 점유율은 63.2%까지 높아졌고, 요기요는 29%로 내려앉았다. 2년 사이에 배민의 점유율은 더 높아졌지만, 요기요의 점유율은 더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에 요기요가 마케팅비로 2000억원을 시장에 풀었다. 각종 쿠폰 할인 등 서비스를 내놓으며 그해 대거 요기요 가입자가 늘었다. 배민도 그에 맞춰서 무리하게 마케팅비를 쓰면서 출혈경쟁이 심해졌다”면서 “하지만 결론적으로 배민의 시장점유율은 더 높아지지 않았나. 배달 앱 시장 선점 효과가 배민이 확실히 있는 셈이다. DH도 이 같은 출혈경쟁을 할 여력은 없고, 어떻게든 배민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단번에 갖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H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배민을 최대한 활용할 때 이제 막 시작 단계의 서비스 혹은 앞으로 진출할 분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도 배민과의 기업결합이 우선적으로 꼽힌 이유다.

    먼저 국내 기반으로는 배민의 ‘B마트’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하며 커머스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배달 앱은 수수료 문제만 놓고 봐도 각종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커머스 기업으로의 파이프라인 강화는 필수적인 움직임이었다. 초소량 즉시배달 서비스 B마트는 도심 복판이나 도심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중소형 창고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각종 잡화를 배달한다. 서비스 초기 300여 종에 불과했던 품목은 현재 3000여 종을 훌쩍 넘는다. 식품에서 시작해 휴지·화장품 등 생필품, 펜이나 노트 등 문구류까지 포함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마트 방문 수요를 다각도로 흡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지난해 4월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밝혀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달을 기본으로 하면서 배달 외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S25, CU 등 편의점의 영역과 생활잡화 강자인 다이소가 장악하고 있는 유통 영토까지 노리고 있는 게 바로 B마트다. 한꺼번에 장을 많이 보는 것보다 소포장, 소량 제품 등을 배달받기 원하는 1인 가구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면서 “코로나 위험에 집밖으로 나가기를 꺼리는 수요까지 ‘이런 것도 30분~1시간 만에 배달되나’라는 놀라움을 안겨줬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G마켓, 11번가와 비슷한 오픈마켓으로 확장해 배민의 영토를 넓힐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배민은 지역 특산물을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전국별미’ 서비스를 국내 전역으로 확대했다. 전국별미는 배민 앱에서 원하는 지역의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면 산지 직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배민 앱 내 전국별미 아이콘을 누르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판매중개를 신사업으로 내세운 것이다. 전국 산지의 신선식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이 주도했던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를 더 확장하면 전국의 음식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식자재 시장 진출도 하나의 카드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수많은 음식점이 식자재를 각자 구비해서 쓰는데, 아직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산지부터 다단계 유통 경로를 거쳐 식자재를 구입하는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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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형제들이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BAEMIN’ 앱 이용화면.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아시아 전역에 배민 DNA 이식

    무엇보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배민의 노하우를 이식시키면 ‘대박 성공’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세계 3위 규모 음식배달 시장인 한국에서 1위 서비스를 만들어낸 김봉진 전 대표의 역량으로 아시아를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전 세계서 음식배달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아시아 지역으로 전체 55%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40조원 수준이었던 아시아 시장 규모는 2023년 10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근 배달 시장 성장세가 연간 40%에 이를 정도로 급속 팽창하고 있다.

    때문에 DH는 1000만 MAU를 유지해 온 배민 서비스를 이끈 경영진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니콜라스 외스트버그 DH 창업자 겸 CEO는 성명을 통해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을 식구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은 이미 성장세가 가파른 베트남에 2019년 6월 ‘BAEMIN’으로 진출했다. 특히 B급 마케팅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DH가 5조원 가깝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에서의 성과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M&A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베트남은 덥고 습한 기후 탓에 외식보다 배달을 선호해 음식배달 시장이 발달해 있고, 오토바이 보급률은 70%가 넘어 배달 등 운송업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 아울러 베트남 국민 나이가 평균 연령 약 30세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IT 기반 서비스와 플랫폼 적응도 능숙했다.

    그랩(Grab), 고젝(Go-Jek)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미 진출해 있었지만 자체 시장 조사 결과 베트남의 20~30대 여성의 배달 수요가 특히 많다는 점을 파악했다. 배민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 B급 감성 마케팅을 적극 펼쳤고, 1년여 만에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조만간 배민과 DH는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김봉진 의장이 우아DH아시아의 의장을 맡는다. 한국과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배민 지역법인과 12개 DH 지역 법인을 총괄 경영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에 음식배달 열풍이 불었지만, 대륙별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업체는 제각각이다. 아시아에선 DH 외에 ‘우버이츠’ ‘딜리버루’ ‘그랙’ ‘고젝’ 등이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북미에서는 ‘도어대시’와 ‘그랩푸드’, 유럽에서는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닷컴’이 경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배달 앱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독점적인 사업자는 없다. DH는 배민을 등에 업고 음식배달 시장이 가장 큰 아시아를 석권하고 나서, 다른 대륙으로의 진출도 고민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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