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시너지… 정의선의 결단, 미래 新성장동력 로보틱스 진출

    2021년 02월 제 125호

  • 2018년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를 미래 혁신 성장 분야로 선정한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 기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의 지분 80%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총 8억8000만달러(약 9588억원) 규모다. 이는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데 2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정 회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직접 사재 2400억원가량을 출연하기로 하며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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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3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세계 5위권 양산능력을 기반으로 주요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간 밸류체인을 형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전동화 차량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만 아니라 물류·운송, 서비스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마트 로봇 핵심 기업으로, 세계 유수의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 상용화 가속화에 나서게 돼 감격스럽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소프트뱅크그룹도 이들의 성공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산업이 직면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첨단 자동화를 가능케 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고객들을 위해 로보틱스 분야의 쉽지 않은 도전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이후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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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 산업, 로봇 기술 필요성 높아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대에 완전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서비스 등 첨단 시스템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초고도 인지·제어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로봇 기술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히 제어하고 주변 상황의 변화를 즉각 감지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와의 폭넓은 융합이 기대된다. 물류와 서비스 등 각종 산업으로의 확장도 용이하다. 그런 이유로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률도 가파르다. 전 세계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확보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 문화 확산 등도 이러한 경향을 이끌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 등이 널리 활용되는 상황이다. 간단한 안내,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서비스 로봇의 수요도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달러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하며 지난해 444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오는 2025년까지 1772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멜론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되며 일찌감치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개발했고, 이후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고 무게까지 줄인 4족 보행 로봇 ‘리틀 도그(Little Dog)’ ‘치타(Cheetah)’ ‘스팟(Spot)’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에 사람처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고, 2019년엔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Pick),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Handle)을 공개하며 로보틱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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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로봇 시장 본격 진출에 이어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까지 노림수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도심항공 모빌리티(UAM)·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한 뒤 개인용 전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산업은 용도에 따라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현재로선 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운반, 조립, 가공 등 제조 현장의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고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 군사, 구조 등 특수용도와 상업용도, 가사와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개인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개인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특히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현대차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물류 로봇이다. 물류 로봇은 상·하차, 이송, 저장, 피킹(Picking·물건을 집어서 이동) 등 물류 현장, 창고 등의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자동화를 위한 ‘픽’ ‘핸들’ 등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픽은 딥러닝을 사용하고 고해상도의 2차원(2D), 3차원(3D) 센싱을 통해 다양한 박스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움직이는 피킹 물류 로봇 핸들은 기존 로봇이 물품이 쌓여 있는 팔레트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달리 팔레트에서 물품을 하나씩 꺼내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착용로봇과 다양한 영역의 물류 자동화를 위한 모바일 로봇 개발을 강화하고, 사람 눈에 해당하는 3차원(3D) 비전, 로봇팔 등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려 물류 로봇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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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형 로봇 분야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 처음 공개한 ‘스팟’이 주목받고 있다. 네 다리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 안내, 지원이 가능한 대표적인 이동형 로봇이다. 스팟의 후면에는 별도로 모듈을 장착할 수 있어 가스 누출 여부 등을 감지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이미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스, 석유, 전력 설비를 감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로봇 영역은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다. 특정 영역을 위한 서비스 로봇에서 범용 서비스 로봇으로 진화하는 것은 물론,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셈이다. 인간형 로봇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려면 다목적 팔과 이족보행 기술이 필수다. 사람과 유사한 손, 다리를 바탕으로 환자 간호부터 집안일까지 대행할 수 있고 최근에는 우주 개발을 위해 우주 비행사를 도울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리포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에 3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에 성공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점프,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전신 이동성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안된 고도의 연구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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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MWC 아메리카에서 퍼포먼스 시연 중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빅독과 페퍼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로봇 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 가격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선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국내외 공장과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해 수요를 확대하고 로봇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신사업을 위해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관련 기술을 모두 갖고 있고 각각의 기술력 또한 모두 글로벌 톱 수준인 기업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선두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로봇 신사업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 영역에서 높은 시너지를 창출해 그룹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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