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수소사업 박차… 중국에 생산기지 건설, 세계 수소연료전지업체 각축장서 ‘진검승부’

    2021년 02월 제 125호

  •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1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유럽,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수소와 산소가 화학 반응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본체, 여기에 수소를 공급하는 장치, 냉각수 열 관리 장치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했으며 산업부는 지난달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수출을 승인하기로 의결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부품으로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장치다. 이 기술은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국가 핵심 기술로 수출을 위해선 산자부 산업기술보호위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는 올해 2월 말 착공해 2022년 하반기부터 연간 6500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앞으로 중국 중앙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 능력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수소시장에 주목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이미 세계 수소연료전지 업체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와 경쟁하기 위해 ‘미라이’를 출시 중인 일본 도요타는 지난 2017년 장쑤성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고, 지난해 6월 광저우 자동차그룹 등과 연구개발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캐나다 발라드, 독일 보쉬, 미국 누베라 등 글로벌 연료전지 업체들도 중국 현지 생산 공장과 기술 연구소, 대학·연구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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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수소모빌리티
    ▶2050년 글로벌 수소경제시장 3000조원

    국내 수소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중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생산기지 구축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 분야에서 2018년 아우디와의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커민스사와 친환경 파워트레인 공동개발협약을 맺었고, 2020년 유럽 수소저장 기술 업체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출을 시작한 바 있다. 수소 관련 산업의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에는 글로벌 수소경제시장이 연간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의 부가가치와 3000만 개 이상의 신규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이 동참해 수소사업을 적극 펼쳐 나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4일 신년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인류를 위한 수소’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HTWO(Hydrogen+Humanity)’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분야의 동력원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소차라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 글로벌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생산을 넘어 최근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자체에도 주목하며 이 부문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은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수소를 뜻하는 분자식(H2)이자 수소(Hydrogen)와 인류(Humanity)라는 수소연료전지 사업 두 축을 표현한 해당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는 국내,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030년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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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1월 20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울산 화력발전소 내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의 모습


    현대차그룹이 수소차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외국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넥쏘’를 통해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2019년 4987대가 팔려 이 부문 세계 1위에 오른 넥쏘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292대가 팔렸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30톤급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양산·수출하는 등 그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확대를 이끌어왔다.

    현대차는 수소 산업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5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차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현대모비스는 2022년까지 연간 4만 대 규모의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능력을 갖추고 현대제철은 수소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10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함께 수소트램 생산에 나선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지난해 10월 한국가스공사와 SPG수소,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등과 함께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수소생태계 구축을 구체화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6개 회사는 회사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순도 수소의 생산·운송·유통과 수소충전소 운영 및 수소차 보급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하이넷이 건설하고 있는 당진 수소가스 출하센터가 완공되면 수소 유통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넷 당진 수소가스 출하센터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 수소공장에서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면 현대글로비스가 수소전용 이송 특수차량에 실어 수도권과 충청권에 있는 하이넷 수소충전소로 가져간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전용 이송 특수 차량인 튜브트레일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1회 최대 340㎏ 운송이 가능한 차량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재활용해 2016년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 수소공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3500톤이지만, 출하시설 부족 등으로 약 1600톤 공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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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 수출에 성공한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소 전기 트럭’


    이번 부생수소 출하센터가 완공되면 나머지 부생수소 물량도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수소공장 생산능력은 1회 수소(6.33㎏) 충전으로 609㎞를 주행할 수 있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연간 2만㎞씩 달린다고 가정할 때 1만7000대를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소 산업 등 미래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과 고민으로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며 수소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수소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출하설비 공사 진행에 한창이다. 꾸준히 시설을 확충해 연 3만7200톤까지 수소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도 현대제철에서 만들고 있는데 4만6000대까지 생산능력을 늘린다. 제철소를 포함한 주요 사업장 내 대규모 중장비, 수송용 트럭, 업무용 차량 등에 대해 수소전기차(FCEV)를 도입하고, 사업파트너사와의 거래에 사용되는 다양한 수송 차량에 대한 FCEV 전환에도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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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 수소 공급망 관리

    현대글로비스는 개발 중인 ‘수소 공급망 관리 최적화 플랫폼’ 구축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해 적재적소에 수소를 공급, 물류 효율화를 이끌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충전소의 수소 잔량, 튜브트레일러 운영현황, 일일 수소 출하량 등 각 과정의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운영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적의 충전 공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소 공급을 원활화하고 불필요한 운송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손잡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액화수소운반선 시장 개척에 나선다. 수소운반선을 국적 선사와 조선사가 공동 개발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건조 기술에 현대글로비스의 운송 역량을 결합해 ‘블루오션’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은 한국선급(KR)과 선박 등록기관인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2만㎥급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선급 기본인증은 선박 기본설계의 적합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인증서를 받은 선박은 상업적으로 실제 운항이 가능한 세계 최초 대형 액화수소운반선이다. 대량의 수소를 선박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부피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액화 공정이 필수적이다. 액화수소는 수소가스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로 작아 저장과 운송이 훨씬 쉽고 경제적이며, 기체 상태의 수소를 더 많이 담기 위해 압축하는 방법보다 안전성도 뛰어나 사업성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이중구조의 진공단열식 탱크를 적용해 단열성을 높여 운항 중 발생하는 수소 증발가스를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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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현대모비스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울산에 이어 2019년 충주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공장을 준공해 작년 8월부터 수소연료전지 양산을 시작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2022년까지 연 4만 대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제3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현대건설기계와 함께 지난해 수소에너지 기반 지게차도 개발했다. 현대모비스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수소지게차는 최대 5톤의 화물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중대형 차량이다. 완전 충전하면 5시간 연속 운행이 가능하다. 실내에서 작은 물건을 나르는 소형 수소지게차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중대형 수소지게차를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수소지게차에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적용됐다.

    현대로템은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수소충전 인프라의 핵심 장치인 수소추출기의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수소추출기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다.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에 들어가는 열교환기와 압력변동 흡착 용기(PSA)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올해 3월까지 소모성 자재인 촉매제를 제외한 전 부품의 국산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열 교환기는 원료인 가스와 수소 간의 열을 교환하기 위한 장치이며, PSA는 수소추출기에서 생산된 수소의 불순물을 걸러내 고순도의 수소를 추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다.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는 압축기, 차량에 수소를 주입하는 디스펜서와 같은 수소충전소의 다른 핵심 설비들도 내년까지 독자 모델을 개발해 국산화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작년 5월 충청북도 충주와 강원도 삼척에서 수소추출기 3대를 수주한 데 이어 같은해 6월에는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수주했다. 올해에는 약 2500억원 규모의 수소추출기와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산업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라 해외 부품이 대부분”이라며 “기술 국산화로 비용을 낮추고 설계·시공·유지보수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열차 조기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수소에너지 기반 철도시스템 연구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측은 국가 차원의 수소 확대 정책에 발맞춰 미래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에너지 기반 철도시스템의 조기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현대로템과 철도연은 트램, 전동차, 기관차 등 수소전기열차를 개발하기 위해 기술을 교류한다. 수소전기열차 조기 도입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도 협력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도 운영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부터 수소전기트램 개발에 착수해 내년 성능시험 플랫폼 차량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전기열차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울산시와 함께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을 위한 MOU를 맺기도 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열차는 수소연료전지가 동작하는 과정에 공기 정화 능력이 있어 도심 공기 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공해 배출이 전혀 없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등 주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모듈화해 차량 지붕에 탑재해 저상형 구조를 실현할 수 있어 객실 공간 효율성이 우수하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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