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유망 AI 기업 100곳 분석해보니… 모빌리티·핀테크·헬스케어 스타트업 눈에 띄네

    2021년 02월 제 125호

  • “대한민국 ‘인공지능(AI)강소기업’ 어디 없소?”

    요즘 기업 C레벨들이 어딜 가나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다. 전 산업군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AI를 접목하기 시작했고, 지금 당장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AI가 예측한 ○○○’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향후 5~10년 성패를 가를 블루오션 사업도 AI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 같은 혼돈 속에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이에 럭스멘은 대한민국 유망 AI 기업 100곳을 분석했다. 지능정보산업협회(회장 장홍성)는 지난해 12월 AI 기술과 다양한 산업(X)의 융합을 통해 미래 혁신을 주도할 100대 국내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심사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와 AI 산학연 전문가 20인이 참여했다. 심사 결과 ‘2021 Emerging AI+X TOP 100’이라는 이름으로 100곳의 기업을 뽑았다. 이들 중 주요 기업들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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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스마트카?

    골프카트·컴바이너부터 혁신


    AI 기업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세계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필수 기술이자 범용기술로 각광받으면서 분야가 워낙 광범위해진 데다, 글로벌 시장도 아직 초기여서 전 분야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100대 유망 AI 기업으로 꼽힌 ‘펀진’이 대표적이다. 펀진은 이동통신사의 무선망 최적화 사업으로 시작해 비전컴퓨팅 연구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한 업력 15년의 강소기업이다. 김득화 펀진 대표는 “사람을 대신하는 일은 작은 일이어도 굉장히 복잡하고 대중화하는 것도 어렵다. 흔히 AI가 작은 오차도 없이 완벽할 것 같지만 ‘정확도 100%’면 동작 자체를 안 한다. 사람처럼 오차가 있어야 학습 가능하다”며 AI 산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마트카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로 도로를 달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탑승용은 ‘안전’ 이슈가 너무 커서 보안장치도 많이 필요하고 규제도 대거 풀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청소기처럼 AI 기능이 망가져도 크게 상관없고 약간의 오류나 실수가 있어도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산업들이 먼저 치고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생각에서 펀진이 먼저 진출한 분야는 농기계와 골프카트 같은 ‘특수차량’이다. 김 대표는 “사람이 탑승하는 자동차는 개발부터 출시까지 탄생주기 자체가 3년으로 길다. AI 비전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것이 3년 후 상용화된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농기계나 골프카트 같은 특수차량은 바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로봇’으로 분류되어서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흔히 모빌리티라고 하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을 떠올리는데, 공사용 차량처럼 도로를 달리지 않고 작업을 수행하는 ‘특수 목적용 차량’도 많다. 통상적으로 1년 정도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

    특히 펀진은 비전컴퓨팅 SW와 차량에 장착하는 HW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 글로벌 기업 인텔의 파트너사 자격을 획득했고, 포드 자동차 지능형 차량 감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기계회사인 대동공업과 ‘자율주행 컴바이너’를 개발하고 있고, 자율주행 골프카트도 곧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라며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포드에 준하는 자동차 회사 등과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대동공업과 손잡은 농기계 분야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수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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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카드·보험을 바꾼다… 인공지능 금융 프로젝트

    에이젠글로벌은 금융 데이터에 특화된 AI 플랫폼으로 금융을 혁신하고 있는 회사다. AI 금융이라고 하면 흔히 챗봇이나 로보 어드바이저를 생각하는데, 이 회사는 ‘금융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은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대거 활용하면서도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업종 중 하나다.

    에이젠글로벌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솔루션은 카드 부정거래 탐지, 은행 대출 심사, 보험금 청구 시 클레임 분류 등 다양한 업무에서 사람이 할 일을 줄여주면서 데이터 융합을 통한 의사결정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고객사 데이터 수백만 건을 학습했고, 매일 업무를 처리하면서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현대카드, 삼성화재 등 국내 최고 금융그룹들이 이 회사의 AI 솔루션을 사용한다.

    강정석 에이젠글로벌 대표는 “금융 특화된 머신러닝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미국에 두 곳 정도 있는데, 제조·의료 등 범용적인 산업용 솔루션이다. 금융 모델링 기반의 특화된 회사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핀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민첩함’과 ‘끊임없는 혁신’이 기존 금융그룹들의 화두가 됐다. 예전에는 리스크팀에서 심사모형 같은 ‘금융모델’을 만들려면 길게는 1~2년이 걸렸고, 복잡한 모델이다보니 리스크팀에서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AI 플랫폼을 사용하는 요즘은 2~3주면 개발할 수 있고, 사용법도 간단해 마케팅이나 전략팀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카드 부정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룰 기반으로 고객이 해외에 나가서 몇 번을 썼는지 일일이 조합하던 것을, AI 학습모델을 만들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패턴이 생겨도 바로 학습시킬 수 있고 업무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이젠글로벌은 최근 싱가포르 통화청이 선정한 글로벌 기업 2위에 뽑혔다. 앞으로 한국 우수한 AI 금융을 동남아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미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AI 뱅킹 서비스를 론칭했다.

    강 대표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데이터 플랫폼, 전자결제 지갑, 이커머스 쇼핑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현지 은행들은 아직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금융사들이 이 부분들을 공략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을 하고 싶다. 현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금융기관과 연계시키면 뱅킹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한국 금융그룹들의 글로벌 진출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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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제조…

    공장자동화 솔루션 뜬다


    제조업 현장에도 활발하게 AI가 접목되고 있다. 제조설비가 가동되는 공장은 초당 수천만 건의 데이터가 쏟아지는 ‘빅데이터의 보고’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공장 설비의 센서데이터를 분석해 AI를 접목시키면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인을 알 수 없던 불량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빅데이터를 제대로 가공하고 분석하는 곳은 많지 않다. 가장 활발하게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다.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답게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제조 공정을 고도화하고 불량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AI와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스텔은 반도체 분야 스마트팩토리 SW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회사다. 20년 넘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산업에서 노하우를 쌓았고, 반도체 엔지니어링 자동화 SW와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운규 비스텔 대표는 “세계 10대 반도체 생산 기업 중 8개 회사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매출에서 해외 수출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다”며 “앞으로 에너지,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해 퀀텀 점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스텔 임직원의 3분의 1은 연구개발(R&D) 인력이며,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40명이 일하고 있다. 최 대표는 “스마트제조 팩토리 플랫폼이란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계학습과 AI 기술을 적용해 분석 및 예측기능을 더한 생산관리 SW 시스템을 말한다”면서 “작년 350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무역 1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6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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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진 ADAS 자율주행
    ▶일상이 된 ‘챗봇’… 병원에서는 진료보조 ‘AI 닥터’

    ‘챗봇’과 ‘AI 음성비서’는 이제 일상이 됐다. 대부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는 전화 목소리는 AI 음성비서(SK텔레콤 ‘누구 케어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폭증하는 자가격리 모니터링 수요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주역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과 금융사가 도입한 챗봇 서비스는 다양한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24시간 고객 불편을 처리하고 있다. 정해진 몇 개의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진화하고 있다.

    유망 AI 기업으로 뽑힌 와이즈넛은 언어처리기술 기반의 검색 SW 개발로 시작해 최근 각광받는 AI 챗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다. 자연어처리, 머신러닝, 마이닝, 의미분석, 추론 등의 기술을 확보했으며, 글로벌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고객사는 3700여 곳에 달한다. 서울시 대표 안내 콜센터인 120 다산콜센터 ‘서울톡’, 경기도청 ‘세정봇’, LX한국국토정보공사 ‘랜디톡’,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봇’, 신한은행 고객상담 챗봇 ‘쏠메이트 오로라’, 신한은행 직원용 업무지원 챗봇 ‘AI 몰리’, 아주대학교 입학처 챗봇 ‘새봇’, 중앙대학교, 한국남부발전 등이 와이즈넛 챗봇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축형 챗봇인 ‘와이즈 아이챗’은 국내 품질인증 최고 등급인 GS(Good Software) 1등급을 획득하며 기능성, 신뢰성, 효율성 등 국제표준의 세부 항목을 모두 통과했고 조달청 나라장터에 챗봇으로는 처음 등록됐다”며 “구축형 챗봇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을 위해 만든 ‘현명한 앤써니’는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형 챗봇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병원 현장에서도 다양한 AI 솔루션을 만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CT, 엑스레이 등 의료 영상을 판독해주는 진료보조 ‘AI 닥터’가 대표적이다.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을 선호하고, 국내 대부분의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환자당 진료시간이 3~5분인 상황에서, AI 의사가 영상 판독을 보조하면 의사들은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여러 의료 AI SW 개발기업 중에서 뷰노가 유망 AI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최근 MRI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보조 효과를 인정받은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고, 전립선 MR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PROMISE-I)로도 식약처 인증을 받았다. 뷰노는 지금까지 8가지 의료 AI 솔루션의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이 중 5가지는 유럽 CE 인증을 받는 등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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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즈넛 인공지능 챗봇 SW
    ▶AI 산업 생태계 지도… 금융·모빌리티·헬스케어 유망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선정한 유망 AI 기업 100곳은 분야별로 구분되어 있어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조와 헬스케어, 모빌리티, 금융, 미디어, 교육, 이머징 마켓, 공공 부문 등 산업별 구분은 물론 챗봇, 이미지, 음성, AI 플랫폼 등 기술별로도 유망 기업을 분류해 놨다. 산업(Industry) 분야는 산업 특화 솔루션을 보유한 57개 기업, 기술 기반 융합(Cross-Industry) 분야는 보유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43개 기업을 선정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금융과 모빌리티 기업들이 눈에 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에이젠글로벌 외에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빅밸류, 인피니그루, 딥서치 등이 꼽혔다. 모빌리티는 펀진을 비롯해 포티투닷, 메타빌드,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등 10개 기업이 선정됐다. 헬스케어 분야에는 뷰노 외에도 의료영상 분석기업 루닛과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한 희귀질환 유전체 분석 기업 쓰리빌리언과 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토모큐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제조업에는 비스텔을 비롯해 라온피플, 마키나락스, 스탠스, 미소정보기술 등 기술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몰로코와 인라이플 같은 디지털 광고 업계 강자들도 유망 AI 기업으로 뽑혔다.

    기술별 분류는 복잡하지만, 이미 이름을 알린 회사들이 대거 선정됐다. 이스트소프트와 아크릴, 마인즈랩, 솔트룩스 등이 AI 플랫폼 분야 우수기업에 선정됐고,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 중에서는 셀렉트스타, 슈퍼브에이아이,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기업 크라우드웍스 등이 꼽혔다.

    지능정보산업협회 관계자는 “100개 기업의 리스트와 회사소개 등은 전용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며 “과기정통부 등과 협업해 이들 유망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찬옥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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