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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이제는 아파트 넘어 상가까지, 절차 간편하지만 돈 되는 ‘수직증축’ 성공 사례 드물어

    2021년 02월 제 125호

  • 올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4만551가구의 구축 아파트가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인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한 단지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델링은 아파트 연한 15년 이상이면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축도 아니면서 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것도 아닌 20년 차 정도의 아파트 단지들에게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더 넓힐 수도 있다. 재건축보다 사업 진도가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강남권, 비강남권을 가리지 않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었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 갖는 건 금물이다. 사업성이 높은 ‘수직증축’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국토교통부에서 어떻게 결론을 낼지 불확실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투자 시야를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상가·오피스텔 투자도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는 현 정부가 상가 리모델링에 대해서만은 규제를 완화할 방침을 피력한 걸 잘 이용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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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보다 규제 적어 인기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 측면에서 확실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2019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을 강화했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고,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분양가 산정이 어렵게 됐다. 재건축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 등 지자체도 정부의 규제 기조에 따라 재건축에 부정적 입장인 상황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건물 뼈대를 남기고 짓는 만큼 추진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는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순이다. 재건축은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된다. 또한 재건축은 주민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66.7%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 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조건부 허용) 이하여야 가능하나 리모델링은 B등급(유지·보수)을 받아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초과이익환수제도 따로 없고, 조합 설립 이후에도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다. 인허가도 까다롭지 않아 사업 추진부터 입주까지 빠르면 6~7년 안에 가능하다. 때문에 리모델링 단지에 투자한다면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모델링 아파트도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분담금 총회, 행위허가 등 각 사업단계 전후로 가격이 뛰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를 선정하고 안전진단을 마친 뒤, 행위허가가 나기 전 매수하는 것이 좋다.

    물론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가가 3.3㎡(1평)당 역대 최고 분양가(5668만6000원)를 기록하면서 강남권 재건축이 들썩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작년 7월 정했던 분양가(평당 4891만원)보다 오히려 평당 778만원 높은 것으로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했던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원베일리 조합 관계자는 “분양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신반포15차, 바로 옆 3주구, 신반포 4차 등의 단지도 분상제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원베일리 분양가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땅값이 비싼 곳에서는) 이제 분상제가 큰 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무리하게 끌어올린 공시지가로 인해 분양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택비가 올라간 결과다. 원베일리의 분양가가 알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의 기조가 여전히 재건축에 부정적인 만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꼬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확실한 공급 카드로 꼽히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는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변 장관이 구상한 주택공급 방안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활용한 도심 내 주택 공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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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강북·1기 신도시에서 잇따라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규제를 피하기가 쉬운 만큼 수도권의 리모델링 열기는 뜨겁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분당, 용인 등 수도권 54개 단지(4만551가구)에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단지 수 19개, 가구 수 약 1만8000가구 늘어난 수치다.

    강남권에서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임박한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총 1758가구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가 지난 5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동의율이 70%를 넘으면서 조합 설립이 임박했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가구 수가 1988가구로 탈바꿈한다. 리모델링 호재에 집값도 뛰는 중이다. 전용면적 40㎡는 지난해 12월 12억5000만원 신고가를 찍었는데, 지난 1월(평균 11억1000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몸값을 높였다.

    비강남권에서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건영한가람(2036가구), 이촌현대맨숀(653가구) 등이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작구 사당동에서는 우성2·3차와 극동, 신동아4차 등이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리모델링 호재에 우성3차 전용 59㎡ 매매가는 1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노후 아파트가 몰려 있는 1기 신도시 역시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성남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아파트가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안양 평촌신도시에서는 목련2단지가 수평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에 나섰다.

    리모델링 추진 바람이 부는 건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조합 설립에 성공한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해서다. 서울에서는 작년 11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1차)쌍용아파트(2064가구)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엔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1707가구)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남아파트(807가구)가 잇달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경기 군포시는 지난달 31일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 금정동 율곡주공3단지(2042가구)의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공고했다.

    이렇게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연초부터 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신설한 현대건설은 지난 9일 경기 용인 수지에서 ‘신정마을 9단지(812가구) 리모델링 사업(공사비 2280억원)’을 수주했다. GS건설은 2차례 진행된 서울 마포 밤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시공권 확보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 부문(5733억원)에서 1위를 차지한 포스코건설은 오는 3월 4일 예정된 서울 문정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입찰을 검토하면서 올해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문정건영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단지로 서울시의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송파구 중남부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아파트 단지가 특히 많은 만큼 문정건영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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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 한솔마을5단지
    ▶수직증축 불확실성은 감안해야

    그러나 리모델링도 난관이 존재한다. 수직증축(2~3개 층을 더 높여 가구 수를 늘리는 것)과 건물 내부 내력벽(건물 무게를 견디거나 분산하는 벽) 철거 허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해 1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했던 성남 느티마을3·4단지는 공공기관(건설기술연구원·한국시설안전공단) 2차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리모델링 조합은 이번 결과로 수직증축 길이 막힐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미 변 장관은 2013년 4월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대해 “위험한 주택정책”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변 장관은 당시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에 비해 밀도가 높아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영구 음영으로 주거의 질이 악화할 수 있고 계획도시로서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밝혔다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 꼭대기 위로 2~3개층을 더 올려 가구 수를 15%가량 늘리는 리모델링 방식으로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에 비해 사업성이 좋은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1753가구로 가장 큰 규모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수직증축으로 확보하는 235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인 대치2단지는 지난 5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후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위해 조합원 동의서를 받고 있다.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리모델링 단지 일부는 수평·별동증축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가령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240가구)의 경우 3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수평증축으로 건축심의안을 접수하는 방안을 결의한 상태다. 느티마을3·4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평촌 목련2단지는 수평증축 설계안으로 건축심의를 끝마쳤다.

    그러나 수평증축을 진행하려면 증축분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과 도로 여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단지도 나올 수 있다. 단지 내 여유 공간에 새롭게 건물을 짓는 별동증축 역시 용지 확보 문제가 크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철거가 금지돼 있는 내력벽은 아파트 하중을 지탱해 구조물 기초가 되는 벽이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면 수요층이 떨어지는 2베이(bay) 평면 구조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이는 발코니를 기준으로 건물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 중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말한다. 쉽게 말해 햇빛을 보는 방이 두 개뿐인 구조로밖에 리모델링이 안 되는 것이다. 애초 작년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는 국토부가 결론을 내지 못해 또다시 미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아파트가 실제로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다”라며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도면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고, 도면이 있다 하더라도 도면 그대로 지었는지 신뢰할 수가 없어 국토부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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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이 건물 리모델링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모델의 첫 시범사업이 된다고 밝혔다.
    ▶상가·오피스텔 리모델링 대안 부상

    다만 리모델링 예정인 아파트에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상가나 오피스텔도 리모델링이 가능한데 작년 제도 개선안이 공개돼 한층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국민 불편 해소 및 건축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동의요건을 80%로 낮춰 노후 건축물 재건축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30세대 이상 주택은 재건축시 허가 동의요건이 75~80%지만 오피스텔·상가 등은 동의요건이 100%여서 재건축이 어려웠다.

    이창동 밸류맵리서치 팀장은 “집합건물 리모델링 요건 조정은 잘한 방향으로 보인다”며 “노후 건축물의 활용에 있어서 좋은 가능성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 재고의 37.1%에 이른다. 이런 높은 노후도는 리모델링 시장의 충분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건축물 유지·보수’와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을 통합한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도 건물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지역 자산과 낡은 빌딩을 리모델링하는 ‘건물 리모델링 +지역 활성화’ 도시재생사업지로 더플라자호텔을 선정하고 추진 중이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민간건물에 적용되는 철거 후 신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통해 해당 건물뿐 아니라 침체한 도심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최근 종합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는 글로벌 투자사 그린오크와 함께 삼일빌딩을 리모델링 준공했다. 삼일빌딩은 1970년 완공 당시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주목받았던 김중업 건축가의 역작으로, 대한민국 근대화를 상징하는 최초의 마천루로 평가받고 있다. 또 SK디앤디는 최근 매입한 SK네트웍스 빌딩 또한 리모델링 예정이다.

    [김태준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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