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변혁 주도...첨단기술 ‘샌드박스’

최초입력 2017.10.16 15:28:15
최종수정 2017.10.16 15:30:20

[북유럽 4차산업혁명 거점, 핀란드 가다] ① 스타트업, 첨단기술의 조화

우리에게 ‘휘바휘바’라는 말로 유명한 핀란드는 2000년대 초반 노키아,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모바일 게임 히트작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의 모국이다. 북유럽 노르딕 5개국(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일랜드, 핀란드) 중 잦은 외침과 빈약한 자원으로 약소국에 머물러 있었지만 적극적인 무역과 정보통신을 필두로 한 산업화로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핀란드의 성공 배경에는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보통신 산업화가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이전에 피쳐폰 시장에서 부동의 세계 1위였던 노키아를 비롯해 이후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에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한 슈퍼셀까지 핀란드의 경제 성장에는 디지털과 정보통신 기술이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슈퍼셀이 2013년 소프트뱅크, 그리고 지난해 텐센트에 매각된 이후 이들은 이제 4차산업혁명을 디딤돌로 삼아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한국과 유사핀란드는 현재 노키아, 슈퍼셀에 이은 세번째 모멘텀을 준비하는 단계다. 세번째 모멘텀의 핵심은 바로 4차산업혁명이다. 노키아로 대변되는 하드웨어 시대, 그리고 슈퍼셀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시대를 지나 이제는 4차산업혁명, 즉 디지털로의 전환과 첨단 기술의 육성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주역으로는 스타트업과 첨단 기술 연구단지가 꼽히며 여기에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과 첨단 기술에 대한 거침없는 도전이 자리잡고 있다.

핀란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은 기술혁신투자청(TEKES, 이하 테케스), 무역대표부(finpro, 이하 핀프로) 두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테케스는 스타트업의 발굴과 투자를 맡고 핀프로는 해외 진출 등 사업 지원을 담당한다. 왠만한 핀란드 스타트업들은 거의 모두가 테케스의 투자를 받고 핀프로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인 것은 한국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테케스가 중점 투자하는 첨단 기술 분야 [사진 출처 : 테케스]
그러나 세부적으로 접근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테케스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 테케스의 투자는 무상 제공, 대출 두가지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지분 투자가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카 헤이류넨 테케스 총괄 국장은 “지분은 투자금 회수를 통한 수익을 가정할 때에나 유용한 방식”이라며 “테케스의 지원 정책은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 지원의 큰 축 중 하나인 액셀러레이터, 창업진흥센터의 비중이 낮은 것도 차별점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지만 책임과 권한은 온연히 창업자의 몫이라는 기조다. 즉 창업을 하려면 제대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기조에 맞춰 테케스는 선발 과정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4단계로 나눠진 선발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최소 20억유로에서 최대 800만유로까지 지원을 받지만 매년 지원하는 수천개 스타트업 중 최종 선발 과정까지 통과하는 기업은 수십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발을 통과한 스타트업들은 그만큼 우수한 기업으로 성장해 핀란드 경제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는다. 헤이류넨은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매출 성장률을 100%로 볼 때 테케스의 선택을 받은 곳은 156%를 기록했으며 일자리도 16% 더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핀프로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가 500여만명에 불과해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따라서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 핀프로의 주요 역할인데 여기서도 지원의 댓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한나 마르티넨 핀프로 ICT 국장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부와 스타트업이 동등한 관계에서 일을 한다”며 “이를 통해 혁신을 적극 지원하고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산학연 모여 첨단기술 공동 연구

첨단기술 연구에도 핀란드 정부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 규제 없이 정부의 협력 하에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보는 ‘샌드박스’ 형태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학교나 연구소와 협력해 규제와 관계 없이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여기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면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사업화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테케스의 중점 투자분야도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5G, 인공지능(AI), 증강/가상현실(AR/VR), 디지털 전환, 스마트 시티 등 첨단 기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로젝트 오로라의 테스트 환경 [사진 출처 : 핀란드 교통통신부]
이같은 지원 하에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간의 협력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AI와 센서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교통통신부 주도로 프로젝트 오로라라는 악천후 자율주행 테스트 단지가 조성돼 가동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레벨 5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반면 프로젝트 오로라는 자동차 주변의 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즉 기존 레벨 4, 그리고 앞으로 나올 레벨 5 자율주행차가 눈,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정상 작동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단지다. 스웨덴의 볼보를 비롯해 전세계 70여 제조사, 연구기관이 협력하고 있으며 올 연말 오로라 서밋을 처음으로 개최하고 그간의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MaaS(Mobility as a Service)에서도 활발한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도시 단위의 MaaS를 구축한 것은 핀란드가 전세계에서 첫 사례다. 자전거부터 자동차, 대중교통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한달 정기권 형태로 통합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산학 협력을 통해 개방형 5G 네트워크 테스트 센터를 운용하고 노키아와는 스마트 팩토리, IBM과는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위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핀란드의 MaaS 앱 휨 [사진 출처 : 테케스]
핀란드는 이처럼 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두 축으로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변혁을 통한 경제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노키아라는 한 거대 기업에 집중됐던 사례와 모바일 앱이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됐던 사례 모두를 교훈삼아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나 국장은 “핀란드 자체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는 분위기로 새로운 솔루션을 구축하고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며 “핀란드의 DNA에 담긴 호기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 모색 등이 혁신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나아가는 발판”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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