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실질적 가치를 더하다 : 스마트 컨트랙트 ①

최초입력 2018.01.23 10:32:18
최종수정 2018.01.24 16:27:49

<안명호의 인공지능과 미래금융>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 최고의 킬러 앱은 이견 없이 코인 그 자체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코인은 유명세나 인지도,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트레이딩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집중 포화가 쏟아지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에 가치를 더해줄 스마트 컨트랙트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이 존재 가치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는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블록체인은 광의의 의미로 보면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베이스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 구조가 아니라 탈중앙화 돼있고 공개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도 데이터의 왜곡이 없고 해커로부터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데이터베이스 부문에서 가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만 하다.

이렇게 데이터베이스 기술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서비스로서의 성격보다는 인프라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가 가치를 가지려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보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할 수 있다는, 즉 서비스와 결합됐을 때 의미가 있다. 멋진 데이터베이스만 있어서는 쓸모있는 서비스를 만들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블록체인 기술 업계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세련되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로 블록체인 제2의 킬러 앱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차곡차곡 단계를 밟고 있다. 비트코인 기술 부문에서 현존하는 사람들 중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에 가장 근접한 사람으로 꼽히는 닉 스자보(Nick Szabo)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컴퓨터과학자, 법학자 그리고 암호학자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개념을 지난 1994년 최초로 소개한 바 있다. 그가 내린 스마트 컨트랙트의 정의를 첨부한다.

“a set of promises, specified in digital form, including protocols within which the parties perform on these promises.” (Szabo, Smart Contracts: Building Blocks for Digital Markets, 1996)

위 내용에서 흥미로운 점은 공학에서 보기 어려운 Promise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곧바로 Digital Form이라는 단어가 Promise를 수식한다는 것이다. 의역하면 계약을 프로그램 형태로 작성한다는 것으로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자동화된 거래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동화된 거래규약’이라는 말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핵심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한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더루프]
이렇게 정의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잘 활용하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들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물주가 운송업자에게 화물을 정해진 장소에 옮기면 스마트 컨트랙트로 약속한 금액을 자동으로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보자. 트럭에 부착된 GPS 장치는 지속적으로 블록체인(데이터베이스)에 GPS 정보를 보내고 스마트 컨트랙트는 GPS 값이 약속된 목적지인지 확인한다. 맞을 경우에 화물주의 계좌에서 운송업자의 계좌로 비용을 송금한다. 중간에 사람의 개입은 없다.

이런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는 화물주나 운송업자가 부정행위를 할 수 없고 조작도 불가능하다. 이같은 서비스를 공개된 네트워크에서 해킹 위험없이 안전하고 빠르고 처리하려면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이 필수다.

비트코인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위해 ‘스크립트(Script)’라는 언어를 제공하고 2세대 블록체인 기술로 평가받는 이더리움에서는 ‘솔리디티(Solidity)’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제공한다. 특히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서 제공하는 스크립트 언어가 튜링 불완전(Turing-Incomplete)이었던 것을 ‘Gas’라는 개념을 도입해 해결함으로써 튜링 완전한 프로그래밍(Turing-Complete Programming) 언어를 제공해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튜링 완전은 컴퓨터 과학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튜링 완전일 경우 계산 가능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 C, 자바 등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는 느슨하게 튜링 완전하다고 정의된다. - 편집자 주).

즉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스마트 컨트랙트에 있어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날개짓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어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안명호 에덴체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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