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원스타 이십사절기 “제철 메뉴의 정갈한 맛“

최초입력 2017.03.17 06:01:00
최종수정 2017.03.17 09:21:02

[미슐랭가볼랭-10] "계절에 맞는 제철 메뉴로 만나는 정갈한 맛"

 흔히 우리가 접하는 코스 요리는 본래 러시아 식사 방식에서 유래했습니다. 시베리아의 추운 겨울, 모든 음식을 한 번에 내놓으면 식을까봐 코스 형태로 음식을 내놓는 것이었죠. 러시아 식문화는 1970년대 프랑스 요리사들 손에서 프랑스식 정찬으로 발전합니다.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각각의 코스를 맛보고 즐기는 형태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와 달리 한식은 '상다리 부러진다'는 말처럼 한 상 푸짐하게 나오는 차림이 제대로 된 대접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이름 있는 양반가에선 밥과 국을 제외하고 7가지 혹은 9가지 반찬을 가득 담은 7첩·9첩 반상을 기본으로 했고, 서민들도 집에 손님이 올 때면 최대한 찬을 내놓는 것을 도리라고 생각했죠.

미쉐린 원스타에 선정된 이십사절기.
▲ 미쉐린 원스타에 선정된 이십사절기.
 미쉐린은 이십사절기를 "계절성이 강조된 한식을 선보이는 모던한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제철 재료로 신선하게 만든 한식을 현대적인 그릇에 담아냈다는 뜻입니다. 이곳에는 '제육볶음 반상' '한우산적불고기 반상'처럼 정갈한 반찬과 쌈 채소가 함께 한 상에 나오는 메뉴도 있는 반면 코스 형태로 내어놓는 세트 메뉴도 있습니다. 한식의 현대화라는 콘셉트답게 두 가지 형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셈이죠. 미쉐린은 한식 특유의 모습보다는 '모던함'에 주목했을 겁니다. 눈으로만 봐도 한상 가득 배가 부른 메뉴 대신 코스 형태의 한식은 어떤 느낌일까요?

서울파이낸스센터에 문을 연 이십사절기 광화문SFC점.
▲ 서울파이낸스센터에 문을 연 이십사절기 광화문SFC점.
 이십사절기는 지난 3월 13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 광화문SFC점을 열었습니다. 미쉐린 원스타로 등극한 후 신경 써서 만든 만큼 새로 문을 여는 곳을 방문하면 이십사절기가 선보이고 싶은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십사절기는 특히 '노쇼(No Show)' 족을 방지하기 위해 예약금을 받습니다. 그동안 많은 곳을 방문해왔지만 예약금을 받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1인당 2만원의 예약금을 내고 나면 예약이 완료됩니다. 예약금은 추후 계산 과정에서 정산할 수 있고, 계좌로 직접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십사절기 광화문 SFC점 파인다이닝 룸.
▲ 이십사절기 광화문 SFC점 파인다이닝 룸.
 이곳은 '셀프다이닝(Self-dining)' 공간과 '파인다이닝(Fine-dining)' 공간 두 곳으로 점포가 분리돼 있습니다. 셀프다이닝은 말 그대로 뷔페식으로 직접 음식을 덜어먹는 형태고요. 파인다이닝은 룸 형태로 이뤄져 서버가 직접 코스 음식을 내어놓으며 음식을 설명합니다. 점심 메뉴를, 그것도 한식을 파인다이닝으로 먹어보는 건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한식의 현대화라는 콘셉트에 맞게 코스 요리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파인다이닝 룸 실내 모습.
▲ 파인다이닝 룸 실내 모습.
 일단 실내는 "한국적인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모던한 인테리어"라는 미쉐린의 평가처럼 화이트 톤이어서 깔끔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한식집의 구수한 느낌이 아니라 곧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면 너무 사대주의적인 관점일까요.

5만5000원 런치메뉴1(좌), 7만5000원 런치메뉴2(우)
▲ 5만5000원 런치메뉴1(좌), 7만5000원 런치메뉴2(우)
 런치 메뉴는 5만5000원, 7만5000원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2만원 더 비싼 메뉴에는 계절회와 소고기 안심요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좀 덜 부담스러운 가격의 기본 메뉴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이태리에서 건너 온 돌로미아 탄산수(좌)와 식전음료인 제주 구좌당근 주스(우).
▲ 이태리에서 건너 온 돌로미아 탄산수(좌)와 식전음료인 제주 구좌당근 주스(우).
 5만5000원의 기본 런치메뉴는 식전 음료를 제외하고 6가지 요리가 나옵니다. 코스 요리를 접하기 전에 먼저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스파클링 탄산수가 마시는 물로 제공됩니다.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잘못 들어서 "가성비가 어마어마한데"라고 생각했었는데….탄산수였습니다.

 식전 음료는 제주 구좌당근 주스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당근 맛은 아닙니다. 당도가 더 높고 바다 건너온 당근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제주 내음이 물씬 나는 듯합니다. 흰색 톤으로 맞춰진 룸 안에 홀로 다홍빛을 뿜어내는 모습이 싱그러운 느낌입니다.

제철 샐러드와 도미 바게뜨.
▲ 제철 샐러드와 도미 바게뜨.
 첫 번째로 나온 애피타이저는 '제철 샐러드와 도미바게트'입니다. 넙적한 접시 위로 제철 샐러드와 도미 살을 얹은 바게트가 놓입니다. 바삭한 바게트 위로 폭신하게 얇게 여민 도미의 감칠맛이 퍼져 나갑니다. "맛있다"는 생각이 바로 먼저 듭니다. 바게트 위에 도미를 얹었기에 바게트 하나 통째로 도미 살코기를 먹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게살이 듬뿍 씹히는 게살배추선.
▲ 게살이 듬뿍 씹히는 게살배추선.
 두 번째는 '게살배추선'입니다. 부드럽게 쪄낸 게살을 배추에 말아 김치소스와 함께 즐기는 냉채입니다. 한 입 베어 물면 게살이 입에 폭 감깁니다. 게 껍질을 벗겨 꽤 모은 듯 한 입에 먹기에도 양이 꽤 됩니다. 배추가 얇게 돌돌 말아져 있고, 입이 작은 사람이 절반을 베어 물어도 속살이 후두두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꽤 많은 게살을 한데 뭉쳐놓았습니다. 특제 김치소스와 돌돌 말린 배추는 자극적이지 않아 게살 맛이 주로 납니다.

 이 집의 특징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삼삼하다는 것인데요. 매콤하고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약간 심심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갓장아찌와 늘보리죽.
▲ 갓장아찌와 늘보리죽.
 세 번째 음식은 '갓장아찌와 호박을 곁들인 늘보리죽'입니다. 대부분 채소를 삶아낸 채수에 보리쌀을 넣고 부드럽게 끓여냈습니다. 보리쌀 특유의 알알이 씹히는 식감과 함께 입속에서 채수의 담백함이 함께 퍼집니다. 보리죽 자체가 삼삼하기 때문에 갓장아찌로 간을 맞춥니다. 미쉐린에 선정된 곳은 대부분 매운 고춧가루 김치 대신 갓장아찌처럼 은근히 짠맛을 내는 찬을 많이 내놓는 편인데요. 매운 것을 잘 즐기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배려한 듯합니다.

먹새우와 두릅나물 튀김.
▲ 먹새우와 두릅나물 튀김.
 네 번째 코스는 '먹새우와 나물튀김' 입니다. 얇게 튀김옷을 입힌 새우에 먹물을 둘렀습니다. 먹물 덕에 튀김의 느끼함이 담백하게 잡힙니다. 먹새우 옆에는 산나물 두릅도 함께 튀겼습니다. 언제나 튀김은 진리이자 정답이죠. 얇은 튀김 옷 때문에 바삭바삭한 식감에 새우와 두릅 고유의 맛도 은근하게 느껴집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연잎찰밥과 제육.
▲ 시그니처 메뉴인 연잎찰밥과 제육.
 다섯 번째는 '연잎찰밥과 제육'이네요. 이 코스의 메인 시그니처 메뉴인데요. 연근이 올라와 있는 찰밥은 연잎에 폭 담겨 있어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연잎의 향이 입안에 퍼집니다. 제육은 이십사절기에서 직접 만든 특제 과일 고추장 양념에 재워 볶은 돼지고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암퇘지 목살이 자잘하게 썰려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깔끔한데 매운 미감이 입안을 자극합니다. 찰밥의 찰기가 입에 뻑뻑하면 옆에 놓인 된장국으로 입을 헹궈내면 됩니다.

3분여 기다리면 찻잎이 만개하는 꽃차.
▲ 3분여 기다리면 찻잎이 만개하는 꽃차.
딸기가 얹어진 녹차 아이스크림.
▲ 딸기가 얹어진 녹차 아이스크림.
 마지막 디저트는 딸기를 얹은 녹차 아이스크림입니다. 그 옆으로 한과 한 조각이 놓여 한식 레스토랑으로서의 풍미를 뿜어냅니다. 꽃차는 꽃이 만개할 때까지 3분여 간 기다리면 됩니다. 3분여 기다리면 찻잎이 만개합니다. '보이차'와 비슷한 맛으로 이전 코스들로 텁텁해진 입안에 청량함이 스며듭니다.

 이십사절기는 계절에 따라 매번 메뉴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계절에 맞는 신선한 제철 메뉴로 구성하겠다는 포부겠지요. 자극적이지 않은 삼삼한 맛은 매운 음식이 다수 포함돼 있을 듯한 한식에 대한 공포를 조금 덜어줄 겁니다. 다만 토종 한국인인 저에게는 약간은 심심한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코스 요리로 나오는 탓에 소량의 한 입 음식으로 정갈하게 담겨 있었지만, 푸짐한 한식을 떠올리는 분에게는 아쉬울 법도 합니다. 혹 어른들과 같이 식사하러 가면 금방 비워지는 그릇을 서로 쳐다보며 다소 민망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러 음식을 맛보기 때문에 배가 고플 정도는 아닙니다. 대신 깔끔한 인테리어와 정갈한 메뉴 구성은 한식으로 손님 대접하기에 일품입니다. 외국 손님이나 소박하게 한식을 대접하고픈 자리가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합니다.

이십사절기 총평
맛 ★★☆
가격 ★★☆
분위기 ★★☆
(★★★ 만점 기준)

[빨간 열쇠]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