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이 칭찬하는 단스케뱅크는 어떤 곳?

최초입력 2017.03.20 06:01:00
최종수정 2017.03.20 09:45:03

단스케뱅크(Danske Bank) 본사.
▲ 단스케뱅크(Danske Bank) 본사.
[재계 인사이드-79]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시작해 무인자동차, 우주 개발로 영토를 확장해나가며 주가가 25달러에서 200달러를 넘나들 정도로 성장했다. 덴마크의 1위 은행인 단스케뱅크 역시 자산관리 부문과 디지털혁신 부문에서 크게 변모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8%에서 9%까지 올라가고 경영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을 62%대에서 52%대까지 개선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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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
▲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임직원들 앞에서 한 발언이라고 합니다. 테슬라야 뭐, 최근 한국에도 매장을 낼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회사인데요. 금융권에서 혁신 사례로 꼽은 회사, 단스케뱅크(Danske Bank)는 사실 생소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웰스파고은행을 따라야 할 귀감 혹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많이 거론했는데요. 최근 웰스파고도 알고보면 수수료 자율화 속에서 다양한 수수료 정책을 쓴 게 성장동력이 됐는데 그 밖의 각종 악재와 예전 같지 않은 수익성으로 최근에는 국내 관심이 덜한 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은행장이 새롭게 벤치마킹하고자 지목한 곳이 단스케뱅크라 눈길이 절로 갔습니다. 우선 이름부터 남달라 검색해서 들어가보니 덴마크가 본사였습니다. IR 자료를 보니 과연 놀라웠습니다.

 배당률은 13%가 넘고 지난해 순이익은 199억크로네에 달했습니다. 1크로네가 대략 우리 돈으로 133원이니까 지난해 순익은 무려 2조6512억원 정도 되겠네요. 지난해 국내 9년 연속 순익 1위를 기록하는 신한금융그룹 순이익(2조7748억원)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유럽 은행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깜짝 놀라는 부분이 많습니다.

Thomas F Borgen 단스케뱅크 대표
▲ Thomas F Borgen 단스케뱅크 대표
일단 덴마크 인구부터 우리와 차이가 나지요. 덴마크 전체 인구는 약 560만명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지요. 그러면 당연히 1등 금융사 규모도 우리의 10분의 1이 돼야 하는 거 같은데 웬걸. 우리나라 순익 1등 금융사와 대등하다는 겁니다. 그러면 단스케뱅크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요.

 KOTRA 코펜하겐무역관이 낸 자료를 보면 실마리가 있습니다. 덴마크 국민 300만명, 즉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 '모바일페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덴마크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화폐 직접 생산을 중단하고 '동전 없는 사회'를 넘어 전자화폐 시대로 전환하려 합니다. 당장은 지폐와 동전이 아직 유통되는 만큼 필요하면 다른 나라에 위탁 생산해 들여오기로 했다네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전자화폐 'e크로네'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란 게 정부 발표 내용이랍니다. 그 배경엔 덴마크 국민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의 90%에 모바일페이 앱이 깔려 있고 2015년 기준 9000만건이 넘는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네요.

 이런 혁신의 중심에 단스케뱅크가 있었습니다. 덴마크 최대 은행인 단스케뱅크는 2013년 모바일 결제 시스템 '모바일페이'를 개발해 보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외신에서는 단스케뱅크가 노숙자연합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노숙자도 모바일페이를 통해 기부받을 수 있게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노숙자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서라고 합니다).

 단스케은행은 이처럼 모바일 금융 환경을 장악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각종 부가 수익을 얻으면서 기록적인 순익 개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단스케뱅크가 이처럼 혁신적인 금융사로 인정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2000년대 말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 전체 경기가 휘청거리면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수익성은 곤두박질쳤고 새로운 동력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2012년만 해도 유럽 은행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익성(ROE 3.8%)에다 유럽 지역 추가 부실 가능성 때문에 신용등급은 하락(무디스 기준 A2→Baa1)하기도 했다지요. 급기야 그룹 경영진은 2012년에 중장기 전략인 '뉴 스탠더드(New Standards)'를 꺼내고 '자산관리 역량 강화'와 '디지털 혁신'을 외쳤던 게 오늘날 턴어라운드의 계기가 됐답니다.

 권우영 우리금융연구소 금융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고객군별 적합한 자문, 자산관리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수신액을 높일 수 있었고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비대면 채널 강화로 비용은 아끼면서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영업점 방문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도 불구하고 영업력 위축의 부작용은 줄여 비용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합니다.

 실례로 단스케뱅크의 이익경비율(Cost-to-Income Ratio)은 2013년 62.1%로 정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단스케뱅크는 총 191개 점포를 축소하는 등 비용 효율화도 적극 추진했다고 하네요.

 다시 눈을 한국 금융시장으로 옮겨봅니다. 여전히 사거리마다 유명 은행 지점들이 즐비하지요. 핀테크를 외치지만 금융그룹마다 은행 따로, 증권사 따로, 또 통합 지주사 앱 따로 가입하라, 설치하라며 난리도 아닙니다.

 방향은 단스케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실행 방안이나 군살 빼기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지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 후 올해 초 '철저한 뒷문 잠그기' '신성장동력 추진' '고객 기반 확대'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 체질 개선' '영업·문화 혁신' 등 5대 경영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이 중 '신성장동력 추진' '고객 기반 확대'는 단스케뱅크의 '뉴 스탠더드'와 궤를 같이한다네요. 최근엔 지주사 전환에도 공을 들이는 이 행장. 그가 단스케뱅크의 회생 스토리처럼 우리은행도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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