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이멜트 GE회장이 꿈속에 그리는 미래공장

최초입력 2017.03.20 06:01:00
최종수정 2017.03.19 18:57:26

제프리 이멀트 GE회장 /사진=연합뉴스
▲ 제프리 이멀트 GE회장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CEO열전-3]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지난 3월 12일 한국을 찾아 포스코와 한국전력, 한화 등 여러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기업마다 논의한 내용은 달랐지만 주제는 하나였다. 앞으로 공장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 중심엔 GE가 보유한 '프리딕스'라는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있다.

 프리딕스는 공장의 모든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이다. 향후 유통망과 최종 소비자 반응 정보까지 합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해 생산과 유통, 소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멀트 회장이 꿈꾸는 4차 산업혁명이자 미래 공장의 모습이다.

 비슷한 실험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아디다스의 독일 안스바흐 스피드 팩토리가 그렇다. 이 공장은 소비자가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맞춤형 신발을 주문하면 5시간 만에 완제품을 제작해 매장으로 배달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융합했더니 이런 공장이 탄생했다.

 이멀트가 설계하는 미래 공장은 아디다스 생산 방식을 철강과 화학, 자동차, 조선, 의료 등 전 분야로 확산시켜 산업의 성격 자체를 바꿔 놓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2001년 취임하자마자 전통 제조업과 금융업 기반의 GE를 디지털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이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내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신입사원은 영업이든 재무든 어느 부서에 배치를 받든 (컴퓨터) 코딩을 배워야 한다. 모든 직원이 프로그래머가 돼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제는 어느 일을 하든 소프트웨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GE는 100년이 넘는 기업이지만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이 돼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상에서 판에 박힌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멀트 회장이 단행한 사업 구조조정에는 이런 생각이 반영돼 있다. 그는 일찌감치 금융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겼다. 지난해에는 GE의 간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팔았다. 대신 3D프린팅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이나 기업들은 적극 사들이고 있다. 예컨대 GE가 인수한 스웨덴 아르캠과 독일 SLM솔루션은 3D 금속 프린터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그러나 이멀트 회장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프리딕스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몇 년 안에 소프트웨어에서만 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 업체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가 될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이멀트 회장의 경력을 감안할 때 GE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의외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1982년 GE에 입사했다. 그는 여러 부서를 거쳤는데 냉장고 대량 리콜 사태 때 가전 부문을 맡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회장 취임 당시 GE에 20년 가까이 근무했기 때문에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전임자인 잭 웰치 회장이 있을 때 GE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었다. 굳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였다. 특히 금융을 품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다른 대기업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이런 유산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소프트웨어로 간다는 전략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회장 취임 나흘 만에 발생한 9·11테러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주주들은 그의 경영 방침에 극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멀트 회장은 설득과 실적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당장 눈에 보이는 GE의 강점이 언제 허상으로 변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GE는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와 결합해 패스트웍스라는 업무 방식을 도입했다. GE 외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하고 각 부서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정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장 변화를 읽고 재빨리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인터넷과 산업인터넷은 극명하게 다르다. 소비자 분야는 고객 요구를 바로 반영할 수 있지만 산업인터넷은 그렇지 않다. 좋은 기술과 우수한 인재, 생산성을 높이는 운영시스템 등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것은 러닝(학습)이 아니라 언러닝(탈학습)이다. 사실 기업을 경영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기존에 배운 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꿈꾸는 미래 공장 프로젝트를 앞당기는 비결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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