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질 정복한줄 알았는데 '수퍼임질'이 등장했다

최초입력 2017.07.12 06:01:00
최종수정 2017.07.11 17:55:14

시프로플록사신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임질균이 분리된 국가 /자료=WHO
▲ 시프로플록사신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임질균이 분리된 국가 /자료=WHO
[말랑말랑과학-136] 1920년대 임질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불치병이 되는 것일까.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료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슈퍼 임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조사 대상국 중 60% 이상의 국가에서 사례가 보고됐다.

1930년대 이후 임질을 일으키는 '임균(Neisseria gonorrhoeae)'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개발돼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항생제의 오남용은 임균 박테리아를 강하게 만들었다. 로마난 락스미나라얀 질병역학경제연구소 소장은 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에는 임질을 치료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약물들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보건당국은 최근 약물에 내성을 갖고 있는 임질을 '떠오르는 위협'이라고 발표했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임질은 여성의 HIV 감염률을 높이거나 불임, 자궁 외 임신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5월 WHO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비영리기구인 '소외질환 치료를 위한 이니셔티브(DNDi)'와 함께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임질은 가장 주목해야 하는 박테리아에 속했다. WHO에 따르면 임질균은 매년 7800만명의 사람을 감염시키며 심하면 불임이나 뇌, 신장 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WHO는 2003년 "시프로플록사신과 같은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WHO 연구진이 지난 7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질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세 가지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조사 대상국 중 97%는 '시프로플록사신'이라 불리는 항생제에, 81%는 '아지스로마이신', 66%는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임질의 등장에 한국도 긴장해야 한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약 6~30%의 임질균이 세팔로스포린에 저항성을 갖고 있었으며 시프로플록사신에 대한 저항성은 71~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다.

WHO는 이미 지난해 8월 30일 임질 치료의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는데 "퀼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퀴놀론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박테리아가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4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세프트리악손'이라 불리는 약물에 내성이 생긴 임질균이 발견됐으며 10개국에서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새로운 임질균이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학술지 네이처는 "마지막 임질 치료제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새로운 임질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상업적 활용성'이 낮다고 평가돼 연구가 더딘 약물을 찾고 있다. DNDi 연구진은 2년 전 새로운 항생제인 '졸리플로다신'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임상2상을 마쳤으며 임질에 걸린 환자들 대부분이 완쾌됐지만 투자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DNDi와 엔타시스는 남아프리카와 미국 등에서 6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졸리플로다신의 임상 3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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