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독증' 걸린 트럼프 시청 방해땐 참모도 혼나

최초입력 2017.07.13 06:01:00
최종수정 2017.07.12 18:50:15


남다른 'TV사랑'…백악관 참모들에게 "TV 봐야 하니 입 좀 다물라"
폴리티코 "트럼프가 TV를 보는 게 아니라 TV가 트럼프를 집어삼킨다"
애청 프로그램 출연진을 '가족'처럼 여겨…자신 비난 보도하면 상심하기도


TV를 시청하고 있는 트럼프 /사진출처=스콘 콘로이(콘텐츠 크리에이터) 트위터
▲ TV를 시청하고 있는 트럼프 /사진출처=스콘 콘로이(콘텐츠 크리에이터) 트위터
지난 2013년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 지난 2013년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폭스뉴스&프랜즈'에 출연했던 모습 /사진출처=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TV 사랑은 남다르다. TV 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본인이 TV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매우 즐긴다. 트럼프가 대중에게 확실히 얼굴을 알린 것도 미국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통해서였다. 트럼프는 술도 잘 안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파티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기에 트럼프에게 TV는 하나의 안식처 같은 존재다.

미국 대선 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TV 속 트럼프는 진짜 트럼프와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진짜 트럼프는 TV에 나오는 "당신은 해고됐어!"를 외치는 괴팍한 트럼프와 달리 대화 상대를 이해할 줄 알고 맥락도 빠르게 파악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과거 TV에 비쳤던 것만큼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실을 하나의 TV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혹은 실제로 밝혀진 진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TV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에 더 의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TV는 오락거리가 아닌 중독의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인 공화당 전략가 릭 윌슨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TV 의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를 언급했다가 괜히 그의 분노만 살까 입을 닫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원들은 무엇을 논의하다가도 "어떻게 알아? 트럼프가 내일 아침 폭스뉴스를 보고 또 마음을 바꿀지"라며 한숨을 내쉰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실제로 얼마나 TV를 시청할까. 백악관 참모진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루에 5시간 이상 TV를 시청한다. 이는 60·70대 백인 남성의 평균 TV 시청률이 4시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트럼프가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보는 프로그램은 폭스뉴스의 '폭스뉴스&프렌즈'다. 그는 원래 같은 시간대(미국시간 오전 6시)에 방영되는 MSNBC의 '모닝 조'도 즐겨보곤 했는데,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자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화를 참을 수 없어 트위터에 모닝 조 공동 진행자를 "지능이 낮다" "미친" "사이코"라고 묘사하면서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에게는 "얼굴 성형(face lift)을 해 피를 몹시 심하게 흘리고 있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CNN이야 트럼프를 항상 비판해왔던지라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도지만, 자신이 거의 매일 시청하며 '가족'처럼 여겼던 모닝 조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상심이 매우 컸던 것이다.

트럼프는 종종 백악관 참모들이 무엇을 보고하려고 할 때 "TV를 봐야 하니 조용해달라"고 말한다고 한다. TV에서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가 나올 때는 소리를 지른다고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TV 시청을 그만두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TV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참모진을 위한 TV 모니터링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참모진이나 의원들이 TV에 출연한 모습이 "좋았다" 혹은 "나빴다" 등을 평가해준다. 이 때문에 트럼프 눈에 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트럼프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배제하고도 TV를 이제는 좀 멀리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의 정신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던 시절에는 TV를 재미로 보거나 일종의 안식처로 삼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TV 프로그램, 특히 그가 좋아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하루 종일 트럼프에 대한 얘기만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가 더 이상 TV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트럼프가 TV에 의존하면 할수록 공격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내면의 분노는 더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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