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포츠 '당볼테' 빅데이터로 본 부활 이유

최초입력 2017.07.13 15:01:00
최종수정 2017.07.13 18:56: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계 인사이드-87] 학창 시절 껌 좀 씹어본,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껌 좀 씹는 친구들 곁에서 얼쩡거려본, 그도 아니면 그냥 거기서 시켜먹는 짜장면이 맛있어서 당구장에 드나들었던 얘기는 연식(?)이 좀 있는 이들에겐 안줏거리 소재죠.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제치고 당구장에서 놀다 걸렸다는 둥, 당구채를 세워 치는 맛세 연습하다 당구대 망가뜨리고 도망갔다는 둥 에피소드도 무궁무진하고요.

볼링, 테니스는 또 어떤가요? 대학 시절 생활체육 과목으로 소위 물(?) 좋다는 과목이 바로 볼링, 테니스였다며 일부러 신청해 연애의 구실로 삼았던 이들 얘기도 재밌었지요. 소위 '응칠(응답하라 1997)' '응팔(응답하라 1988)' 세대에나 나올 추억의 스포츠들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당볼테(당구, 볼링, 테니스)'가 다시 뜨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취미는 뒷전, 앞만 보며 달려가는 직장인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요.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다시 당구장, 볼링장을 드나들고 주말엔 테니스 코트 잡느라 전쟁을 치른답니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됩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로 2013년 대비 2016년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봤는데요. 3년간 매출액 증가율을 보니 당구장 228%, 볼링장 76%, 테니스장 85.6% 등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지요. 이를 두고 삼성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서는 '추억스포츠의 봉인이 해제됐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더군요. 저만 여전히 추억에 잠겨 있을 뿐 다른 이들은 다시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원인부터 살펴봤습니다.

컨설팅 회사 아스트라페의 박종윤 대표는 "소득 3만달러 시대에 근접하면서 기록 경기,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 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케이블 채널에 전문 프로그램 배정, 예능 방송에서 게임 소재로 자주 사용, 생활체육 및 마스터스 대회 등의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특정 연령대에 잠시 즐기던 스포츠가 아니라 그들이 나이 들면서도 계속 즐기게 되는 대중화의 서막이 열렸다는 말이지요. 데이터를 접한 후 진짜 그런가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 분들에게 여쭤봤습니다. 대답들이 걸작입니다.

"저희 가족도 동네에 볼링장 생긴 후 매주 가게 되더라고요. 대기 기본 1시간일 정도로 문전성시."

"회식문화 변화도 원인일 듯합니다. 요즘 저녁을 가볍게 먹고 볼링, 당구 등으로 변화 중."

"저희도 회식할 때 가끔 볼링 치러 가요. 예전 아재(?)들이 무조건 노래방을 고집했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볼링이나 오락실을 선호하더군요."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좀 있다더라고요. 20·30대가 당구와 볼링이면 40대 이상은 스크린골프.(이건 접대용이랄까?)"

"볼링이 스포츠가 아닌 맥주 마시면서 즐기는 레저 공간이 되어서 그런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술 마시고 볼링 치면 위험할 거 같긴 해요.(볼링공이 발에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ㅠ.ㅠ)"

"스크린골프 치다가 볼링으로 넘어간 친구 의견은 스크린골프는 막혀 있어서 담배를 열심히 피워대는 사람이 꼭 한 명은 있는데 볼링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배우 김수현이나 FT아일랜드 이홍기,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 등 유명인들이 거의 선수에 도전할 정도로 볼링 마니아로 알려지고 또 TV에도 자주 비치다 보니 나도 해볼까 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랬습니다. 회식문화의 변화, 레저로 인식,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로 개선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더군요. 다만 빅데이터를 보면 소비주도 연령대가 각 스포츠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당구의 경우 전체 매출 증가율(228%) 대비 40대(279%)와 50대(312%)가 좀 더 높게 나왔고요. 볼링은 전체 매출증가율(76%) 대비 20대(78%)와 40대(76%)가 평균치와 같거나 웃돌아 이들이 관련 소비를 주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테니스는 30대와 40대가 매출의 주류였고요. 이런 고객 특성에 맞춰 이미 업계 현장에서는 다양한 고객 유인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한남볼링센터 관계자는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볼링을 즐길 수 있게 생맥주 펍을 꾸렸고 깜깜한 곳에서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야광볼링장도 운영 중이라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고 소개합니다.

당구도 마찬가지. 음종성 제일빌리어드 사장은 "국내에서 세계 대회를 많이 개최하다보니 예전엔 4구 방식의 당구를 즐기던 이들이 국제규격의 당구대에서 3구 방식으로 치기 시작해서 하나당 1500만원대 당구대를 대거 설치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담배냄새를 싫어해 카페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오히려 깨끗해서 좋다며 고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테니스도 진화 중이었습니다. 예전엔 아파트에 한두 면 정도 있던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전문적으로 실내 테니스장을 만들어 정기 대여, 레슨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늘었답니다. 서울 강남에 6면 규모 실내 테니스장 사업을 하고 있는 이구현 테니스핏 부대표는 "도심 속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과 날씨의 영향 없이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벽엔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오전에는 자영업자와 주부들이, 오후에는 학생, 저녁에는 다시 직장인이 이용하면서 비는 시간대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건단가, 즉 객단가는 당구 -7%, 볼링 -9%, 테니스 -8%로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총매출은 늘었지만 객단가는 떨어진다는 건 해당 업장 간 경쟁이 치열해져서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이를 통해 업종이 성장 시장에서 성숙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볼테. 저도 주말엔 한번 기웃거려봐야겠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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