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보컬 김바다 영입은 시나위 귀환에 신의 한수

최초입력 2017.07.14 06:01:00
최종수정 2017.07.13 18:56:35

화려했던 전반기 보낸 시나위

거친 보컬 김바다 영입하고

'써커스'로 제 2 전성기 맞아

1997년 앨범 '은퇴선언'발표 후

오랜 침체기 접어들었지만

2012년 '나는 가수다2'에서

'강남스타일'불러 주목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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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14] 앞서 김종서가 서태지와 함께 시나위를 탈퇴하고 시나위는 오랜 기간 공백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나위의 역사가 그때로 끝났다면 그 이름이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지는 못할 것이다. 시나위는 오뚜기처럼 다시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굳이 시나위의 전성기를 논하자면 지금부터 얘기할 후반기보다는 전반기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이건 서구의 록 음악이 한국으로 유입되며 록 음악이 더 각광받았던 시기가 그때기도 했고, 시나위라는 밴드가 음악계에서 훨씬 주목받았던 시기도 그때라서 그렇다. 굳이 표현하자면 시나위의 전반기는 "한국에도 이런 엄청난 밴드가 나왔다"는 정도의 느낌이고, 후반기 느낌은 "그렇게 잘했던 시나위가 아직까지 건재하다"이런 정도랄까.

시나위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1995년의 일이다. 당시 신대철은 록밴드 보컬이었던 손성훈에게 지나가는 말로 "시나위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넨다. 당시 손성훈은 그룹 '전사'란 곳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신대철이 손성훈의 솔로 앨범 작업을 도와주면서 둘은 이 같은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를 빈말로 흘려듣지 않은 손성훈이 베이시스트(정한종)와 드러머(신동현)를 데리고 와서 "진짜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신대철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4년간의 공백을 깨고 시나위 다섯 번째 앨범이 나오게 된다.

손성훈은 이전에도 솔로 활동을 하며 나름의 인지도를 얻은 보컬이었다. 가장 유명한 곡은 1994년 나온 '내가 선택한 길'이란 곡이었는데 당시 '폴리스'라는 드라마의 OST로 삽입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병헌 김호진 엄정화 이승연 등 당시 스타들이 총출동한 인기 드라마였다. 당연히 메인 OST도 적잖은 인기몰이를 했다. 가사를 소개하면 이렇다. 기억이 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이 끝이 절망이라도/다신 못 올 곳이라도/나를 잡아끄는 이 길에/내 모든 걸 걸었어/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꺽이지 않아/후략)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추억의 록발라드 중 하나다.

손성훈은 밴드보다는 솔로활동에 더 어울리는 캐릭터였을 것으로 보인다. 시나위의 새 앨범이 나오자마자 손성훈은 밴드 탈퇴를 한다. 후두염이 악화되어 밴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애초부터 솔로활동에 더 애정이 있었을 거란 추측을 한다. 왜냐면 바로 그해 랩과 록을 접목시킨 'X 1집'을 내놓고 다음해인 1996년 그의 세 번째 솔로앨범을 연이어 출시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고백'이라는 록발라드가 실려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래서 시나위의 다섯 번째 앨범은 손성훈이 녹음을 하고 정작 공연은 새로 영입된 김바다가 전담을 맡게 된다. 김바다는 신동현이 당시 '톰캣'에서 활동하던 그를 점찍고 추천한 인재였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게 시나위의 '제 2의 전성기'를 촉발시킨 '신의 한 수'가 된다.

아직도 시나위를 대표하는 대표 보컬 중 하나로 꼽히는 김바다는 절창이라 부를 만한 보컬이었다. 임재범, 김종서 등과 견주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시나위에 딱 어울리는 보컬이었다. 그와 함께 시나위는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으러 간다.

손성훈이 녹음한 다섯 번째 앨범 '매맞는 아이'를 김바다풍으로 해석한 보컬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녹음한 보컬과 부르는 보컬이 다른 기형적인 상황 속에서 시나위는 미니앨범 '써커스(Circus)'를 내놓는데, 여기 실린 김바다의 목소리는 시나위 골수 팬조차 반하게 할 만한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김바다는 전형적인 쇳소리의 보컬이다.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처럼, 탁성에 기반한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를 전율시키는 매력이 있다. 높고 가는 헤비메탈 보컬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임재범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임재범의 특유의 비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부드러운(?) 허스키의 느낌이라면, 김바다는 좀더 금속성의 느낌이면서도 덜 다듬어진 거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일반인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높은 음역대의 라인을 자연스럽게 질러댄다. 저런 질감의 목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올라갈까 싶을 정도로 신비로운 매력이다.

써커스 가사를 소개하면 이렇다. (널 힘들게 만드는 모든 것이/너에게만 있다고 생각지마/누구에게나 쉽게 벗어날 수가 없는/그런 고통과 아픔이 가까이 있는 거야 예에~/포기하려 도망가려 하지마 너에게도 기회가 있는거야/세상의 끝에서 너에게 손짓하는 절망의 늪을 떠나서 꿈의 미래속으로/사람들이 만들어간 거짓된 모습으로/단 한 번뿐인 니 삶을 살아갈순 없잖아/바로 너야 껍데기가 아니야/그래 이제 살아 숨쉬는거야)

어찌보면 시나위 스스로를 놓고 쓰인 가사라고 읽힐 정도다. 기나긴 공백기와 어둠을 뚫고, 김바다라는 적토마가 합류하고 새로운 멤버와 '한마음 한뜻'으로 잘 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심리가 가사에서 읽힌다.

이 미니앨범에는 임재범이 불러 히트한 시나위의 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의 김바다 버전이 실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선배인 전설적인 보컬 임재범의 무게감을 딛고 녹음한 이 곡에서 김바다의 긴장은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다. 임재범의 곡을 재해석해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그는 준비된 보컬이었다. 그리고 신대철이 이 곡을 굳이 이 앨범에 재 수록한 것은 그만큼 김바다의 역량이 엄청난 것이라고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나위의 상징적인 곡이기 때문이다.

이 라인업인 보컬 김바다, 기타 신대철, 드럼 신동현, 베이스 정한종은 시나위의 오랜 음악적 취향에도 변화를 꾀한다. 헤비메탈에서 당시 유행하던 얼터너티브록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전작 써커스에서도 이미 이 같은 방향이 나왔지만, 여섯 번째 앨범 '은퇴선언'에서 방향전환은 극대화된다. 이 앨범은 시나위 후반기 전성기를 구가한 최고의 앨범 중 하나다. 무려 25만장이나 앨범을 팔아치우며 당시 쇠퇴기에 접어들던 록 음악계를 홀로 떠받치는 성과를 냈다.

앨범 타이틀곡인 '은퇴선언'은 여러모로 화제의 곡이었다. 가사를 살펴보자. (어제 나는 은퇴했었지/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난 눈물 흘렸었지/나의 연극(너를 위한 무대)/너는 관객(나를 위한 성공)/나의 연출(너를 위한 이별)/너의 동의/멋진 말들로 연설을 했었지/젖은 눈으로 기다림을 약속하면서/슬픈 연극은 끝났어/나를 보내야만 해/너희들의 슬픔이면/나에게 힘이 돼/기다림에 지칠 때면/다시 돌아올거야/너희들의 눈앞으로/오늘 나는 영웅이 되었지/수많은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눈물 흘릴테지/후략)

누구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지. 그렇다. 바로 서태지를 겨냥한 디스곡으로 꼽히는 앨범이다. 앞서 서태지가 시나위의 베이스 주자로 활동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시나위를 나온 뒤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한 서태지는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등극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거장이 됐다. 한국 음악계의 흐름을 바꾼 최고의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시나위 입장에서 서태지의 성공이 빛날수록 시나위의 화려한 과거와 그에 못 미치는 현재는 비교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6년 1월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며 공식 은퇴식을 했다. '은퇴선언'은 이 직후인 1997년에 나온 노래다. 여러모로 서태지의 은퇴를 겨냥해 만들어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앨범이 나온 다음해에 서태지는 첫 번째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컴백한다. 어찌 보면 시나위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때까지가 시나위의 활발했던 후반기 활동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곱 번째 앨범은 베이시스트가 김경원으로 교체된 이후 나왔는데,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이후 김바다는 1999년 시나위를 탈퇴한다. 이후 시나위에서 함께했던 정한종과 함께 밴드 '나비효과'를 결성하는데, 여기 실린 '첫사랑'이란 곡으로 인기몰이를 한다(김바다가 훌륭한 보컬이라는 걸 알수 있게 해주는 곡이다. 김바다만이 낼 수 있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거친 상남자가 부르는 사랑노래 느낌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정말 잘 어울린다).

이후 멤버가 대폭 교체된 이후 여덟 번째 앨범, 아홉 번째 앨범을 내지만 큰 존재감 없이 묻힌다. 대중이 다시 시나위의 존재를 인지한 것은 2012년 9월 '나는 가수다2'에 김바다와 신대철이 함께 출연하고 나서다.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 형태로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강남스타일'을 강렬한 록 버전으로 불러 주목을 끌었다. 이후 2015년 7월 신대철은 김바다를 보컬로 내세워 재결합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 밝혔다. 이후로도 시나위는 신대철과 김바다 두 멤버를 축으로 지금까지 돌아가고 있다.

추천곡은 너무 많아서 뽑기가 힘들 정도다. 임재범 버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와 김바다 버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모두가 좋다. 김종서가 부른 '새가 되어가리' 역시 명곡이고, 김바다 버전의 '써커스'와 '죽은 나무' 모두 최고의 곡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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