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최초입력 2017.07.14 15:02:00
최종수정 2017.07.14 18:27:10

/삽화=양만금 화백
▲ /삽화=양만금 화백
[전광우·손현덕의 통쾌한 경제-25] 올해로 우리나라와 수교 25주년을 맞는 두 나라가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인데, 제가 세계은행에 재임했던 30년 전 비슷한 시기에 첫 공식 출장을 갔던 소회가 남다른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양국관계가 반대 방향의 전환점에 선 듯합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의 외교관계는 25년 되었지만 북한과는 혈맹(血盟)관계'라는 말로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미칠 섬뜩한 속내를 보였습니다. 반면 아시아의 새로운 타이거로 부상하는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지요.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과 불투명한 경제전망 등 투자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국 편중에서 다변화 전략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의 근대화는 1986년 도입된 '도이모이'라는 중국식 개혁·개방정책 슬로건에서 시작합니다.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와 새롭게 한다는 의미의 '모이'가 합쳐진 쇄신정책의 일환으로 베트남은 '해외직접투자(FDI) 유치를 성장동력'으로 삼으라는 세계은행 권고를 적극 받아들여 성공적 산업화를 이루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된 것은 특기할 만합니다. 금년 4개월간 베트남 FDI 유입액이 전년 대비 40% 늘었는데요. 우리나라가 전체 증가액의 38%를 차지해 최대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국 기업 투자의 확대 추세를 보여줍니다.

해외 투자 결정은 대상국의 성장 잠재력과 시장 규모, 제도·규제의 예측 가능성, 정치체제 안정성 등에 달려 있습니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견고한 연평균 6~7%대 성장률을 시현하고 있고, 9500만명을 넘어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방대한 소비시장은 큰 매력입니다. 국민 평균 연령 27세의 젊은 인구 분포는 높은 노동생산력을 의미하고 중국 절반 이하의 생산비용과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도 강점이지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도 이념을 떠나 실용주의적 친(親)기업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확대해온 것 또한 성공적 외자유치의 핵심 요건입니다. 동남아 최저 수준인 법인세와 규제완화 노력이 잘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다만 개혁이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하듯이 시장경제 시스템 혁신 등 미완의 과제가 있지만 실용적 개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경제적 차원을 넘어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베트남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미래지향적 국정 기조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민적 결집력이 그것입니다. 오랜 세월 프랑스 중국 미국 같은 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용기로 진화된 것일까요. 베트남에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은 부러움과 배움의 대상이지만 오히려 우리가 한 수 배워야 할 게 있습니다. 과거 수차례 무력 충돌에서부터 작금의 남중국해 분쟁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지역 패권주의에 당당하게 맞서는 국민적 단결과 저력 말입니다.

'요즘 베트남에선 젊은이들의 과도한 한국화가 걱정될 정도'라는 현지 고위 관료의 말처럼 베트남은 무상원조를 우리나라의 10배나 주는 일본보다 문화적 동질성을 느끼는 한국에 더 우호적입니다. 한·베트남 양국은 2009년 전략적 동반자로 외교적 관계를 격상한 후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베트남은 우리나라 대외 공적개발원조(ODA)의 최대 수혜국이기도 합니다. 당면한 국정과제인 청년 창업이나 해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더욱 생산적인 한·베트남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ODA의 민간투자 촉진과 효율성 제고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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