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한입 육수 한모금 36년 전통 '만두집'의 맛

최초입력 2017.07.17 06:01:00
최종수정 2017.07.16 18:28:46

[미슐랭가볼랭-20]
만두 한 입 육수 한 모금
36년 전통 '만두집'의 맛


대한민국의 '유행 1번지'를 상징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서울 강남에 있는 '압구정 로데오'입니다. 과거에 비해 다소 한산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변신하는 동네임은 틀림없을 겁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유행과는 무관하게 '압구정 로데오'에서 묵묵히 36년을 버텨온 곳이 있습니다. 1982년 처음 오픈한 이래 만두 마니아들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미쉐린 가이드 2017'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평양만두 전문점 '만두집'입니다.


▲ '미쉐린 가이드 2017'에서 빕구르망에 선정된 만두집. /사진 제공=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압구정로데오역 6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으로 100m 정도 걷다 보면 좌측으로 보이는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초행길인 분들은 아마 조금 헤매실 것 같습니다. 빌딩숲 사이에 숨어 있는 데다 간판도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 '만두집'의 외관
외관은 상당히 수수합니다. 여타의 수식어 없이 '만두집' 세 글자로 채워진 간판도 인상적이고요. 마치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만두 전문점이다. 후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출입문 옆으로 작은 창문이 하나 나 있는데 주방 아주머니들이 만두를 빚거나 전 부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럼요~"라고 대답하시는 걸 보니 저 같은 손님이 많이 있었나 봅니다.

바깥 창문을 통해 조리과정을 볼 수 있다.
▲ 바깥 창문을 통해 조리과정을 볼 수 있다.

▲ '만두집' 내부 모습.
가게 내부는 손님 50명가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테이블 간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어 식사 중에 목청 높여 얘기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한 환경입니다. 수수한 외관에 비해서는 다소 널찍한 느낌이네요.

메뉴는 총 5가지이며 주류(소주, 맥주, 막걸리)도 판매한다.
▲ 메뉴는 총 5가지이며 주류(소주, 맥주, 막걸리)도 판매한다.
메뉴는 만두국(1만원), 콩비지(9000원), 빈대떡(1만6000원), 고추전(1만6000원) 그리고 만두전골(5만5000원) 등 총 다섯 가지로 단순합니다(만두전골 가격 ㅎㄷㄷ). 우리말로는 '만둣국'이 표준어이나 이북식 만두 전문점인 만큼 북한식 '만두국'이라고 표기한 것이 눈에 띕니다.



아울러 만두 전문점임에도 찐만두를 팔지 않고 오로지 만두국만 판다는 점도 독특하네요. 메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진 않습니다만 맛이 모든 것을 용서하겠지요.



저와 지인은 모듬전(빈대떡·고추전 반반)과 콩비지 하나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만두국 하나를 주문했습니다(참고로 1만6000원에 빈대떡과 고추전을 반반씩 주문할 수 있습니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무생채, 양배추김치, 오이소박이.
▲ 기본 반찬으로 나온 무생채, 양배추김치, 오이소박이.
만두용 간장(좌)과 콩비지용 양념장.
▲ 만두용 간장(좌)과 콩비지용 양념장.
주문을 마치자 기본 반찬과 양념장이 나왔습니다. 기본 반찬 세 가지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제 테이블에는 오이소박이와 무생채, 양배추 김치가 차려졌습니다.



한 젓가락씩 냉큼 집어먹어 봤습니다. 별로 특별한 점은 없네요. 이런 종류의 반찬을 접했을 때 모두가 기대할 수 있는 새콤한 맛입니다. 단, 간이 세지 않고 싱거웠는데 아무래도 평양식 음식을 하는 곳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만두국 양념을 풀기 전과 후.
▲ 만두국 양념을 풀기 전과 후.
두둥. 10분 정도 기다림 끝에 오늘의 주인공인 만두국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이나 파, 계란지단 등 고명은 일절 찾아볼 수 없고 육수에 만두 6개만 달랑 들어있는 모습이 꼭 이 집 간판을 보는 것같습니다.



국그릇 밑에는 고춧가루 양념이 가라앉아 있어 수저로 휘휘 저으면 국물 색이 금세 빨갛게 변합니다. 입맛에 따라 양념을 덜어내고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되지만 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빨간 만두국을 선택했습니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양지 육수에 고춧가루 조금 뿌린 것처럼 심플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가는 강력한 중독성을 지녔습니다. 36년 동안 우러난 국물 맛은 주연인 만두보다 조연인 국물을 더 부각시키는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만두피가 두껍고 만두소의 밀도가 높은
▲ 만두피가 두껍고 만두소의 밀도가 높은 '만두집' 만두.
만두는 성인 남성 둘이 3개씩 나눠 먹어도 배가 찰 정도로 거대한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실제로 한국식 만두는 보통 평양식 만두, 개성식 만두, 서울식 만두로 구분하는데 그중에서 평양식 만두 크기가 가장 크다고 하지요.



직접 먹어보니 만두피가 두꺼워 쫄깃한 식감을 주면서도 만두소는 질지 않은 최상의 조직감을 보여줍니다. 두부, 고기, 야채 등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빚어내 만두소의 밀도가 높고 포만감도 상당합니다. 또 숙주나물이 다량 들어 있어 아삭한 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지요. 다만 평양식 만두소는 두부와 야채의 비율이 높으니 꼭 간장을 찍어 간 조절을 하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듬전과 콩비지.
▲ 모듬전과 콩비지.
메인 메뉴에 집중하다 보니 나머지 음식들을 홀대했네요. 함께 주문한 모듬전과 콩비지입니다. 솔직히 다른 곳에서 파는 전이나 콩비지와 비교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빈대떡과 고추전은 익숙한 '그 맛'이었고요, 콩비지는 단호박을 갈아 넣어 특유의 고소함에 단맛을 더한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습니다. 만두국만 먹기 아쉬울 때 곁들이면 좋을 수준입니다.



그 와중에도 만두와 국물에 끊임없이 손이 갔던 것을 생각하니 이곳은 영락없는 '만두집'인 것 같습니다.

미션 클리어
▲ 미션 클리어
간만에 포식을 했습니다. 빈 접시를 보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미 수첩과 카메라는 가방에 집어넣은 지 오래입니다. 지인과 이심전심으로 눈빛을 교환한 후 소주를 한 병 시켰습니다.



"아주머니, 여기 육수도 한 그릇만 더 주세요."



[입 짧은 남자]



만두집 총평

맛 ★★★(만두국에 한함)

가격 ★☆☆

분위기 ★★☆

(★★★ 만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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