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다이슨의 혁신, 전기차에서도 성공할까

최초입력 2017.10.09 06:02:00
최종수정 2017.10.13 14:24:03

[도서]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사진=미래사
▲ [도서]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사진=미래사
[글로벌 CEO열전-31] "내가 장거리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체격 조건이 좋아서가 아니다. 남이 넘보지 못할 투지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성공하려면 먼저 실패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2014년 매일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최근 2020년 전기자동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3조원이 넘는 20억파운드를 투자해 프리미엄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다이슨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임원을 영입하고 배터리 업체를 인수하며 더 넓은 곳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이슨이 배터리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한 번 충전으로 수천 ㎞를 달리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엉뚱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배경엔 다이슨 창업자가 여전히 신제품 연구개발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연간 매출이 수조 원에 달하고 영업익도 1조원대를 육박하는 다국적 기업이 됐지만 다이슨의 시작은 말 그대로 볼품없었다.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다이슨은 30대 초반에 우연히 기존 진공청소기 성능 저하가 먼지봉투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먼지봉투가 시간이 갈수록 흡입력을 약화시켰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지봉투로 걸러내는 청소기가 100년 넘게 쓰인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멈췄을 텐데 다이슨은 한 발 더 나갔다.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면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현실성이 없었던 이 아이디어에 그는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모든 일을 중단하고 그는 신개념 진공청소기 개발에 전념했다. 돈이 없어 집을 담보 잡혔고, 생활비는 미술 교사였던 아내가 책임졌다. 1979년부터 꼬박 5년에 걸쳐 5000개가 넘는 실패작을 내고서야 G포스(G-Force)라는 진공청소기를 완성했다. 제재소에서 원심분리로 톱밥을 걸러내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고안한 청소기였다.

드디어 원하는 제품을 개발했지만 대박의 꿈은 아직 멀었다. 영국에서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공장은 물론 먼지봉투를 팔아 이익을 남겼던 유통업체들도 등을 돌렸다. 다이슨은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카탈로그 판매에서 활로를 찾았다. 약 10년간 고생한 끝에 1993년 영국에 자체 공장과 연구실을 갖춘 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성공시킨 뒤에도 다이슨은 끊임없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마케팅이나 영업보다는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다이슨 직원들은 그의 행동에서 창업자의 최고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오직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라. 제품이 좋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뒤따라오게 돼 있다." 다이슨이 직원들에게 종종 강조하는 말이다.

이는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다른 가전업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었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후속 제품까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마케팅과 영업에 소홀하다 보니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이슨은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것에 승부를 거는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싼값에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다이슨이 최고가 전략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신개념 청소기에 이어 날개 없는 선풍기와 초음속 헤어드라이기까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혁신 제품이 나오면서 다이슨의 고가 전략은 성공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특별하지 않으면 굳이 비싸게 제품을 사지 않고 특별하더라도 내구성이 없으면 다시 구매하지 않는다. 다른 가전업체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가격에 나오는 다이슨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것은 특별하기도 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프리미엄 가전기업인 다이슨의 성공 비결로 혁신 기술에 대한 전폭적 투자와 독창적인 디자인을 꼽지만 더 근본적인 원동력은 다이슨이 보여주고 있는 혁신에 대한 열정이다. 한번 꽂히면 목표 달성 때까지 모든 걸 다 거는 집념과 용기가 다이슨만의 창조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투지와 확신을 가져야 한다." 무모해 보이는 것에도 확신이 생기면 모든 것을 거는 그의 기업가정신이 전기차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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