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으로 가질 수 없는 것 2인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최초입력 2017.10.07 06:01:00
최종수정 2017.10.01 15:47:43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더 스테이지-92]
권력으로 가질 수 없는 것
2인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브로드웨이는 바둑판 모양으로 질서정연한 맨해튼 길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맨해튼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물리적인 길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공연계를 일컫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500석 이상의 극장 41개로 이뤄진 브로드웨이와 외곽 지역에 실험적인 소극장들이 모인 오프 브로드웨이. 수백 개의 작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곳을 사람들은 '연극의 본고장'이라 부른다.

2015년 6월 오프 브로드웨이 애틀랜틱 극장에서 초연돼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은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초연된다. 브로드웨이의 열기가 아직 식기 전 건너 온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바그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작가 라지브 조셉의 작품이다. 라지프 조셉은 뉴욕타임스로부터 '타고난 예술가'라고 인정받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왕비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22년간 지었다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는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궁. 주어진 임무에 충성을 다하는 원칙주의자 휴마윤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바불, 닮은 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두 친구는 타지마할 앞에 서서 정면을 응시한 채 수다로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왕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근위병은 호기심을 못 이기고 뒤를 돌아보고 만다. 그들은 황제의 명령을 어긴 대가로 충격적인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바로 이 궁전 건축에 참여한 기술자 2만명의 손을 모두 자르라는 것. 이유는 단 하나, 타지마할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이 지어져서는 안 된다는 황제의 욕심 때문이다(실제 실존인물인 황제 샤 자한이 그러한 명령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극은 휴마윤과 바불, 두 사람의 대화로만 진행된다. 하지만 지루함은 찾을 수 없다. 이야기가 워낙 충격적으로 전개되고 사건을 대하는 두 사람의 관점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현실적인 후마윤과 이상주의자인 바블이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이들 사이를 시게추처럼 오가며 극에 빠져든다. 또 2만명의 손목을 자른 후 공연장을 뒤덮는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 약 600리터의 특수용액과 특수효과는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왕의 희망은 이루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타지마할보다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넘쳐난다. 휴마윤과 바블이 보았던 새들이 그러하고, 바블이 꿈꿨던 자유로운 삶이 그러하다. 부당한 권력은 아름다움을 막을 수 없다. 새처럼 자유를 향해 목숨을 버린 바블. 친구를 잃은 휴마윤이 아름다운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말한다. "아름다움은 또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권력은 완전히 개인을 억압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이야말로 진정 아름답다고 말하는 듯하다. 휴마윤 역에 배우 김종구와 조성윤이, 바블 역에는 배우 최재림과 이상이가 더블캐스팅되었다. 10월 15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