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나요 빨간 두꺼비 '진로골드' 추억의 알싸함

최초입력 2017.10.07 06:01:00
최종수정 2017.10.01 15:47:56

빨간 병뚜껑이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희석식 소주 진로골드다. 오리지널 진로와는 병 색깔, 라벨 디자인이 달라졌다. 맛은 똑같다고 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빨간 병뚜껑이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희석식 소주 진로골드다. 오리지널 진로와는 병 색깔, 라벨 디자인이 달라졌다. 맛은 똑같다고 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27] 나는 빨간 두꺼비 세대가 아니다. 빨간 두꺼비는 25도짜리 희석식 소주 '진로'의 별명이다. 병에 그려진 빨간 두꺼비 때문에 진짜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진로는 1998년 참이슬이 나오면서 단종됐다.

내가 처음 마셨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1도였다. 그때 어른들은 "소주가 소주가 아니다"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주는 19도가 됐다. 군 복무 시절 만난 A 상사는 술자리에서 19도짜리 소주를 물처럼 마셨다. 그는 "요즘 소주는 어지간히 마셔서는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땐 이들이 마셨던 소주는 대체 어떤 소주였을지 궁금했다.

우연히 대형마트에서 빨간 두꺼비를 발견했을 때 집 나간 동생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알고 보니 제조사는 1993년부터 '진로골드'라는 이름으로 25도짜리 희석식 소주를 만들어 팔았다. 생산량이 19도, 21도짜리 소주보다는 적어 판매하는 곳이 드물다. 나는 망설임 없이 술병을 집어들었다.

차갑게 식힌 진로골드를 잔에 따랐다. 소주 냄새가 노골적으로 났다. 소주 첫 잔은 언제나 원샷이다. 알싸했다. 맵다고 느껴질 만큼 자극적이었다. 입안이 얼얼했다. 술을 넘기자 목젖, 식도, 위장 순으로 달아올랐다. 절로 '캬' 하는 소리가 나왔다. 코에서 뜨거운 기운이 뿜어졌다.

알코올이 목을 씻어내리는 듯한 개운함이 있었다. 기름진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 좋을 것 같았다. 삼겹살에는 소주라는 공식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갔다.

도수가 높은 데다 알싸한 맛이 강해서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좋다. 치킨에는 맥주가 잘 어울리지만, 치킨에 진로골드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도수가 높은 데다 알싸한 맛이 강해서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좋다. 치킨에는 맥주가 잘 어울리지만, 치킨에 진로골드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배가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진로골드는 옛날 진로의 맛과 같다고 했다. 병 색깔과 라벨 디자인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술병을 따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병따개로 여는 식이었는데, 다시 나온 진로골드는 뚜껑을 돌려서 딴다.

25도짜리 소주를 탄 폭탄주는 어떤 맛일까. 카스를 따른 잔에 진로골드를 넣고 잘 섞어 마셨다. 밍밍한 카스가 고소하게 느껴졌다. 도수가 높아서 그런지 맥주에 탔을 때 19도, 21도짜리 소주보다 맛있었다.

어쩌면 이 술은 맛이 어떻고를 논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술일지도 모른다. 소주는 한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싼값에 빨리 취하려고 진로를 마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빨간 두꺼비는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을 것이었다.

앞으로 내가 빨간 두꺼비를 일부러 찾아 사 마실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창 때 빨간 두꺼비를 드셨다면 추억을 곱씹으면서 드실지도 모르겠다. A상사는 이제 원사쯤 됐을까. 아니면 준위일까. 그는 아직도 19도짜리 소주를 짝으로 사놓고 마실까. 문득 생각났다.

조금 서글퍼졌다. 그때 그들은 이 독한 술을 서너 병씩 들이부어 심신의 고달픔을 마취시켰을 것이다. 더 서글픈 것은 도수가 조금 낮아진 소주를 마신다는 것을 빼면 지금 우리도 그때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에서 진로골드 360㎖ 한 병에 약 1400원이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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