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3위 싱가포르 그곳에서 생각난 것들

최초입력 2017.10.10 06:02:00
최종수정 2017.10.09 17: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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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손현덕 통쾌한 경제-38] 지난달 하순에 방문한 싱가포르는 늘 역동성이 느껴지는 나라입니다. "자유는 질서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싱가포르 국부(國父) 리콴유의 말을 실천하듯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로도 꼽힙니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부산광역시보다 작고, 인구는 서울 인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도시국가에 불과하지만, 반세기 전 독립 당시 가난한 어촌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입니다. 수없이 방문했던 나라지만 갈 때마다 우리 모습을 돌이켜보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출장 기간 중 눈길을 끈 국제뉴스는 2017년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였습니다. 싱가포르는 137개 평가 대상국 중 작년 2위에 이어 금년엔 3위를 차지해 스위스 미국과 더불어 세계 국가경쟁력 1~3위 톱 그룹을 형성합니다. WEF 평가의 상위권 국가들은 12개 평가부문 중 노동·금융·혁신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데요. 싱가포르는 노동 2위, 금융 3위, 혁신 9위로 아시아 최정상을 점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4년째 26위에 머무르고 있고, 2008년 10위권을 정점으로 떨어지는 추세인데, 특히 노동·금융의 만성적 취약성이 문제입니다.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고 금융시장 성숙도는 74위로 싱가포르와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주요 OECD 국가 중 예외적으로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우리나라의 세부항목 중 정치인에 대한 공공 신뢰(90위), 공무원 의사결정 편파성(81위), 정부 규제 부담(95위)은 더욱 나쁜 수준입니다.

그럼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첫째, 청렴하고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자유시장경제와 아시아적 가치를 접목시킨 '리콴유 신화'가 핵심 배경이지요. '영웅인가, 독재자인가'라는 그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도 있지만, 리콴유 비전과 철학 없이 오늘날 싱가포르는 없습니다. 그의 자서전 '일류국가의 길'에서 "나는 일생 동안 네 나라(영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국가(國歌)를 부르며 살아왔다"는 배경이 보여주듯이 국익 우선의 실용주의적 국가전략은 싱가포르 정책기조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둘째, 혁신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와 지속적 개혁 노력입니다.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은 2010년 오픈한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입니다. 높이 200m 3개 빌딩 위에 배 모양 건축으로 유명한 쇼핑몰, 카지노, 컨벤션센터를 품고 있는 건물은 삼성동 코엑스의 3.4배에 달하는 면적인데요. 마이스(MICE·기업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과거 물류 중심의 싱가포르는 세계 1위 국제회의 도시가 되었고 관광수지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 경쟁력 확보입니다. 금융은 경제시스템 전반의 심장과 혈맥 역할을 합니다. 실물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윤활유이자 금융은 자체 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관 서비스산업 발전을 촉진하지요. 파격적 규제 완화, 과감한 해외 투자 유치, 유연한 노동시장과 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금융허브 전략은 싱가포르 성공 모델의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WEF 평가나 도시국가와의 직접 비교에 무리가 있더라도 경제 역동성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적자본 투자 확대, 혁신성장 가속화, 노동·금융 효율성 제고 등 경제체질 개선이 필수라는 교훈만큼은 분명합니다. 기업의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는 구시대적 규제 혁파도 과제고요. "지도자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비전이라야 한다. 현실성 없는 비전은 자칫 우리 모두를 파괴할 수 있다." 리콴유 자서전에 나오는 얘깁니다. 당면한 안보·경제 복합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 정책기조의 현실성 점검이 시급하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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