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대 도래 예고속 마쓰다의 카운터 펀치는

최초입력 2018.02.05 06:01:00
최종수정 2018.02.05 14:55:03

마쓰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로터리 엔진 /사진=일본 위키피디아
▲ 마쓰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로터리 엔진 /사진=일본 위키피디아


[Tech Talk-102]

'봉고차량이 앞서가던 트럭을 추돌해…'라는 기사 문장은 특별히 어색하지 않다. 기사에서 언급된 '봉고차량'이 어떤 차종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고'라는 차종은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밴(VAN)'이라고 해야 한다. 밴은 지붕이 달려 있는 화물차를 말한다(물론 봉고 소형 트럭도 있지만). 봉고는 기아자동차가 1980년 출시한 승합차 시리즈 브랜드다. 일본 자동차 업체 마쓰다의 '봉고'를 들여와 조립 생산했다. 기아차는 마쓰다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게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봉고=밴'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일회용 반창고를 달라고 하지 않고 "대일밴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원조 '봉고'를 만든 마쓰다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4약'에 속하는 완성차 업체다(참고로 3강은 도요타·혼다·닛산을, 4약은 미쓰비시·스즈키·스바루 그리고 마쓰다를 말한다). 마쓰다는 1920년 동양코르크공업이라는 이름의 코르크(와인 병마개) 업체로 출발했다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정부에 의해 군수 업체로 지정되면서 급성장했다. 1차 오일쇼크와 일본 버블경제 붕괴 후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어 한때 미국 포드자동차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포드의 부진으로 독자 생존의 길이 다시 열렸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한 덕분에 지금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마쓰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일본 제조업 특유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노즈쿠리는 일본어 '물건(物)'과 '만들기(作り)'라는 말을 합친 것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제조업 정신을 일컫는다. 장인정신, 프로의 근성과 같은 것이다. 곧 바닥을 드러내는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는 전문가의 철저함을 기본으로 한다. 일시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와 실력이 기본이다. 의지만으로는 곤란하고 실력만 있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다. 마쓰다가 바로 그런 길을 걸어왔다.

마쓰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로터리 엔진 /사진=일본 위키피디아
▲ 마쓰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로터리 엔진 /사진=일본 위키피디아
자동차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마쓰다의 모노즈쿠리는 2가지 기술로 집약된다. 하나는 '로터리 엔진'이고 다른 하나는 '스카이액티브(SKYACTIV)'다. 마쓰다가 로터리 엔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 간다. '모터블로그'에 따르면 로터리 엔진은 '개념부터 완전 다른' 매우 획기적인 엔진이다. 독일 기술자 펠릭스 반켈이 1951년 고안했다. 기존 엔진이 피스톤의 왕복 직선 운동으로 작동하는 것과 달리 로터리 엔진은 엔진 전체가 회전하면서 돌아가기 때문에 운동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부품도 많지 않아 간단하면서 작은 사이즈에도 파워는 강력하기 때문에 '꿈의 엔진'으로까지 불렸다. 다만 엔진 자체가 회전하는 특성상 마찰로 인해 내부에 마모가 생긴다는 것과 연비가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놀라운 엔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가 외면한 이유였다.

마쓰다는 달랐다. '강력한 기술만이 생존 비결'이라고 믿고 로터리 엔진에 올인했다. 1961년 거액을 들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데 현실에서는 '꽝'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로터리 엔진이 여기에 해당했다. 마쓰다는 일본 드라마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포기하면 안돼!"를 외치며 연구개발을 거듭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로터리 엔진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마쓰다는 몇몇 모델에 성능이 개선된 로터리 엔진을 장착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마쓰다의 로터리 엔진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유럽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2012년 단종되고 말았다.

로터리 엔진을 장착한 마쓰다의 스포츠카
▲ 로터리 엔진을 장착한 마쓰다의 스포츠카 'RX-8'. 이 차종의 단종으로 마쓰다 로터리 엔진 차량도 사라지고 만다. /사진=위키피디아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쓰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연기관 혁명의 제2탄'이라고 부를 정도로 야심만만하게 준비하고 있는 '스카이액티브X' 기술을 완성했다. 스카이액티브는 자동차 연비 향상을 위한 마쓰다의 전사적 연구 성과물이다. 엔진, 변속기, 플랫폼 등 자동차 핵심 부품 설계가 제각각인 기존 설계 프로세스와 달리 스카이액티브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 기술을 포괄적이고 동시에 혁신해 차량 전체적으로 최적화를 이룬 게 특징이다. 내년에 선보일 스카이액티브X는 차세대 가솔린 엔진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기차를 능가할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지난해 여름 마쓰다는 "엔진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90%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엔진도 아니고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엔진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말이다.

스카이액티브X는 연비 개선을 위한 전기장치 도입을 추진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내연기관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로터리 엔진의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흥행성과 기술력을 모두 갖추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가 전기차로 가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그들은 시장을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다는 2035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85% 정도가 여전히 내연기관을 달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나이 세이타 마쓰다 회장은 "배터리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전기차가 계획대로 보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시대를 맞아 내연기관은 종말을 고할 것'이란 시류에 대한 마쓰다의 카운터 펀치다.

마쓰다의 모노즈쿠리가 요즘처럼 기하급수적으로 급변하는 기술 변화 추세에 적응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모두 "로터리 엔진은 안된다"고 할 때 마쓰다는 그 가능성에 집중했고, 다들 '전기차'를 얘기하는 때에 오히려 내연차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다만 그들이 '자동차 제조'라는 '업(業)'에 대해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내연차만이 갖는 바이브레이션, 사람이 직접 운전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고가이 마사미치 마쓰다 사장은 "우리의 DNA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확실한 존재감을 유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효율성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서구 기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태도다. 마쓰다의 이 같은 모노즈쿠리는 최근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비인간적 가스실험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트렌드 좇기에 급급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가치를 완성해가는 진정한 프로의 정신을 보여준다.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