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산나물밥이 6천원 '소녀방앗간'이 건넨 위로

최초입력 2018.02.05 15:01:00
최종수정 2018.02.05 15:25:02

[미식부부의 맛집기행-29] '찧고 빻는 역사가 한국 음식의 역사이고, 그들이 소녀방앗간의 주인공입니다. 편리하고 건강하고 투명한 방앗간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서울숲 근처 성수동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한식 밥집 '소녀방앗간'의 모토입니다. '소녀방앗간'이 추구하는 목표에서 읽을 수 있듯이 먹거리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면서 메뉴를 짜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는 집입니다.


▲ '소녀방앗간'의 산나물밥


이 집의 간판 메뉴인 '산나물밥'을 주문했습니다. 조그만 사각 식판에 담겨져 나온 식사는 시각적으로 근사했습니다. 넘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소박한 밥상이었습니다. 산나물 향이 연이어 코를 찔렀습니다. 자연산 나물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었습니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는 입맛을 다시게 만들어주었고요. 산나물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따뜻한 밥 위에 간장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비벼 먹었습니다. 식사하는 내내 '참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런 멋진 식사 한 끼 요금이 6천원. 밥은 두 사람이 먹어도 넉넉할 정도인 공기밥 두어 그릇 분량. 평소 식사량대로 한 공기만 먹을까하다가 너무나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어서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습니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니 음식에 얽힌 스토리를 알려주는 여러 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나물밥'은 월산댁 뽕잎과 일포댁 취나물을 기본 재료로 해서 진보정미소에서 도정한지 30일이 안된 햅쌀로 밥을 짓습니다. 여기에 방위순 할머니가 만든 간장, 장순분 어르신의 들깨로 짠 들기름이 들어갑니다. 최고급 식당에 가서도 누릴까 말까한 자세한 식재료 원산지 이력을 이 집에서는 모든 메뉴에 철저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음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소녀방앗간'의 김민영 대표


'소녀방앗간'의 김민영 대표(28세)를 만났습니다. 사전에 입수한 여러 자료를 읽은 관계로 어렵게 고생하며 자란 대학 휴학생 신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긴 시간 음식과 가치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차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앳된 외모와 달리 역경을 이겨내며 사업을 일궈가는 투지와 열정,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음, 스스로에 대한 겸손함과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순수함이 주는 감동입니다. 요리의 '요'자도 몰랐다는 김 대표가 어떻게 밥장사를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물어보았습니다. 김 대표는 '위로'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어렵게 자랐습니다. 11평 임대 아파트에서 온 식구가 살았으니까요. 아파트 평수로 사람을 가르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았습니다. 경제적 궁핍이 주는 박탈감이 컸습니다. 삼시세끼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운 적도 많았고요. 그 시절, 상실감과 좌절에 빠져있던 24살 도시 처녀였던 제가 가까운 언니와 함께 경북 오지인 청송에 갔습니다. 청송의 어르신들께서 생면부지인 저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고단하게 살며 지친 제가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식사였습니다"

청송에서 '위로'를 받은 김 대표는 이를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주식회사 방앗간 컴퍼니'.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 여러 사람들을 아우르고 조화를 시켜나가는 리더십 덕분에 어릴 때부터 '네가 하면 잘할 거야'라는 말을 들어온 김민영씨가 소셜 벤쳐 회사의 대표를 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 '소녀방앗간' 전경
김 대표는 자신의 소임을 음식점 운영에 머물지 않고 시골 농촌의 청정 식재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에 두고 있습니다. '소녀방앗간' 운영 외에 청정 식재료 판매, 청정 도시락과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산골 오지에서 재배한 야생차, 재래 장류와 전통 소금, 저온 착유 참기름과 들기름 등 청정 식재료 상품 들은 명절선물로도 인기 만점이고요.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살고 있는 김 대표지만 오전에는 '소녀 방앗간'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음식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자만하지 마라. 현장을 지켜라, 겸손하라'. 김 대표는 아버지가 그에게 준 가르침을 매일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고 있는 예쁜 딸이기도 합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된 시작점은 '사람'입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도시의 절망을 농촌의 희망으로, 농촌의 절망을 도시의 희망으로 위로하고자 합니다.' 참 멋진 젊은이입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가 만드는 음식이 어찌 맛있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음식점 정보
△메뉴: '산나물밥'을 기본으로 하고 요일마다 점심, 저녁 추가 선택 가능한 메뉴가 각 1개 있음(제철 좋은 식재료가 나올 경우 신 메뉴 개발 제공)
<월>
- 산나물밥 6,000원 (월산댁 뽕잎, 일포댁 취나물, 진보정미소 도정 30일 이내 햅쌀, 방위순 할머니 간장, 장순분어르신 들깨로 짠 들기름)
- 고춧가루 제육볶음 8,000원 (황태한 어르신 고춧가루, 국내산 돼지고기, 유기농 원당으로 발효시킨 사과청과 매실청)
- 우거지매생이국(저녁) 8,000원 (청송에서 직접 말린 우거지, 전남 완도에서 난 매생이, 유영대, 지호준 어르신 재래간장, 경남 통영에서 난 굴)
<화>
- 산나물밥 6,000원, 고춧가루 제육볶음 8,000원, 우거지 매생이국(저녁) 8,000원
<수>
- 산나물밥 6,000원, 시골된장찌게 6,000원, 우거지 매생이국(저녁) 8,000원
<목>
- 산나물밥 6,000원, 장아찌 불고기밥 8,000원, 우거지 매생이국(저녁) 8,000원
<금>
- 산나물밥 6,000원, 참명란비빔밥 8,000원, 우거지 매생이국(저녁) 8,000원
<토, 일>
- 산나물밥 6,000원, 참명란비빔밥 8,000원, 우거지 매생이국(저녁) 8,000원
△위치(소녀방앗간 시작점):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68-35 1층, 02-6268-0778
△영업시간: 10:00~ 21:00(15:00~17:00 브레이크 타임; 설날, 추석 연휴 3일 휴무)
△규모 및 주차: 40석. 인근 공영 주차장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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