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사실보다 주목해야하는 본질은?

최초입력 2018.02.07 06:01:00
최종수정 2018.02.07 09:33: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44] 최근에 현직 여검사가 검찰 내 성희롱을 폭로했다. 8년 전 장례식장에서 상급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당시 모두 검사였다는 점, 많은 사람이 있던 자리에서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8년간의 긴 시간 동안 홀로 그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이 일로 인해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몇 개월 전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는 의혹까지 있다고 한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사건으로 심리적 피해가 특히 크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겪었을 깊은 아픔에 쉽게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권고사항인 "성희롱 피해자의 대처 방안"에 비추어 아쉬운 대처인 까닭이다. 권고되고 있는 대처 방안은 이렇다.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거부 의사를 표시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걱정해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자칫 성희롱을 용인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편지를 쓰거나 기록을 하는 등 증거자료를 남겨야 합니다. 기록을 하는 경우 그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내용이나 목격자, 증인, 성적인 언어나 행동에 대한 느낌 등을 기록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사과할 것과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합니다. 주저 없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사내 고충처리위원에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전문상담기관에 지체 없이 상담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업무수행 내용에 대한 사본을 보관합니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상대방은 피해자의 직장에서 업무능력이나 실적 등을 문제 삼을 수 있으므로 미리 자신의 업무수행에 관한 기록이나 그 밖의 증거자료의 사본을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법제처 생활법령정보 참고)

그러나 대한민국 검사가 이와 같은 일을 알지 못해 대처하지 못하였으랴.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탁드립니다.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대해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입니다.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2차 피해가 명백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그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증거 수집을 모색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바른 의식을 갖고 지금까지의 편견을 깨는 등 그 피해자가 속한 조직의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대처 요령이라도 그것은 허울에 그치게 마련이다. 피해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을 가져주시기 부탁드립니다."(2018년 1월 31일자 서울경제 기사에서 인용)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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