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비밀병기 'X2', 매력적인 주행능력에도 가격은 글쎄

최초입력 2018.02.08 15:01:00
최종수정 2018.02.08 19:04:02

[쉽게 쓰여진 시승기-44]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드라이브의 완성은 도시의 아름다움이다. 대서양의 푸른 바다와 따뜻한 햇살, 고풍스러운 가옥, 드넓은 광장과 만면에 미소를 띤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라면, 티코를 타도 평점 만점을 줄 것이다. BMW가 올해 첫 비밀병기로 꺼낸 SUV X2의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한 것도 도시의 미(美)에서 오는 후광 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이다(무서운 자본의 힘, 달콤한 자본의 힘). 동(冬)장군을 너머 동(冬) 대통령이 찾아온 듯한 동토(冬土)의 한국. 고통받는 기자들에게 대서양의 햇빛이 쬐는 포르투갈 리스본 시승회라니. 그. 러. 나. 저널리즘의 원칙이 대서양 햇빛에 녹아내릴 수는 없는 법. 마음을 다 잡고, X2를 전면 해부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탑 앞에는 대서양의 시작이자, 유럽 대륙의 출발점인 이곳에 BMW의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2'가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를 위해 도열했다.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의 업적을 기리는 벨렝탑에서 BMW X2가 세계 SUV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피터 볼프 소형차 생산라인 수석부사장은 "X2는 우리 그룹에 특별한 모델인 만큼 첫 시작인 미디어 시승회 역시 특별한 장소를 골랐다"고 했다.

시승기 전에 간단히 설명부터 하겠다. BMW의 SUV라인(X시리즈)은 홀수와 짝수 모델로 나뉜다. X1, X3, X5는 기존 기본형 SUV다. 실용성을 강조해 기존 SUV 문법에 충실한 차가 홀수 모델이라면, 짝수 모델은 얌전함을 벗어던지고 한껏 '멋'을 부린 쿠페 모델이다. X2는 소형 모델인 X1을 기반으로 한 쿠페형 SUV다.

BMW의 2018년 첫 차이자, 비장의 무기인 X2(xDrive 20d M 스포츠X)를 타고 리스본과 대서양 해안가 도로 187㎞를 달렸다. 시원한 해안도로는 물론이고 꼬불꼬불 산길, 뻥 뚫린 고속도로까지 전방위적 '압박면접'이다.



목차

1.디자인-피카츄를 닮은 갈바닉골드

2.주행성능-SUV(Sports Utility Vehicle)? SUV(Sedan Utility Vehicle)!

3. 정숙성-소리없이 강한 레간자의 귀환

4.실내디자인-날라리의 따뜻한 품?

5.가격-X2의 최대 난관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
▲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BMW X2
▲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BMW X2


1.디자인 ★★★★

이베리아 반도의 따뜻한 태양을 그대로 담은 듯한 황금빛(갈바닉 골드)이 눈에 띈다. 그 이름도 특이한 갈바닉 골드란다. 금빛 색상에 약간 노란빛을 띠는 것이 우리말 '황금빛'으로 옮겨도 뜻이 통할 듯하다. 황금빛에서 약간 어두워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유지해주는 느낌이다..

소형 SUV X1보다 뒷 라인을 깎아서 전체 보디라인을 날렵하게 했다. 지붕 선이 기존 쿠페에 비해 다소 높아 기본 SUV 모델인 X1의 '쌍둥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내부 공간의 실속성을 확보하면서도 쿠페의 '미(美)'를 적절히 조합한 운용의 묘를 살렸다. 수치로 보면 X2는 X1보다 차체가 35㎜ 낮아지고, 지붕 높이는 오히려 X1보다 70㎜ 높다. X1과 동일한 휠베이스(바퀴와 바퀴간 라인)를 갖춰 실내 공간은 더 효율적인 느낌이었다.

피카츄가 60살이 된다면 이런 색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피카츄가 60살이 된다면 이런 색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BMW의 상징인 콩팥 모양의 키드니 그릴도 변화를 줬다.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게 디자인했다. 이는 차체를 더 낮아보이게 함으로써, 차에 날렵한 느낌을 부여한다. 기본 SUV 보다 쿠페형을 강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 뒷부분 양측면에 BMW 엠블럼이 디자인됐다. 이는 X시리즈 중엔 최초다. 2000 CS와 3.0 CSL 같은 BMW의 전통적인 쿠페 모델에 적용해 왔는데, 쿠페형 SUV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주행하는 동안 차선 차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X2 측면부에 디자인된 엠블럼.전통 쿠페모델 2000 CS, 3.0, 3.0 CLS에 적용됐던 디자인을 차용해, 쿠페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 X2 측면부에 디자인된 엠블럼.전통 쿠페모델 2000 CS, 3.0, 3.0 CLS에 적용됐던 디자인을 차용해, 쿠페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X2 배기구
▲ X2 배기구


X2 그릴(전면부 통풍구)
▲ X2 그릴(전면부 통풍구)


X2 후면
▲ X2 후면


2.주행성능 ★★★★

시동을 거니 '그르릉' 엔진 소리가 귀를 울린다.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리자, 적당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이 세단의 승차감이 떠오를 정도였다. 산길에서도 스티어링의 반응속도가 좋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반응했다. 적당히 두꺼운 핸들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다만 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 충격이 좌석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커지면서 승차감이 조금 흐트러지기도 했다.

대서양 해안도로의 길이 끝나고,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계속했다.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자 안정적으로 속도를 낸다. 최고출력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에 8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고속주행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보니 야수가 잠에서 깨어나 듯 예민한 반응속도를 보인다. 치고나가는 속도도 꽤나 인상적이다. 동시에 급정거에서 안정적으로 반응해 승차감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외면은 피카츄스러운 귀여움을 강조했지만, 주행에서는 '라이츄'(피카츄 진화 버전)로 한 단계 더 도약한 느낌이랄까. 다만, 속도감과 거친 엔진 소리를 즐기는 드라이버라면, X2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3.정숙성 ★★★★

고속주행 속에서도 정숙성이 뛰어나 소음에 민감한 고객을 위한 차로도 손색이 없다. 고속주행 속에서 정숙성이 그대로 유지된다. 웬만한 SUV였다면, 실내가 이미 바람소리로 가득찼을 것이다. 초고속 주행 모드로 진입했을 때 비로소 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비밀은 보닛 아래 있었다. 두터운 흡음재가 하단을 감싸면서 차 내부로 엔진 소음이 전달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시트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스피드를 즐기고 싶은 이들과 시원한 시야를 확보하고 싶은 고객들 모두 만족스러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X2 엔진룸
▲ X2 엔진룸


보닛 하단에 부착된 흡음제. X2의 세단급 정숙성의 비결이다
▲ 보닛 하단에 부착된 흡음제. X2의 세단급 정숙성의 비결이다


4.내관 ★★★

'날티' 나는 겉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미소년의 품에 안겼는데, 이게 웬걸. 따뜻한 품이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실용적인 내부 공간은 X2의 '숨겨진 매력'이다. 내부 디자인도 수준급이다. 검은색 인테리어를 기본으로 했지만, 차량 곳곳 테두리에 노란색 실로 '한땀 한땀' 스티치를 넣어 젊은 감성을 부각시켰다. 좌석 밑 반판의 테두리에도 노란색으로 마감한 점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X2의 실내공간. 내부 곳곳에 노란색 스티치가 새겨져 있다. 좌석 아래쪽 발판 테두리 역시 노란색으로 마감된 것이 포인트. 하단 내부 공간도 넉넉해 장신이라도,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 X2의 실내공간. 내부 곳곳에 노란색 스티치가 새겨져 있다. 좌석 아래쪽 발판 테두리 역시 노란색으로 마감된 것이 포인트. 하단 내부 공간도 넉넉해 장신이라도,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실용적인 내부 공간도 X2의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소형 SUV이자 쿠페 모델임에도 넉넉한 레그룸(좌석 아래 다리를 두는 공간) 덕분에 4시간에 걸친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트렁크 용량은 470ℓ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355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쿠페의 멋스러움과 SUV의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설명은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X2 실내
▲ X2 실내


X2의 좌석시트
▲ X2의 좌석시트


5. 가격 ★★

X2는 97가지의 장점과 3가지의 단점을 가진 차다. 단점을 꼽아보자면. 첫째는 가격이 별로라는 것이고, 둘째는 가격이 안 좋다는 것이며, 셋째는 가격이 나쁘다는 것이다. 국내 출시 모델은 X2 20d x드라이브 M스포츠다. 유럽에서 약 5만200유로(약 6600만원)로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가격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프리미엄이라지만, 소형 SUV가 6000만~7000만원이라니. 기아차 스토닉의 3배의 가격이자, BMW 5시리즈까지도 가능한 액수다. 볼프 부사장은 "프리미엄의 가치를 잘 아는 고객들에게는 X2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글쎄. 의문부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6.총점 ★★★★

바스코 다 가마는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남부를 거쳐 인도까지 항해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된다. X2가 위대한 항해자의 도시에서 출발을 선언한 것은 새기존 쿠페형 SUV 문법을 파괴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일 테다. '가격이 비싸다' '디자인이 X1 같다'는 비판이 있지만, BMW가 기존의 가지 않은 길을 간 것만은 확실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X2는 '프리미엄 소형 SUV 쿠페형 모델'이라는 난제를 풀어낸 괜찮은 결과물이다. 위대한 항해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X2의 길도 두 가지 중 하나일 게다. 죽거나, 혹은 성공을 거머쥐거나. 고객들은 어디에 힘을 실어줄까. X2의 항해를 응원한다. 국내 출시는 3월.

본지 강영운 기자가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해안가에서 BMW X2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BMW
▲ 본지 강영운 기자가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해안가에서 BMW X2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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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강영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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