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해 넘긴 치열한 '쩐의 전쟁'

최초입력 2018.04.06 06:01:00
최종수정 2018.04.06 11:13:50

[전국구 와글와글-31] 인천국제공항에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들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임대료 인하 문제를 놓고 해를 넘기면서까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임대료 조정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사업자들에게 3월 30일까지 최종 의견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들이 연장을 요청하면서 4월 10일까지 의견 접수일이 연기됐다.

양측의 임대료 인하 갈등은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촉발됐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1터미널을 사용하던 대한항공, KLM항공,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4개사가 지난 1월 18일 2터미널로 이전하면서 1터미널 국제선 출발 여객 비율이 27.9%(2017년 기준) 감소했다. 1터미널 이용 여객을 상대로 면세품을 판매해온 면세사업자로서는 잠재적 고객 10명 중 3명이 빠져나갔으니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안은 이미 예견됐던 일. 인천공항과 면세사업자는 이때를 대비해 2014년 12월, 2터미널이 개장되면 계약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1터미널 면세점 입찰 당시 양측은 2터미널 개장 후 임대료를 조정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하고, 여객처리비중(여객 분담률)을 기준으로 인천공항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하되 구매력 차이에 따른 매출 증감 등이 발생하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한 손님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인천공항공사
▲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한 손님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2차례 조정안 잇따라 무산

인천공항은 지난해 2터미널 개장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내부 준비를 거쳐 면세사업자들과 계약 변경 절차 협의에 들어갔다. 삼일회계법인에 용역(2017년 7~10월)을 주고, 면세사업자와 15차례 업무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1차 조정안을 내놨다. 2터미널 개장으로 감소한 1터미널 여객 비율(27.9%)만큼 우선 임대료를 감액하고, 1터미널 상권을 2개 상권(여객터미널·탑승동)으로 구분해 연간 단위로 여객 증감률을 반영해 임대료를 다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1차 조정안에 면세사업자들은 새로운 의견을 인천공항 측에 요구했다. 동편·서편으로 구분된 1터미널 면세사업권의 특성을 반영하고 정산 주기를 짧게 해달라는 것. 인천공항은 이 의견을 수용해 1터미널 상권을 4개(동편·서편·중앙·탑승동)로 구분하고 6개월 단위로 국제선 여객 증감률을 반영해 임대료를 조정하는 2차 조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조정안도 일부 사업자 반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1터미널 항공사 재배치에 따른 항공사별 구매력 차이(객(客)단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임대료 조정을 구역별로 차등 적용한다는 기존 합의를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계약 당시 '여객처리비중 기준'과 함께 열어 놓았던 '구매력 차이에 따른 다른 기준 적용'을 본격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사업자 요구에 인천공항은 "여객분담률은 면세점뿐만 아니라 2터미널 개장 이후 임대료 조정 대상인 8개 상업시설에 공통으로 명시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임대료 조정 기준"이라면서 "임대차계약 본질에도 부합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객단가 산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문 회계기관의 의견도 감안했다.

◆면세사업자 "항공사별 구매력 따져 임대료 조정 필요"

하지만 면세사업자들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용객의 구매력이 저비용항공사(LCC), 외항사보다 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 등 4개 항공사가 2터미널로 이전하면서 1터미널 국제선 출국 승객이 27.9% 줄었지만 매출은 그 이상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0% 가까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안에 구매력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이 1터미널 서편에서 대한항공이 쓰던 1터미널 동편으로 이전하고, 동편에 있던 LCC와 외항사가 서편으로 오면 서편 면세사업자의 매출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사업자들의 이런 주장에 인천공항은 억울했던 모양이다. "2터미널 오픈 이후 1터미널 매출 감소율은 15.6%로 나타나 사업자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2터미널이 오픈한 1월 18일~3월 18일 1터미널 여객분담률은 2터미널이 오픈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8% 감소했고, 매출 감소율은 15.6%로 집계됐다. 여객분담률이 매출 감소율보다 높은 것이다. 1터미널에 입주한 개별 면세사업자의 매출 감소율도 -4.5~-19.1% 수준으로 여객분담률보다 낮았다. LCC와 외항사 이용 여객의 구매력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보다 낮다는 주장도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인천공항은 밝혔다. LCC와 외항사가 위치한 1터미널 동편 쪽 면세사업자의 매출 비중이 45.1%로, 44%인 서편 사업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항공사별 여객의 구매력 차이(객단가)가 면세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여객은 선호하는 면세사업자와 브랜드를 찾아 터미널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사위 던진 인천공항, 2개 안 제시

그러면서도 인천공항은 지난 3월 22일 사실상 마지막 주사위에 해당하는 2가지 안을 사업자에게 제시했다.

인천공항이 제시한 1안은 '27.9% 선(先)감면+1터미널 4개 구역별 여객분담률 추이를 반영해 6개월 단위 임대료 조정', 2안은 '30% 선감면+작년 대비 매출액 변동 정산(정산 주기는 미정)'이다. 이 중 2안은 감면 폭이 1안보다 크고 구매력에 대한 매출 증감률을 반영해 사업자들이 요구한 객단가 성격을 최대한 반영한 안이라는 분석이다.

인천공항은 3월 30일까지 2개 안에 대한 의견을 사업자에게 요청했지만 호텔신라 등 5개 면세사업자들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인천공항은 4월 10일까지 의견 회신 기간을 연장했다. 사업자들은 열흘의 시간을 더 벌었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만이 지난 3일, 1안을 수용하겠다고 인천공항 측에 밝혔다. 신세계백화점과 에스엠·엔타스·시티플러스 등 중소·중견 면세점은 실질적인 객단가가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고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매출 증가율이 1%에 머문 지난해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보복이 해제된 올해 매출 증가 폭이 커 임대료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에 인천공항은 "면세업계에서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1%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신라면세점 등 6개 사업자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5.4%로 견실했다"면서 "면세사업자들이 객관성과 타당성이 결여된 사실을 기초로 소모적인 이슈 제기를 자제하고 공사가 복수로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추가 논의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천공항은 "면세사업자들이 임대료 조정안과 관련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4월 10일까지 의견 접수를 연장했으나 추가적인 대안 제시나 협의 기간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인천공항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이상의 논쟁은 소모적 논쟁으로 면세사업자와 인천공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면서 "사업자가 어떤 안을 선택하든 계약 변경 절차를 이제는 일단락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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