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MIT·하버드 전쟁 유전자가위 특허 잡아라

최초입력 2017.02.16 16:05:00
최종수정 2017.02.16 17:54:02

3세대 유전자가위 특허전, 'MIT·하버드대' 승리
미국 특허청, MIT·하버드대 특허권, 유효하다 판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본격적 활용 앞두고 내려진 판결
한국 툴젠은 '인간세포 적용' 특허 첫 등록… 조심스럽지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커


[말랑말랑과학-131]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보다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과학기술계에서 꽤나 관심을 모았던 미국 UC버클리와 MIT·하버드대 연구진 간의 3세대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특허 소송. 미국특허청(USPTO)은 MIT·하버드대 연구진의 손을 들어줬다. UC버클리는 즉각 반발했다. 네이처 등 과학기술 관련 외신은 이 소식을 16일(한국시간) 새벽부터 신속히 보도했다. 이번 소송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스마트폰'을 두고 벌였던 삼성·애플의 특허전은 이번 소송전이 불러일으킬 파장과 비교했을 때 '소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유전자가위가 향후 농업, 의료, 바이오, 제약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USPTO는 16일(현지시간) MIT와 하버드대가 함께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가 갖고 있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받은 특허는 UC버클리가 갖고 있는 특허와 비교했을 때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나자 UC버클리의 기술을 토대로 만든 회사인 인텔리아와 크리스퍼 세라퓨틱스의 주가는 폭락했다. 반대로 브로드연구소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 에디타스의 주가는 폭등했다.

 이 특허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3세대 유전자가위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DNA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1980년대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 사용하는 유전자가위는 소수의 전문가가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만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12년 3세대 유전자가위의 등장은 이를 뒤엎었다. 생명공학 지식이 있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DNA 교정이 가능해지면서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졌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변형생물(GMO)과 달리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GMO 유통과 관련된 규제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1만개가 넘는 유전질환은 유전자 교정을 통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는 3세대 유전자가위가 '혁명'을 몰고올 것으로 내다보며 경쟁이나 하듯이 '가장 기대되는 기술' '혁명적인 기술' 등의 수식어를 붙였다. 이미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병충해에 강한 상추와 같은 작물이 개발됐으며 말라리아에 저항력을 갖는 모기, 근육 성장 유전자를 제거한 미니 돼지까지 만들어졌다. 다국적 거대 제약기업인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유전자가위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너무 많은 연구가 쏟아지면서 지난해 말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가 나서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유전자가위 연구에 대한 정보를 연구자끼리 공유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농업·제약·의약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기술이 상용화되기 이전부터 여러 기업이 가능성을 보고 뛰어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처음 개발한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
▲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처음 개발한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
 이렇게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에서 특허전이 시작됐다. 2013년 3월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USPTO에 자신들이 개발한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원핵세포, 즉 생물에 3세대 유전자가위를 적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과학자였다(이후 다우드나 교수는 매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MIT·하버드대가 함께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의 장펑 교수는(1982년생에 불과하다) 2013년 10월 원핵세포보다 한 단계 나아간 '진핵세포'에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이 가능함을 보인 기술로 특허를 출원한다. 문제는 특허출원이 늦은 브로드연구소가 특허청의 '특별 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 4월 유전자가위와 관련된 특허를 USPTO에 먼저 등록하면서 발생했다. 특별 리뷰 프로그램은 과학적 연구 관련 특허를 빠르게 승인해주는 제도다.

 UC버클리 입장에서는 화날 만했다. 특허권을 먼저 신청했지만 특허와 관련된 법에 대한 이해가 더 있었던(이건 순전히 기자 생각)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가 먼저 등록된 만큼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테다. 2015년 4월 UC버클리는 브로드연구소가 등록한 특허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USPTO는 UC버클리의 소송을 받아들이고 특허 권리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시 제이컵 셔코우 뉴욕대 법대 교수는 이 소송전을 두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활용 분야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사상 최대 규모의 특허분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애플·삼성의 특허전보다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특허소송 과정은 치열했다. 서로를 비방하고 두 연구소에서 모두 근무했던 사람의 이메일을 들춰보는 등 어찌 보면 치열하게, 다르게 보면 '이전투구'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론이 이날 발표됐다. USPTO는 "브로드연구소가 갖고 있는 특허는 UC버클리와 달리 그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UC버클리가 갖고 있는 특허와 브로드연구소가 갖고 있는 특허가 중복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만큼 브로드연구소의 기술이 갖고 있는 권리가 인정된 셈이다. 브로드연구소는 "UC버클리의 특허는 유전자가위가 '진핵세포'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UC버클리가 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네이처에 따르면 UC버클리는 판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특허권은 3세대 유전자가위가 (세포의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의 세포에서 사용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UC버클리의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네이처는 "법적 다툼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핵세포에 유전자 가위가 적용될 수 있음을 보인 펭장 MIT 교수 (왼쪽)
▲ 진핵세포에 유전자 가위가 적용될 수 있음을 보인 펭장 MIT 교수 (왼쪽)
 판결은 났지만 여전히 바이오업계는 후속 움직임을 주시한다. 네이처는 "유전자가위 기술 활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받는 업체들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쪽 모두가 자신의 특허권을 갖고 있으면 두 연구소가 갖고 있는 특허 모두 라이선스를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우드나 교수는 "브로드연구소는 녹색 테니스공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했지만, 우리 대학은 모든 색의 테니스 공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유전자교정을 상용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인간세포에 유전자 가위 적용을 처음으로 증명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단장
▲ 인간세포에 유전자 가위 적용을 처음으로 증명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단장
 이날 USPTO의 판결에 한국의 유전자가위 교정 업체인 툴젠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브로드연구소와 툴젠 모두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인간세포(진핵세포)에 적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브로드연구소가 먼저 특허등록이, 한국과 호주에서는 툴젠의 특허가 먼저 등록됐기 때문이다. 또한 툴젠의 특허는 미국 브로드연구소보다 먼저 출원됐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특허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어 툴젠은 브로드연구소와의 특허분쟁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이번 특허전에서 UC버클리가 이기는 것보다 브로드연구소가 승리하는 것이 한국 툴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했다. 김석중 소장은 "3세대 유전자가위가 진핵세포에서 작용함을 보인 특허의 유효성이 인정된 만큼 인간세포에 처음으로 적용한 우리의 특허가 브로드연구소 특허와 별개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특허소송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UC버클리의 향후 대응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번 결과가 미칠 파장과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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