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김정남 페이스북 보니 독사진 잔뜩·푸틴엔 '좋아요'

최초입력 2017.02.16 16:01:00
최종수정 2017.02.16 15:58:23

140여명 친구엔 젊은 여성 가득, 비키니·야한 옷차림 여성과도
돈많던 2008년엔 카지노와 호화 요트 앞에서 기념촬영
한국여성 사진에 "너무 높다", "유럽이 그립다" 댓글 쓰기도
160명 넘던 페북 친구들 피살소식에 속속 '절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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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고립무원'(孤立無援·고립돼 도움받을 데가 없음)과 '월녀제희'(越女齊姬·월나라와 제나라에 미녀가 많음).

 16일 매일경제가 피살된 김정남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본 결과 그의 생전 사생활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그가 2008~2015년 운영했던 페이스북에는 14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총 143명에 달하는 친구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단 1장을 제외하곤 여느 페북에서 볼 수 있는 친구나 가족과 촬영한 사진은 없고 본인 독사진 일색이다. 뿌리 없는 이방인으로 살면서 가는 곳마다 여성편력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도피 생활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이 페이스북 계정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중국·마카오·동남아시아 일대를 전전하는 해외 체류 생활이 시작된 2008년 개설됐다.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독사진' 위주이고 무엇보다 피살 당시 김정남이 갖고 있던 위조여권상의 '김철'(Kim Chol)이라는 영문명으로 개설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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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은 마카오에 거주하는 김정남이 싱가포르·홍콩 등 동남아의 호텔을 예약할 때 주로 쓰는 가명으로 알려져 있다. 거주지도 가족들이 체류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홍콩 마카오로 표기돼 있다. 출신학교가 스위스 제네바 국립학교, 모스크바 프랑스어 학교 등으로 표시되는 등 개인정보도 정확히 일치한다.

 국내 정보당국 관계자도 "본인이 아니면 절대 올릴 수 없는 사진과 내용들이 있어 해당 페이스북이 김정남이 직접 운영한 진짜 페북 계정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에 올린 첫 게시물은 마카오의 한 최고급 호텔이 배경이다. 이 사진에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김정남을 '절친'(Bro)으로 칭하며 "마카오로 벌써 돌아온 거야"라고 묻는다. 이 남성은 호주 골드코스트에 거주하며 일본계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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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오의 '동방오락실'이라는 이름의 한 대형 카지노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이때만 해도 외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화 요트에서 찍은 사진에는 2013년 3월 날짜로 "유럽이 그립다"는 댓글이 남겨져 있다.

 등록된 친구들은 러시아·일본·스위스·프랑스·말레이시아·홍콩·한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김정남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들인 김한솔과 페이스북 '친구'로 이어진 것이 알려지면서 3년 전 최초로 공개됐는데, 현재 김한솔은 계정을 탈퇴해 친구 목록에는 없다.

 한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지방의 한 여고 출신 여성과 전문대 출신 남성 1명 등 5개 계정이 친구로 등록돼 있는데 모두 해당 계정 주인의 자세한 개인정보 등이 전무하다. 한 한국인 여성이 절벽 위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젠팅 리조트 사진을 올린 글에는 "너무 높다"라는 김정남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정남은 계정 정보에 '좋아하는 음악'으로 프랑스 가수 겸 작곡가 세르주 갱스부르와 일본 가수 이쓰키 히로시를 꼽았다. 미식가로 알려진 만큼 프랑스를 비롯한 스페인·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식당을 '좋아하는 페이지'로 꼽았다. 김정은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인물 페이지가 등록돼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등도 '좋아하는 페이지'로 설정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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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북 친구들 중 유독 미모의 여성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러시아·싱가포르·영국·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젊은 여성 사진들이 올라와 있고 비키니를 입고 있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사진도 있다. 이 중 모델 활동을 하는 여성과 한 패션 브랜드 설립자 등도 있었다. 다만 댓글이나 메시지 등으로 이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친분 관계를 추정하기는 어려웠다.

 그의 프로필에는 프랑스의 삼색 국기 이미지에 당근을 먹는 프레리도그(북미 대초원 지대에 사는 다람쥣과 동물)의 사진이 걸려 있다. 해당 사진은 파리 테러가 일어난 2015년 11월 15일 당일 올라온 사진이다. 표면적으로는 테러로 발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듯해 보이지만 눈을 감고 있는 동물 사진과 당근이 오랜 도피 생활로 지쳐 있고, 북한의 자금을 받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보고 "그나마 던져주는 당근에 돌아서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 프로필 사진 업데이트를 끝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중단했다.

[임형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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