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잭팟' 터트린 창업자 트래블메이트 김도균 대표

최초입력 2017.02.28 06:01:00
최종수정 2017.02.28 09:41:27

[재계 인사이드-77] 닷컴 열풍이 불던 1990년대 말. 패러디물, 대안언론의 열풍을 타고 딴지일보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PC통신 시절부터 소위 글발(?)을 과시하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인연이 닿은 후 초대 편집장에 올랐던 김도균 씨는 의기투합해 딴지일보의 전성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김도균 당시 편집장은 넘쳐나는 아이템과 편집 등으로 사나흘에 한번 꼴로 집에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지요. 2년여만에 결국 번아웃(탈진). 20대 후반에 시작한 일을 그만 접고 보니 어느덧 30대가 돼버렸다지요.

김도균 트래블 메이트 대표 / 사진=윤관식 매경이코노미 사진기자
▲ 김도균 트래블 메이트 대표 / 사진=윤관식 매경이코노미 사진기자
회사를 막연히 그만뒀는데 뭘 해야할 지 몰랐답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떠올려봤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배낭여행을 즐겨 했어요. 워킹홀리데이로 1년여 해외를 돌기도 했지요. 제가 좋아하는 건 여행이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길 '다른 데 돈 쓸 때는 아깝다 하지만 여행으로 돈 쓰고 온 걸 두고는 아깝다'라고 하지 않는 것에서도 '이거 적어도 안정적인 사업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내가 잘하는 건 뭐냐 짚어봤지요. 당시 닷컴 열풍 시대였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나름 인터넷 언론을 해보면서 소소하게 다른 e커머스 관련 신사업도 좀 해봤거든요. 다른 사람보다는 온라인 판매를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길로 여행 때 불편했던 용품을 직접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아보자 해서 시작한 게 트래블메이트였습니다"

2001년 출범한 트래블메이트의 창업 배경은 이랬습니다.

창업 후 김 대표는 물만난 고기처럼 의욕적으로 일했답니다. 본인이 배낭여행족이었을 때 가장 불편했던 걸 하나둘 나열해서 새로 제품들을 기획하고 관련 공장들 쫓아다니면서 직접 제조를 주도했습니다.

"배낭을 예로 들면 장기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종전 배낭은 꼭 위에서만 열 수 있게 돼 있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래 부분에 담겨 있는 짐을 빼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래는 물론 옆에서도 짐을 꺼낼 수 있게 지퍼를 만들었어요. 또 옛날 배낭은 중간에 철심이 있어서 대개 무거웠어요. 이걸 가벼운 소재로 바꿔 무게를 확 낮추기도 했답니다. 여권이나 여행티켓 등 종이류는 배낭이 비를 맞아도 안 젖게 방수처리 가능한 비닐팩을 달았고요. 또 젖은 옷, 마른 옷을 따로 담을 수 있는 여행용품 파우치도 따로 만들어 내놓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나둘 개발하다 보니 어느덧 쇼핑몰에서 다루는 제품만 3000개가 넘겼습니다. 더불어 트래블메이트가 흥미로운 건 오프라인 직영점도 15곳이나 갖췄다는 점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여행을 가기 전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둘러본 고객들이 실제 제품을 보고 싶다고 본사로 찾아오는 사례가 많았답니다. 이런 수요를 읽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입점을 제안해왔답니다. 그래서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이 서울역 갤러리아 매장(현 롯데아울렛)이었다네요. 이후 인천공항점, 강남점 등 총 15개 오프라인 매장을 병행 운영하게 됐다네요. 이렇게 해서 자연스레 온오프라인 종합 여행용품 전문 회사로 커졌답니다.

직영점 중에서 특히 인천공항점 매출 얘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입점하려고 자리를 살펴보니 바로 옆에 굴지의 글로벌 여행가방 브랜드 매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답니다. 솔직히 그 브랜드 인지도가 월등히 높으니 손님 다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주위 우려가 많았습니다. 사내 반대 목소리도 있었고요. 그런데 김 대표 생각은 달랐답니다. 그 브랜드숍을 들러봤는데 순전히 여행가방이 주력이고 나머지 액세서리나 용품은 거의 없더랍니다. '아, 서로 윈윈할 수 있겠구나' 싶었답니다. 그래서 입점을 강행했는데 결과는요? 지금은 오히려 옆 매장보다 매출은 2배 정도 더 나온답니다. 매장 직원도 그래서 더 둬야 할 정도이고요.

김도균 트래블 메이트 대표 / 사진=윤관식 매경이코노미 사진기자
▲ 김도균 트래블 메이트 대표 / 사진=윤관식 매경이코노미 사진기자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우려했는데 다행히 브랜드 이름이 말 그대로 '트래블메이트' 즉 여행친구이다 보니 별 거리감 없이 매장에 들르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특히 비행기 타기 전에 미처 챙기지 못한 목베개, 여권지갑 등 소소한 제품들을 부담없이 살 수 있다 보니 오히려 매출이 계속 상승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항이나 터미널에서도 입점 제의가 들어오는 등 선순환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트래블메이트의 예상 매출액은 약 200억원(판매가 기준).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IB(금융투자) 업계에서도 관심을 끌었지요. 2030 젊은 층이 열광하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진출을 확대하며 잠재력이 부각되니 사모펀드 LX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김도균 대표 지분 90% 이상을 인수했지요. 금액은 250억원 정도 됩니다. 김 대표는 여전히 회사를 이끌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대, 해외 진출 등을 도모할 예정이라는 군요.

M&A(인수합병)를 중개한 케이알앤파트너스의 김대중 대표는 "여행 용품 시장은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종합용품을 다루는 곳으로 특화된 회사 중에서는 큰 회사가 많지 않다. 여기다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 트래블메이트의 잠재성장력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16년 만에 잭팟을 터뜨린 김 대표. 저 같은 범인이라면 당장 부유한(?) 은퇴생활 계획을 짜겠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지분 매각 이후라 해도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태진인터내셔날의 가세로 해볼 수 있는 게 많겠다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드러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업체가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오는 만큼 해외 진출 노하우나 브랜드 관리 능력 등을 공유할 수 있을 듯해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은 실용성 위주의 용품 브랜드였다면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야지요. 은퇴 계획요? 흠… 아직은 회사 출근이 더 좋은 걸요.(웃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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