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 혼줄나지 않고 매출 늘린 화장품 무역회사

최초입력 2017.07.28 06:01:00
최종수정 2017.07.28 11:14:03

[재계 인사이드-88] 국내 화장품 업계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 화장품 중국 수출이 좀 나아지려나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해법을 찾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죠. 한때 중국 수출 대박으로 단기간에 매출액이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났던 신생 화장품 업체 얘기가 줄을 잇기도 했는데요. 이제 먼나라 얘기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 대행하고 매출을 늘린 곳이 있답니다. 비투링크가 그 주인공입니다. 비투링크는 한국 화장품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유통회사입니다. 2014년 7월에 설립돼 올해 출범 만 3년이 되는 어린 회사이고 유통업계에서는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투링크가 주목한 곳은 중국이었습니다. 출범 당시에도 한국에는 수많은 중국 수출, 유통회사가 있었는데, 중국에서 제값을 받아주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주는 유통 대행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비투링크는 이런 틈새를 적극 공략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업체에 찾아가 계약 초기부터 해당 브랜드의 현 상황에 맞춰서 제값받기, 유통, 마케팅 전략 등을 함께 수립한다네요. 또 계약이 시작되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고객사의 상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시장의 반응이나 고객 리뷰 등을 브랜드에 실시간 전달해 새로운 상품 기획에 활용할 수 있게 도왔지요.

그러다 보니 3년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의 성장세는 놀랍습니다. 2015년 매출액 150억원, 지난해엔 300억원을 기록했으니까요. 이런 급성장세에 신용보증기금은 비투링크를 창업지원제도 '퍼스트펭귄'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DSC 인베스트먼트, KTB Network China, DT Capital(China), IBK 기업은행 PE, SK증권 등에서 103억원을 투자(누적)하기도 했지요.

문제는 중국 사드 사태가 벌어지면서입니다. 비투링크의 고객사들이 중국에서 각광받아왔는데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도 오히려 비투링크는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연말이면 600억원 이상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다 어렵다는데 이게 뭔 일일까요? 이소형 비투링크 대표를 만나 따지듯이(?) 물어봤습니다. 이하 일문일답.

이소형 비투링크 대표
▲ 이소형 비투링크 대표
- 사드 등으로 오히려 시끄러웠는데, 지난해보다 상반기 실적 개선을 일으킨 비결은?

2017년 상반기 매출은 약 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99억원에 비해 약 2.3배 늘었습니다. 보통 중국은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에 올해 매출은 약 600억~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중국 사업을 하는 많은 국내 화장품 업체가 사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비투링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비투링크가 가진 포트폴리오의 힘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유통 방식에서 비투링크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비투링크는 중국 유통에서 통상 알려진 3가지 방식을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한국 화장품이 넘어가는 방식은 다이공(보따리상, 비정상적인 방식 무역), 역직구(중국의 개별 소비자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 일반무역(전통적인 수출입 절차를 밟고 진행)의 3가지입니다. 이전까지 비투링크는 위 3가지 방식의 유통이 브랜드를 띄우는데 각기 효과가 있어 3가지 방식을 섞어가며 중국시장 공략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사드 사태가 터지자 가장 타격을 받은 건 다이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관행적으로 봐주던 것을 엄격하게 관리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반면 역직구와 일반무역처럼 국가 간의 약속으로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 타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드 사태 동안 저희는 역직구와 일반무역에 집중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이공 수요가 풍선 효과처럼 역직구, 일반무역 쪽으로 넘어오더군요.

이런 소문이 퍼졌는지 사드 사태 후에 신규 고객사가 더 늘어났습니다. 약 10개 브랜드의 신규 유통 계약을 하게 됐죠. 브랜드 고객사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어났죠.

-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아직 사드 사태가 완전히 지나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사드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치솟던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어느 정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드 기간 한국 상품을 유통하던 대형 공급사(Distributor)나 소매상(Retailer)들이 대안으로 일본과 태국의 상품 유통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시장에 해당 상품의 재고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인데, 그 상품들이 어느 정도 소진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국 화장품으로 구매 요청이 올지 혹은 일본, 태국 등 타 국가의 화장품으로 구매 일부가 넘어갈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한국 브랜드 중 그나마 잘 대응하고 있는 곳은?

특별히 어떤 회사가 잘 대응했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브랜드가 '한국 화장품'이라는 것 외의 특장점(셀링 포인트)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브랜드 스토리와 그런 스토리를 반영한 상품 개발,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한국이라는 국가가 아닌 브랜드나 상품 그 자체가 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브랜딩이 되지 않은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K뷰티라는 좀 더 큰 브랜딩이 해당 상품들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유행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또 개별 브랜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K뷰티를 넘어선(Beyond K-beauty) 회사가 앞으로도 이런 어려움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비투링크가 선방했다지만, 매출처 다변화도 필요할 듯한데요.

매출처 다변화는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이미 2015년부터 동남아시아의 주요 소매업체(리테일러)들과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고요. 지난해 말부터 준비한 미국 진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중국 매출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절대적이지만 동남아나 미국 매출도 사드를 수월하게 넘기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요. 올 하반기에는 비투링크의 매출 다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소식을 전달해 드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향후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까?

'세상에 없던 거래를 만든다'가 비투링크의 비전입니다. 기존의 전통적 유통 거래라고 하더라도 비투링크의 IT와 운영 역량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방식의 거래를 하는 것과 같은 압도적인 고객 경험을 주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비투링크의 플랫폼을 통해서 비투링크가 없었더라면 세상에 없었을 거래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K뷰티를 접해볼 수 없었던 케냐의 소매업체가 한국의 마스크팩을 팔게 하고, 한국에서조차 유명하지 않은 품질 좋은 K뷰티 브랜드가 유럽의 주요 유통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성장하는 것처럼, 비투링크도 보수적인 글로벌 무역 거래 시장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며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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