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활력 급전직하 불구 2분기 임대료 오른 이유

최초입력 2017.07.29 06:02:00
최종수정 2017.07.28 18:30:42

[뉴스&와이]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 임대료 쑥 오른 신촌·이대 상권
-'유커'가 떠난 자리… 폐점이어 텅 빈 고가 임대료 점포↑


5년 여의 시간동안 텅 비어 있던 이대 상권의 신촌대로변(지하철2호선 이대입구역 1번 출구) 중대형 상가에는 최근 성인용품가게가 입점했다. /사진=김인오 기자
▲ 5년 여의 시간동안 텅 비어 있던 이대 상권의 신촌대로변(지하철2호선 이대입구역 1번 출구) 중대형 상가에는 최근 성인용품가게가 입점했다. /사진=김인오 기자
강북 대학가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서대문구 이대상권의 대로변에 최근 성인용품점이 등장했다. 여성 전용 테마상가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이화여대 정문 바로 옆에 들어섰던 상가 '파비'에는 점집이 둥지를 틀었다. 인형뽑기방이나 성인용품점, 점집은 보통 임대매물이 장기간 잘 나가지 않거나 퇴락하는 상권에서 주로 발견된다.

대학 정문에서 2호선 지하철 이대입구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곳에선 지상 13층짜리 구 예스에이피엠(Yes APM) 대형 상가가 2007년 지어진 이후 10년째 방치된 상태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이화여대 상권이 하락세를 긋는 건 사실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얘기를 굳이 지금 꺼내는 이유는 임대료 데이터가 보여주는 허상 때문이다.

이틀 전인 26일 대부분의 매체들은 '유커 감소에 신사동 상권 타격, 찬바람'이라는 제목의 부동산 기사를 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같은 날 올해 2분기 상가 임대료 자료를 냈는데 강남 대표 상권인 신사 일대가 1분기 대비 16.4%, 압구정도 같은 기간 3.1% 떨어져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신사·압구정 울고, 신촌·이대 웃고'라는 식의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북 대표 대학가 상권인 신촌·이대 상권의 임대료는 같은 기간 각각 17.5%, 7.3%씩 올라 더 뚜렷한 상승세(서울 전체 상권 임대료 1.4%상승)를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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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압구정 상권이 위축돼 임대료가 떨어졌다면 신촌·이대 상권은 열기를 띠기 때문에 임대료가 올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왜 대부분의 매체들은 이 두 상권의 시세 급등에 대한 언급은커녕 분석도 하지 않았을까.

답은 임대료 데이터의 '착시효과'에 있다. 경제학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르면 가게 임대 매물 공급이 늘어날수록 임대료는 떨어지게 마련이고, 임대 수요가 늘어날수록 임대료는 오른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도 균형 가격이 아닌 '호가 시세'는 오를 수 있다.

부동산114가 내는 상권 임대료는 매물의 호가 시세다. 같은 상권 안에서 비슷비슷한 입지와 규모의 임대 매물이 쏟아지는데 세입자 모시기가 쉽지 않다면 가게 매물은 쌓이고 임대료 호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겹쳐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상권이 하락세를 걷고 이에 따라 2016년1분기 이후 임대료가 계속 떨어진 신사 상권이 대표적이다(2016년 12월 29일자 A24면 보도).

장사가 안 되고 상권이 위축되면 가장 먼저 임대 시장에 나오는 건 '한계 매물'이다. 입지가 떨어져서 비교적 임대료가 싼 가게들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으로 중간 정도 하는 매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상권이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그나마 버티던 '로열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호가 시세는 어떻게 될까. 로열 매물이라고 하면 보통 같은 상권 안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 초역세권 건물이나 메인 통로의 '코너 자리' 1층 가게를 말한다. 당연히 임대료도 비싸다. 장사 여건이 좋지 않아 로열 매물마저 시장에 나오면 평균적인 매물의 임대료 호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폐점한 신촌대로변 SPA의류 브랜드 미쏘 매장. /사진=김인오 기자
▲ 최근 폐점한 신촌대로변 SPA의류 브랜드 미쏘 매장. /사진=김인오 기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계약면적 1㎡당 가게 1곳의 1층 평균 임대료는 이대 상권이 3만6644원, 신촌 상권은 3만4526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물로 나온 대로변 혹은 메인거리 로열 매물의 시세는 이보다 높다. 이대의 경우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으로 이어지는 메인 패션거리 1층 코너 상가가 1㎡당 4만3243원, 신촌 대로변 1층 상가가 4만4000원 이상이다.

이에 더해 최근 1~2년 새 신촌대로변 대학가 오피스텔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비교적 임대료가 높은 신축 오피스텔 상가 매물이 나온 영향도 있다. 인근 마포구 신촌로 A공인 관계자는 "이대역서희스타힐스 오피스텔 1층 점포의 경우 1㎡당 월 임대료가 5만원 선으로 시세는 다소 높다"며 "인근 오피스텔 상권이 형성되고 뒤편에 신촌그랑자이 아파트(대흥2구역 재개발)도 2년 내 입주 예정이어서 이대 정문 쪽 상권에 비해 배후수요 형성 기대감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촌 역시 2호선 신촌역 일대가 5만원, 신촌로터리 대로변은 5만4000원 선으로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다.

임대문의가 안내표지가 붙은 채 텅 비어 있는 신촌대로변의 한 대형 점포. /사진=김인오 기자
▲ 임대문의가 안내표지가 붙은 채 텅 비어 있는 신촌대로변의 한 대형 점포. /사진=김인오 기자
이보다 더 상황을 말해주는 건 현장이다. 중국어로 발음하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 발음과 같다는 이유로 유커들 사이에서 행운의 명소로 꼽힌 '이화'여대 상권에서는 지상 3층급 중대형 상가들의 폐점 릴레이가 벌어진다. 신촌대로변에선 3년 전 쯤 롯데리아 햄버거 가게를 시작으로 성형외과도 자리를 뺐다. 지난해에는 탐앤탐스 커피전문점이 자리를 비웠고 올해 2분기 즈음엔 대표적인 SPA의류 브랜드인 미쏘도 폐점했다. 이들이 나간 자리는 지금도 빈 채로 '임대 문의' 딱지만 붙어있다. 신촌역 일대 대로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하철2호선 신촌역 현대백화점 앞, 로터리로 이어지는 메인 상권 풍경. /사진=김인오 기자
▲ 지하철2호선 신촌역 현대백화점 앞, 로터리로 이어지는 메인 상권 풍경. /사진=김인오 기자
신촌·이대는 서대문구청 등이 나서서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건물주들과 임대료 동결 MOU를 맺는 등 '상생'을 내걸었던 곳이다. 하지만 유커가 급격히 감소한 지난해 말을 즈음해 각 상권의 메인 거리에서는 자릿세가 비싼 곳에 있던 로드숍 화장품 가게와 카페 등이 매물로 나오면서 임대매물의 시세는 높아졌다.

신촌 일대를 비롯해 홍대 상권을 이루는 마포구 합정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인리역발전소 인근과 맞은편 '카페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을 일으켰던 합정 일대는 올 1분기에는 직전분기 대비 임대료가 14.37%로 폭락했지만 2분기(3만3400원) 들어 1분기에 비해 5.82%올랐다. 하지만 합정역 대로변에는 3층 이상 통상가건물 등이 수년째 임대 매물로 나와있고 유커 감소로 미니 사후면세점 폐업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분기 홍대합정 일대 상가 공실률은 11.6%로 1분기 대비 3.6%포인트 올랐다(서울시 전체는 6.9%로 0.4%포인트 오름).

지하철2호선 신촌역 5번출구 일대 신촌대로변 중대형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김인오 기자
▲ 지하철2호선 신촌역 5번출구 일대 신촌대로변 중대형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김인오 기자
상권이 어떻게 해야 살아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신촌·이대처럼 지는 상권도 있고 연남·망원·이태원처럼 뜨는 상권도 있다. 어쨌든 시세 데이터의 '착시효과' 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유커 같은 외부 수요 의존도가 높은 상권일 수록 외부 변수에 취약하고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있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세입자 상인을 구하지 못하면 건물주 역시 손실을 입게 되는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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