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시장 큰손 한국을 찾은 진짜 이유

최초입력 2017.08.04 06:01:00
최종수정 2017.08.03 18:29:51

도안쭝(Do Anh Dung) 탄호앙민(Tan Hoang Minh) 그룹 회장
▲ 도안쭝(Do Anh Dung) 탄호앙민(Tan Hoang Minh) 그룹 회장
[재계 인사이드-89] 베트남 5대 시행사 중 하나인 탄호앙민(Tan Hoang Mihh) 그룹의 도안쭝(Do Anh Dung)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주로 아파트, 오피스텔, 쇼핑몰 등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하는데요. 베트남 치고는 적잖은 덩치와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그룹이라고 하네요. 지난해 매출액은 4억달러(약 4400억원) 내외, 올해는 그 두 배를 바라본답니다. 베트남 경제 성장, 특히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가 고스란히 반영된 수치라 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도 그는 242가구 주상복합건물 '팔레 드 루이(palais de louis)' 분양에 성공하면서 현지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가구 수는 얼마 안 된다지만 시세가 ㎡당 7000~8000달러에 형성됐고요. 200㎡ 집 한 채에 우리 돈으로 10억원 이상 호가하는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답니다. 웬만한 서울 집값은 저리가라더군요.

현지에서 잘나간다는 도안쭝 회장이 한국에 온 이유는 뭘까요.

"최근 분양한 주상복합 건물의 30%를 한국 사람들이 사갔습니다. 지난 5년간 그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요. 한국인들의 베트남 투자가 봇물을 이룬다는 걸 알고 한국 시장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베트남 부동산을 분양했는데 주요 고객이 한국인이라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기업의 대(對)베트남 누적 투자금액은 500억달러(약 58조3500억원), 현지 진출 기업은 6000개에 육박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결국 도안쭝 회장은 한국 고객의 니즈를 알아보기 위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금융사, 건설사, 대형 쇼핑몰 등을 두루 둘러봤답니다. 그러면서 왜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이렇게 투자하는지 알겠다는군요.

"한국 금리가 이렇게 낮은지 몰랐습니다. 유동성이 풀려 있는데 한국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가 제한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니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넘어오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베트남은 시장금리가 8~9% 이상이고 경제성장률도 7%대니까 한국보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겠다 싶은 건 베트남 사람인 제가 봐도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게다가 베트남은 외국인에 대해 부동산 취득을 허용하면서 물꼬를 터줬거든요."

도안쭝 회장이 이제 할 일은 한국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 뭘지 알아보는 거라는 군요. 최근 분양하는 건물, 아파트, 오피스텔을 둘러보며 공부(?)를 좀 했다고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부동산 상품은 2가지. 하나는 대형 쇼핑몰과 접목한 한국형 고급 주상복합 건물, 그리고 또 하나는 공단 조성이었습니다.

"공단 조성 사업은 상당히 전략적인 사업입니다. 조성 초반에 투자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관련 기업 유치도 관건이니까요. 그래서 하노이 인근으로 시장 조사를 해봤는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대형 IT회사가 공장을 속속 짓고 있어 이들 공장과 30㎞, 또 하노이 시내와도 30㎞ 정도 중간 지점에 공단을 조성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보고 적극 추진 중입니다. 한국 대기업은 많은 하도급 업체를 두는 구조라 이들 공장을 유치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더불어 도안쭝 회장은 베트남 진출을 검토 중인 한국 기업에도 조언을 해줬습니다.

"베트남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호찌민과 하노이 모두 10년 내 인구는 3배 늘어날 겁니다. 굳이 이 중 어디를 택할 것이냐를 정하라 한다면 하노이를 권하고 싶습니다. 호찌민은 이미 경제 중심지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상승률로만 따지면 입지나 투자 면에서 하노이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체 GDP 상승률이 7%대라면 하노이 지역GDP(GRDP) 상승률은 15%에 달합니다. 유휴용지, 추가 주택 공급 잠재력도 더 높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들이 지금은 베트남을 활용한 수출 전략으로만 접근하지만 내수시장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국 제품들이 베트남에서 인기가 정말 높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프랑스 영향을 많이 받아서 프랑스가 일류 제품이지만 비싸다고 여기고 있어요. 반면 저가 제품은 중국산이 판을 치고 있는데 품질이 못 미더워요. 그런데 한국 제품이 딱 그 중간이에요. 품질이 좋은데 가격도 적당하니까요. 이런 경쟁력 있는 산업군은 많습니다. 과자(오리온), 화장품(아모레퍼시픽), 패션 등등 소비재가 특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2022년 하노이 지하철 개통도 내수 성장의 큰 축이 될 겁니다. 이동이 편리해지고 사람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고 위생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패션, 생활용품, 뷰티, 먹거리 시장에서 더욱 큰 기회가 생길 겁니다. 그러니까 1억 인구 베트남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공장을 지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그러면서 자연스레 베트남에서 사업하기 위해 살아야 하니까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면 한국 경제 성장 후 베이비 부머가 윤택한 노후를 보내듯이 베트남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좋은 면만 부각하는 듯해서 기자는 그림자도 좀 짚었습니다. 임금상승률이 높고 현재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도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 너무 장밋빛 미래만 얘기하는 건 아닌가라면서요.

도안쭝 회장의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미분양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가 아파트, 레지던스도 결국 다 소화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고객을 생각하고 짓는 건설사가 많아지면서 고객의 선택권은 더 넓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임금 상승률?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임금이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지금 당장 베트남에 들어온다면 성장의 결실을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인력 관리인데요.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동등한 대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인 경영진이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주려는 태도만 보여도 노사관계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봅니다."

도안쭝 회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었는데요. 원래는 자동차 엔진설계 관련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러다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무역이 활발해지는 걸 보고 1993년 과감하게 무역을 해야겠다며 창업을 했답니다. 창업 초기엔 해태제과 제품을 베트남에 들여왔는가 하면 극동건설 건자재도 함께 수입했다고 합니다. 1994년에는 한국인 투자를 받아 첫 시행 사업에 성공하기도 했고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문에 잠시 교류가 끊겼다가 이후 여러 한국 기업과 투자도 같이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경제 발전사를 베트남에 이입해보는 방식으로 꾸준히 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붐을 보면서 베트남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2019년까지 2만5000가구 분양사업을 할 겁니다. 공단 조성 사업은 일단 1차로 90만평(290만㎡)로 추진할 겁니다. 한국에서는 해외부동산 펀드가 인기라는데 이런 투자상품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신사업으로 보는 건 인테리어 자재, 레미콘, 바이오(의약), 물류 산업입니다. 한국 컨설팅업체 네모파트너즈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성장사를 연구해봤을 때 급성장 중인 베트남에서도 앞으로 유망한 사업으로 꼽히는 겁니다. 한국 공부는 계속 할겁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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