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료·레시피로 만들어도 다 다른맛…수제맥주의 매력

최초입력 2017.08.04 17:02:00
최종수정 2017.08.04 16:41:04

[뉴스&와이] ■ 나만의 맥주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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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요즘 맥주를 사서 먹나요. 이제 만들어 마시죠."

수제 맥주 공방 '아이홉'의 서원형 대표는 "'나만의 맥주'를 만드는 맛에 한번 중독되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다"면서 맥주 만들기 매력을 소개했다.

바야흐로 수제 맥주 전성시대다. 맥주는 더 이상 '카스냐 하이트냐' 양자택일의 무미한 청량함만을 가져다주는 술도, 부드러운 목넘김을 위한 '소맥' 들러리도 아니다. 이제는 공방에서 본인 입맛에 따른 레시피로 만들고 즐기는 '맞춤 맥주' 시대다.

수제 맥주의 기본 개념부터 정립하자. 수제 맥주는 '수제'라는 말 그대로 손으로 직접 만든 맥주를 뜻한다. 공장식 거대 자본의 힘으로 많은 양의 맥주를 내놓는 대기업 맥주와 정반대다. '수제 맥주=크래프트 맥주(Craft Beer)=하우스 맥주'는 모두 같은 의미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수제 맥주는 라거(Lager)보다는 영미식 에일(Ale)이다.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는 대기업 두 곳의 라거 맥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색상이 다양하고 향이 진한 에일을 경험한 뒤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주세법이 개정된 2014년부터 본격적인 붐이 일기 시작했다. 편의점에는 '4개 만원'이라는 수입 맥주 곁으로 대동강 페일에일, 국민 IPA, 강서맥주 등 이름부터 매력적인 수제 맥주가 판매되기 시작됐다.

여기서 잠깐. 라거와 에일 구분법을 다시 짚어보자. 라거는 특정 맥주 상표가 아니다. 2~4도 온도에서 차갑게 마시는 깨끗하고 청량한 맥주다. '치맥'이나 '피맥'을 떠올릴 때 시원한 목넘김의 맥주가 바로 라거다. 다만 라거 특성상 무미하다. 서 대표는 "국내 대기업 라거를 '맛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라거의 청량함을 굉장히 잘 구현해낸 잘 만든 맥주"라고 말했다. 에일은 비교적 시원한 7.5~10도 사이에서 마시는 색이 짙고 향이 강한 맥주다. 쓴맛이 강하지만 밝은 색의 '페일 에일', 탄맛이 나는 흑맥주 '스타우트', 쓴맛과 단맛이 강하고 도수가 높은 'IPA' 등 종류가 다양하다.

라거와 에일을 구분할 줄 알고, 다양한 에일을 보유한 펍에서 맥주를 즐겨봤다면 이제 한발 더 나아가자. 직접 만들어 마실 때다.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편하게 맥주를 만들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아이홉 맥주 공방'과 '비어랩 협동조합' 두 곳을 찾았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아이홉 맥주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보리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이곳이 공방이라는 사실은 커다란 개수대 4개와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당화조, 칠링기, 호스, 온도계 등 각종 양조장비로 알 수 있다.

이곳은 주말마다 클래스가 열린다. 원하는 날짜와 인원 등을 예약만 하면 직접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맥주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 최소 30분에서 최대 5시간까지 소요되고, 맥주의 역사와 문화 등 맥주와 관련된 맥주 상식도 배울 수 있다. 공방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맥주가 궁금한 사람이나 여행 갔다가 접한 독특한 맥주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비어랩 협동조합의 구충섭 조합장도 벨기에에서 맛본 벨기에 에일 맥주 세종(Saison)에 반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공방을 열었다. 맥주 공방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 20여 명이 뭉쳐 조합까지 만들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맥주를 만들고, 구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공방 한쪽에 있는 보틀숍에서는 210여 종의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다. 구 조합장은 "맥주를 다양하게 마셔봐야만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 만드는 방법 A to Z

맥주 공방에서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양조는 완전곡물 방식과 캔 방식이다. 완전곡물은 최대 5시간이 소요되는 방식으로 직접 보리 맥아를 섞고 분쇄한 뒤 당화해 맥아즙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반면 캔 방식은 2~3시간에 걸친 맥아즙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캔에 담긴 맥아즙을 이용한다.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먼저 본인의 취향에 맞는 레시피를 구성하는 게 첫 번째다. 평소 본인이 즐기던 입맛에 따라 기본 맥아에 특수 맥아를 얼마나 섞을지, 홉은 무엇을 넣을지 등 각종 비율을 결정한다. 레시피에 따라 맥아를 일정한 비율로 섞고 나면 분쇄기로 분쇄한다.

이후 분쇄된 맥아를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 담긴 당화조에 넣고 끓이며 저어준다. 이는 맥아의 탄수화물을 효모가 발효시킬 수 있는 당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다. 35~78도 사이 각각 정해진 온도에서 끓이고 식히는 것을 반복하며 당화 과정을 지속한다. 당화가 끝나면 맥아즙을 추출한 뒤 시차를 두고 홉을 투입한다. 일정 시간 끓인 맥아즙은 25도 이하까지 칠링기로 식힌 뒤에 통에 담는다. 이때 효모를 붓고 통을 봉인한 뒤 일주일가량 발효시키면 맥주가 완성된다. 완성된 맥주를 병에 넣은 뒤 일주일 더 냉장 숙성하면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맥주를 만든 날로부터 2주가량 지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맥주가 완성된다.

수제 맥주의 매력은 양조장마다 각각 다른 시설과 재료, 제조 과정에서의 미세한 차이로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 같은 레시피로 똑같은 품을 들여 만들어도 맥아를 불리는 온도나 시간, 만드는 사람의 팔 젓기(?)를 포함한 양조 과정의 여러 상황에 따라 맛이 갈린다. 서 대표는 "몰트(맥아)나 홉의 배합보다 온도와 시간이 맛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구 조합장도 포도 농사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맛과 비교하며 "맥주는 '사람 손'이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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