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안 한다더니 전자담배에 담뱃세 부과

최초입력 2017.08.23 18:47:00
최종수정 2017.08.23 18: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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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담뱃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놓고 '과잉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음에 따라 판매가격 인상을 목전에 둔 소비자들은 "올해 초 관련 세율을 정한 지 6개월만에 갑자기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돌며 사재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조세 저항이 힘든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꼼수 증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을 내세워 담뱃세를 2000원으로 일방적으로 올린 사례와 문재인 정부가 고소득자·대기업 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사례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 없이 '내맘대로 과세'를 추진한다는 비판이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날 조세소위에서 논의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갑(20개비) 당 126원에서 594원으로 인상하는 개소세법 개정안(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 발의)을 오는 28일 전체회의에 상정한 후 3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야당 발의안에 대해 여당·정부도 찬성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가 거의 확실시된다.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가 올해 각각 출시한 '아이코스'와 '글로'는 연초를 태워 피는 일반 담배와 달리 특수 제작한 궐련을 쪄 수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다.

하지만 현행법상 새로운 담배유형인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어 일반 담배보다 낮은 세금이 매겨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현재 아이코스 히츠(담배스틱) 한 갑에 매겨지는 세금과 부담금은 총 1739.7원으로 일반 담배(3323원)의 절반 수준이다.

판매사와 소비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섣불리 세금을 올리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제조사는 담배에 직접 불을 붙이는 기존 궐련과 달리 담배스틱을 전용기기에 끼워 고열로 가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해 물질 흡입량이 일반 담배의 평균 10%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분석하고 있지만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광림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몸에 냄새가 배지 않고 실내에서 피워도 연기와 냄새가 적다고 홍보하며 '착한 제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점은 청소년들이 부정적 인식 없이 쉽게 흡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며 "일반담배는 금연을, 전자담배는 흡연을 장려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법안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당과 정부도 납세자인 담배 소비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전혀 없이 원활한 국회운영과 세수확대라는 목적에 따라 섣불리 법안처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 꺼내가는 것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장원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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