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속 빛난 '올계' 주인 부부의 노하우

최초입력 2017.08.28 06:02:00
최종수정 2017.08.28 09:25:03

높은 의자에 앉은 남녀가 문태연(좌), 박병건(우) 올계농장 대표. 두 농부는 농사펀드가 주최한 뿌리밥상 행사에 참석, 유기축산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 높은 의자에 앉은 남녀가 문태연(좌), 박병건(우) 올계농장 대표. 두 농부는 농사펀드가 주최한 뿌리밥상 행사에 참석, 유기축산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재계 인사이드-91] 살충제 파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계란에서 닭으로 옮겨가고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자는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가 하나 있는데요. 이유식을 떼고 서서히 가정식을 먹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일이 터졌으니 대략 난감합니다. 일단 계란은 파동 이후 먹이지 않고 있지만 닭고기까지 못 먹이겠다 싶으니 걱정이 큽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의미 있는 행사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평소 이용하는 농산물 직거래 크라우드펀딩 업체 '농사펀드'에서 주최하는 '뿌리밥상'이란 행사였는데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부의 먹거리 재료를 서울 일류 식당 셰프가 창의적으로 요리해 내놓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만난 분이 충북 제천 유기농 양계장 '올계'의 박병건, 문태연 부부였습니다. 농사펀드에 따르면 올계는 우리나라 최초의 무항생제 닭을 넘어 대규모 유기농 양계에 성공한 1호 양계장이라고 하네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올계농장에 '유기축산물' 인증을 일찌감치 부여했답니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올계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유기농 축산 농가를 찾기 위해선 온라인상 검색이 가능한 곳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확인이 안 되고 있고 1년 주기로 리스트가 갱신되기 때문에 누가 진짜 유기농 축산을 하고 있는지 알려면 담당 주무관에게 직접 연락해서 리스트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생산량, 유통망 관리까지 가능한 곳은 또 많지 않다. 일일이 직접 연락해봐야 알 수 있는데 이런 기준에 거의 유일하게 부합한 곳이 올계"라고 소개했습니다.

제천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 부부는 "10년 노력이 이제서야 인정받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운을 뗐습니다. 유기농 축산이라…. 아무래도 애 아빠 입장이니 좀 더 꼼꼼하게 물어보게 됐습니다.

다음은 박병건, 문태연 부부와 일문일답.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제천 올계 농장.
▲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제천 올계 농장.
-요즘 부쩍 바빠지셨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살충제 파동이 커지다 보니 저희 쪽으로 알음알음 문의를 하는 곳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요즘 문의는 좀 더 자세하기도 하고 백화점 외에도 유기농을 취급하는 여러 유통채널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건 불과 3~4년 전만 해도 다른 곳에 비해 비싼 닭을 파는 곳으로 인식됐는데요. 지금은 좋은 닭을 파는 곳이라고 해 더 기분이 좋습니다. (참고로 올계에서 파는 생닭은 마리당 1만2600원 정도로 시중 가격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 편집자 주)



-까다롭다는 유기농 양계를 결심하게 된 것은 언제였습니까.

▷부부가 같이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고 약 30년간 축산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항상 "어떻게 하면 좋은 닭을 생산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어요. 유기축산 인증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해외의 유기농 닭 현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친환경 축산을 하는 곳이 왜 없나, 누가 하고 있을까 찾아봤는데 진짜 없더라고요. 그럼 우리가 하자 해서 인증제가 생기기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무항생제로 사육하기도 했고요.

처음 유기축산 인증제도를 만들 당시 관련 공무원의 요청으로 경험과 지식을 전달해 인증제도 구축에 조언을 준 바도 있습니다.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선 양계장 하면 좁은 공간에 많은 닭이 몰려 있는 장면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어떤 점이 종전 양계와 다른가요.

▷올계농장은 기존 농장과는 달리 창문이 많아요. 이 창문들을 통해 밝은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마십니다. 빨리 살 찌우지 않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키워 일반닭은 30일 전후로 출하하지만 올계 유기농 닭은 1.7배인 55일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닭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자라기 때문에 면역성이 높아 항생제나 기타 화학약품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유기농 닭은 동물복지, 안전한 사료, 사육환경, 유기순환농업의 순환 사이클, 생태계, 지구환경 보존을 지향하는 의미 있는 축산 형태입니다.



-시중에선 친환경닭, 무항생제닭, 유기농 닭 등 인증이 많아 어떤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소위 빽빽한 상황을 두고 닭장 같다고 하죠? 전문용어로 밀집사육이라고 하는데요. 밀집도만 놓고 보면 일반 양계장이 3.3㎡당 60~80마리 정도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겠습니다. 반면 동물복지닭, 무항생제 닭은 50마리, 유기농 닭은 33마리 이하여야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무항생제 닭은 일반 사육보다는 사육 기준이 강화된 형태, 유기농 닭은 그보다 더 기준이 까다롭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기농 닭, 즉 유기축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무항생제, 무합성항균제, 무성장호르몬제는 기본입니다. 더불어 유전자 조작 없는 'Non-GMO' 인증을 받은 곡물로 만든 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농장 주변의 풀에 제초제를 사용해도 유기축산 인증이 박탈될 정도로 엄격하죠.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제천 올계 농장.
▲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제천 올계 농장.
-그런데 이번 살충제 계란은 무항생제 농장에서 벌어졌는데.

▷이게 좀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친환경 축산 내에는 무항생제, 유기농이 함께 포함돼 있어요. 일반인 입장에선 둘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는 이를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해 구매하겠다는 문의가 많습니다. 참고로 유기축산 농가에서는 살충제 계란은 물론 닭 관련 해서 발생 건수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유기농 양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최종 소비자 가격이 비싸니까요. 시장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비싼 사료비, 긴 사육기간에 따른 인건비 등 사육비가 일반 닭보다 높으니 당연히 소비자가가 일반 닭보다 2배 이상 비싼데요. 일반 소비자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가성비, 최저가를 선호해요. 저희 입장에선 정직하게 고생한 만큼 반대급부가 없다는 아쉬움이 컸지요. 이참에 인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ACCP, 무항생제, 동물복지, 유기 인증을 주관하는 국가 기관이 각각 따로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가하는 항목의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친환경 인증의 재정립, 인증 가치 순위 정립이 필요합니다.



-유기농 닭이 비싼 닭에서 좋은 닭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젊은 엄마들의 움직임 덕분입니다. 이들이 건강한 먹거리가 특히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알려주더라고요. 다만 안타까운 건 고학력 워킹맘들이다 보니 요리할 시간이 없거나 요리 경험이 많지 않아 소비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건 가공식품입니다. 스모크정육, 닭봉, 닭가슴살, 닭갈비, 치킨스톡 등 반조리 식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좀 더 건강한 먹거리를 일반인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먼저 유기농 닭이 어떻게 키워지고 얼마나 더 안전하고 정성 들여 만들어지는지 더 알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양적 판매량이 확대돼야겠지요.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닭 가격도 낮출 수 있을 듯한데요. 그러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유기농 양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기농 양계를 하나의 직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견디다 못해 농가가 파산하고 유기축산이 전무해진다면 국가적으로 손해이며 식문화의 후퇴임에 틀림없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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