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 성지 포틀랜드에 한국 바람 살랑살랑

최초입력 2017.09.07 06:01:00
최종수정 2017.09.06 17:59:33

[뉴스&와이] 스페셜티 커피와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 덕분에 젊은이들이 여행지로 손꼽는 포틀랜드. 미국 서부 오리건주의 쇠락한 산업도시가 미식과 예술, 자전거의 도시로 거듭나면서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힙스터들(멋쟁이들)의 도시 포틀랜드에서 한국의 음식 등이 세련된 문화의 한 상징으로 부상해 화제다.

포틀랜드 인기 브런치식당 테이스티앤앨더의
▲ 포틀랜드 인기 브런치식당 테이스티앤앨더의 '한국 치킨'메뉴.
포틀랜드 인기 브런치식당 테이스티앤앨더의
▲ 포틀랜드 인기 브런치식당 테이스티앤앨더의 '한국 치킨'메뉴
◆가장 핫한 브런치식당 인기 메뉴도 한국식 양념 통닭

현지에서도 기본 30분은 줄서서 먹기로 유명한 브런치 식당 '테이스티앤앨더(Tasty N Alder)'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한국식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우리의 양념통닭과 거의 같은 맛에 한국식 밥과 김치가 섞여 있는 메뉴다. 대표적 여행책 론리플래닛의 미 서부편의 이 식당 소개편에서도 예상 밖으로 한국식 치킨이 인기 메뉴라고 적혀 있다. 식당 웨이트리스 또한 한국인뿐 아니라 평범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라고 전했다.

뉴욕에서 관광차 왔다는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는 "남편과 함께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라 브런치로 시켜봤는데 무척 맛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배추김치에 밥도 고추장 양념이 섞여 살짝 비빔밥을 연상시켰다.
다운타운 푸드트럭 거리에서 한국식 푸드트럭
▲ 다운타운 푸드트럭 거리에서 한국식 푸드트럭 '넘버원벤토'가 일찍 문닫은 모습. 푸드트럭의 경우 통상 음식 재료가 일찍 떨어지면 빨리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의 척도가 된다.
◆한국식 BBQ 푸드트럭도 인기몰이

이뿐이 아니다. 푸드트럭 시장에서도 한국 바비큐 도시락이 인기다. 다운타운 인근 주차장 구역에 넓게 포진한 상주 푸드트럭 거리가 있는데, 목 좋은 코너에 한국 바비큐 도시락 푸드트럭이 있다. 평일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인기 있는 푸드트럭은 재료가 떨어져 일찍 닫는데 한국 푸드트럭(Number 1 Bento)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 평가 앱인 옐프(Yelp)에 따르면 포틀랜드 다운타운 지역 식당들 중에 한국 푸드트럭을 포함해 한국 식당이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타이일식 퓨전식당 메뉴에서 김치소스를 활용한 참치 포케(샐러드의 일종)요리 메뉴.
▲ 타이일식 퓨전식당 메뉴에서 김치소스를 활용한 참치 포케(샐러드의 일종)요리 메뉴.
◆타이-일식 퓨전식당에도 김치 소스가

김치의 인기는 한국 식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일식과 타이식 등 다양한 아시안 식당에서 김치를 활용한 메뉴가 등장했다. 참치 포케(포케는 하와이에서 애피타이저 혹은 메인 요리로 먹는데 잘게 자른 참치 회를 샐러드나 밥 위에 다른 야채와 함께 얹어서 먹는 것) 메뉴에 허니김치 소스가 들어간 것이다. 일식당 사이드 메뉴에도 김치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포틀랜드에서 김치 사업에 적극적인 한국계들의 역할도 큰 것으로 보인다. 포틀랜드 대표 잡지 킨폭(KINFOLK)에도 등장했던 초이스김치(CHOI's KIMCHI)가 대표적이다. 파머스 마켓(정규적으로 열리는 노천시장)에서 김치 판매를 시작해서 2012년부터 현지인들의 열렬한 지원을 받아 유기농, 로컬 지향 상점인 홀푸드 등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포틀랜드 사랑방 역할을 하는 최대 독립서점 파월서점 안 카페에서 바둑을 즐기는 미국인들
▲ 포틀랜드 사랑방 역할을 하는 최대 독립서점 파월서점 안 카페에서 바둑을 즐기는 미국인들
◆최대 문화공간인 파월서점에서는 바둑 삼매경

한국 문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포틀랜드 문화의 허브라 할 수 있는 미국 최대 독립서점 '파월스서점(Powell's City of Books)' 본점을 들러보니 이곳 안에 자리잡은 카페에는 '바둑 삼매경'이 한창이었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바둑판 세 개는 대결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아시아 여자들이 이 모습에 넋을 잃고 보니 바둑을 관전하던 한 청년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로 바둑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뛰어난 안목으로 유명한 포틀랜드의 대표적 편집숍(select shop)인 애들러앤코(Adler and Co.)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들러서 그런지 매니저가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멋지다(Cool)'는 반응을 연이었다. 포틀랜드는 훌륭한 자연 환경 덕분에 낙농업과 로컬 푸드에 기반한 '슬로 시티'다. 젊은 인구가 많고 평균 소득 수준도 미국에서 높은 편이다. 외지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반기는 편이다. 우버 드라이버나 상점 점원의 경우 특히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K팝 문화가 확산되는 데다가 한국인이 패션에 강하다는 인식 덕분인 듯하다.

[포틀랜드/이한나 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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