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 어떤 내용 담겼나

최초입력 2017.09.08 06:02:00
최종수정 2017.09.07 17: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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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원칙적으로 경찰서 등에서 방문신고만 가능했던 집회신고가 앞으로 온라인으로도 가능해진다. 또 갓길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도로를 점거하는 등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를 해도 경찰이 이를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명분하에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방침이 대폭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새 정부 들어 '확' 늘어난 집회가 더 늘면서 일반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공권력이 너무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청에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집회·시위 신고 과정부터 후속 조치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혁안이 총망라됐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이번 권고안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권리장전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경찰개혁위는 새 정부 이후 청와대가 경찰에 인권 보호 조치 확대를 요구하면서 경찰이 자발적으로 인권전문가 등을 영입해 만든 권고기구다.

우선 신고 단계에서는 '온라인 집회·시위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서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집회신고를 하면 합법 집회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집회·시위 주최 측이 경찰에 낸 신고서상 인원과 시위 방법·행진로 등 기재 내용이 실제 집회·시위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집회·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원칙적으로 집회를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문경란 경찰개혁위 인권보호분과 위원장은 "집회는 어느 정도 교통 소통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이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에서 집회·시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금지통고제가 허가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 변화로 인해 일반 시민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 새 정부 들어 청와대 주변인 청운효자동에서 매월 300건 안팎의 시위가 일어나자 주민들이 시위에 나서고 행정기관에 청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 일대에선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를 벌이고 무단으로 인도·도로를 점유하는 일도 잦았다.

지난 6월 9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노동자 10여 명은 집회 허가를 내지 않고 광화문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집시법상 1인 시위는 신고 절차 없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각자 3m씩 띄운 채 1인 시위를 가장해 다중 집회를 연 것이다. 지난 6월부터 금속노조 산하 유성기업범대위는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인도에서 두 달 이상 불법 농성 텐트를 설치해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가로막았다. 청운효자동 주민인 고 모씨는 "집회하는 권리만 정부가 보장하면 어떡하느냐"며 "조용히 살고 싶은 일반 시민들 권리는 정부가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온라인 집회신고는 집회 자유 보장에도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령집회·알박기 집회 증가 가능성 때문이다. 다수의 대기업은 기업 본사 앞에서 노동단체들의 시위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직원들을 시켜 미리 집회 예상 장소를 선점하는 행위를 해왔다.

경찰은 집회 때 갈등의 '단골소재'였던 채증과 살수차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불법을 미리 예상해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는 등 증거 수집 활동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폭력행위 발생 우려가 실제 임박하거나 발생한 직후만 채증하기로 했다.

집회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던 해산 명령 방송도 타인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연규욱·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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