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사내벤처의 값진 결실... “식품 빅데이터 돈 됩니다.“

최초입력 2018.01.05 15:30:00
최종수정 2018.01.05 16:36:03

잇사이트(www.eatsight.com) 홈페이지 캡처.
▲ 잇사이트(www.eatsight.com) 홈페이지 캡처.


[재계 인사이드-100] 검색창에 '스낵'이란 단어를 쳐 봅니다. 그랬더니 오리온 스윙칩 볶음고추장맛이 뜹니다. 클릭해 들어가니 품목 보고번호, 보고일, 업소명, 제조원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생감자칩 60g, 고추장 0.22%와 같은 가공식품 정보가 깔끔하게 보입니다. 흔히 슈퍼에서 가공식품을 사면 제품 한쪽에 깨알 같은 글씨로 써 있던 바로 그 식품정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여부도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가 잘 돼 있지요.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에서 만든 식품정보 빅데이터 서비스 '잇사이트(eatsight)'랍니다.

잇사이트는 이런 식품정보만 수만 건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탄수화물, 지방 같은 각 영양성분 함유량과 원재료, 주의사항, 인증정보 등을 쌓아뒀으니 같은 스낵이라도 어떤 스낵이 좀 더 균형 있는 영양성분을 갖췄는지, 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은 없는지 꼼꼼히 비교할 수 있지요.

그런데 당장 드는 생각은 이런 정보를 모아둔 게 과연 어떤 가치가 있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지금도 제품정보는 그냥 검색해 보면 나오긴 하는데 왜 굳이 한곳에 데이터를 모아놓는 건지, 또 이걸 필요로 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으니까요.

그런데 웬걸. 기자의 내공은 한참 멀었나 봅니다. 잇사이트는 지난해 처음 선보였는데요. 시장에 내놓자마자 제일 먼저 사간 곳은 네이버였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중순 잇사이트의 기업형 빅데이터를 통째로 이용하는 유료 계약을 맺었다는데요. 이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는 탄수화물, 지방 같은 각 영양성분 함유량과 원재료, 주의사항, 인증정보 등 차별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측에 추가로 알아보니 일일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할 때 꼼꼼히 원료와 성분을 따져 보는 깐깐한 소비자 습관을 온라인에서도 대신 구현해줄 방법을 찾던 중 이런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 계약했다고 하네요. 사실 온라인에서 식품 주문을 요즘 많이 하긴 하지만 꼼꼼히 다른 경쟁 제품과 성분까지 세세하게 따져 보려면 클릭을 수십 번 하고 요리조리 사이트도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하잖아요. 이런 손품(?)을 줄여주는 겁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잇사이트의 풍부한 데이터를 보기 쉽게 정리해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안전하고 현명한 식품 소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온라인몰 전문가들의 말을 취합해 보면 이런 서비스는 식품 온라인몰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더욱 필요할 수 있다는군요. 온라인에서 식품 구매 패턴을 보면 단순히 식품 카테고리로 들어가 이것저것 기웃거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철저히 목적 검색, 즉 '멸균우유'처럼 딱 찍어 검색해 구매하거나 추천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높다네요. 그런데 현재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식품몰 등에서 '초코과자'를 검색하면 같은 제품 혹은 경쟁 제품을 가격 위주로만 비교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다른 정보 비교까지 가능한 잇사이트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로써 대상그룹은 식품을 파는 기업에서 식품 빅데이터까지 파는 회사로 진화하게 됐는데요.

잇사이트가 탄생한 배경이 궁금해졌습니다. 회사 관계자 설명을 들어보면 대상그룹 내 사내벤처 제도 덕분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는데요. 원래는 그룹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대상정보기술 사내벤처 푸드데이터사업팀으로 출범했답니다. 문제는 국내에 시판 중인 가공식품의 정보를 어떻게 모으느냐였습니다. 사내벤처 수장을 맡은 이승용 팀장은 "막상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려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 데이터도 부족하고, 크롤링(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문서를 수집해 검색 대상의 색인에 포함시키는 기술)이나 OpenCV(오픈 소스 컴퓨터 비전 라이브러리) 같은 기술을 테스트해보니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자고 결정하고 열심히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하나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다 차라리 그럴 거면 이미 그룹 계열사 중 식품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초록마을 산하로 옮기는게 그룹 경영진이 보기엔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자사 제품은 물론 다양한 제품을 초록마을에서 팔고 있으니 좀 더 제품 정보 수집이나 온라인몰 판매 동향을 접목시키기에 적합하겠다는 말이었지요. 그래서 팀 전체가 초록마을로 옮겨 가게 됐다네요.

이후 이승용 팀장이 이끄는 신사업팀은 사업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신규 가공식품 정보 등록 속도가 빨라지고 추가로 주요 대기업, 공공기관에 B2B 형태 서비스 계약도 이끌어냈습니다.

"저희 주 고객사들의 유형은 규모를 떠나서 헬스케어서비스, 전자상거래, 공공 분야입니다.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의 식이 기록 기능을 대부분 제공하는데, 소비자가 가공식품 섭취 기록을 할 때 저희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요.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우는 공정거래법상 가공식품을 온라인 판매할 때 성분 정보, 원재료 정보를 적시해야 하는데 이걸 일일이 상세 페이지에 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던 차에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지요. 적어도 한국에는 없던 사업이고, 데이터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한국에서 각 분야의 리더 기업에 인정 받았다는 점이 무척 보람 있습니다."

신선식품 온라인몰 바람이 불면서 유통가에선 덩치와 배송 전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대상그룹은 소리 소문 없이 빅데이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을 듯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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