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국산품종, 지자체에는 '복덩이'...종자산업은 新 효자산업

최초입력 2018.02.02 18:35:00
최종수정 2018.02.02 18:37:44

[전국구 와글와글-14]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국산 딸기
▲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국산 딸기 '싼타' /사진제공=경북도
한국산 토종 딸기 품종인 '싼타'는 올해 중국의 한 육묘회사와 1만 달러에 1년 간 로얄티 계약을 체결했다. 맛이 좋고 병해충에 강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중국 종자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2015년에도 '싼타'는 중국의 이 회사에게 1년 간 6000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팔렸다.

국내에서 개발된 대표 딸기 품종 4개(싼타 설향 매향 대왕) 가운데 로열티를 받고 수출되는 품종은 '싼타'가 유일하다.

'싼타'는 중국 이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도 로열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싼타'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4년 간의 연구 끝에 2010년 개발에 성공했다. 계란만한 크기의 싼타는 국내 딸기 시장 점유율(80%)이 가장 높은 설향 품종보다 1배 이상 크지만 당도가 더 좋을 뿐만 아니라 과실이 단단해 운반과 보관이 쉬워 상품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싼타는 10년 이상의 장기 로열티 계약이 아니라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로얄티 수입은 매년 누적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딸기 품종이 외국에서 수입돼 로열티를 주는데 반해 싼타는 로열티를 받고 있다"며 "싼타는 지역 종자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발한 국산 품종이 해외 수출에 성공하면서 종자 산업이 '신 효자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자 산업은 씨앗이나 묘목 등 종자를 개발 생산해 국내외 농가에 보급하는 산업으로 '농업의 반도체' 로 불릴 정도로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도 농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소득 창출 등을 위해 국산 종자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경북에 싼타가 있다면 경기도에는 국산 장미 '딥퍼플'이 대표적인 효자 품종 중 하나다. 2010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딥퍼플은 '가시 없는 장미'로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현재 딥퍼플은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 17개 국가에 317만주가 판매됐다.

2011년부터 수출로 거둬들인 로열티 수익은 지난해까지 13억여 원에 달한다. 경기도는 딥퍼플을 포함해 딥실버, 쇼걸 등 16품종 403만주를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28개국에 판매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경남도도 자체 기술로 재배한 장미를 지난 2014년 상품화 해 해외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경남도 화훼연구소가 지난 2012년부터 개발해 육성한 장미 '프리선' 품종을 인도에 수출한 것이다. 당시 경남도는 인도볼룸사와 프리선 5000본에 대한 로열티 5000달러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경남도는 최근 국화의 한 종류인 '거베라' 자체 육성품종에 대해서도 인도와 종묘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도는 지난 2016년 인도 블랙툴립사와 거베라 육성품종인 레몬비치 등 3품종에 대해 해외실증실험을 추진해 성과를 거뒀다. 도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인도 블랙 툴립사와 6000주를 3000달러에 종묘수출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부터는 인도에서 기호도가 높은 거베라 백색 품종인 '브라보그린' 등 5품종에 대한 수출계약도 추진한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국산 품종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종자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국제종자협회에 따르면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10년 406억 달러에서 2015년 700억 달러, 2020년 1650억 달러로 매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종자의 경우 금보다 비싸 '골든 시드(Golden seed)'란 별칭도 있다. 파프리카 종자 1g의 경우 같은 무게의 금보다 2배 이상 비싸 이런 별칭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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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종자 산업은 매우 열악하다. 전 세계 종자 산업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26.7%), 중국(22.1%) 등에 비해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종자 수출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 종자 수입으로 인한 로열티 지급이 훨씬 많은 국가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이 2016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이 지난 10년 간(2006~2015년) 해외에 지급한 원예작물 종자 로열티는 1456억 원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해외에서 벌어들인 로열티는 10여억 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종자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들이 지역 특화작물을 중심으로 지역농업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채종현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실 연구원은 "지자체들은 지역농업 발전계획을 수립할 때 종자 관련 계획을 함께 포함해야 된다"며 "지자체와 민간의 종자 연구 보급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종자 피해 보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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